아쉬움 남긴 '미완의 휴먼 로봇'
반인반마 '센토' 국내기술 탄생…"후속 프로그램없어 진시용으로 그칠 판"

지난 7월29일 휴먼로봇이 마침내 국내 기술로 개발돼 첫선을 보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휴먼로봇연구센터가 개발한 '센토'(CENTAUR)가 바로 그것. 이는 1994년부터 5년 동안 15명의 박사와 70여명의 연구원들이 매달린 가운데 80억원을 들여 만든 한국 로봇기술의 결정판이다. 그러기에 그 기술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떠보고픈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휴먼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오감과 판단능력을 갖고 마치 인간처럼 움직이는 지능형 로봇을 말한다. 그렇다면 센토는 얼마나 사람의 움직임을 흉내내고, 감각기관을 닮았을까. 또 상황을 판단하는 지능지수는 얼마나 될까. 이렇게 살펴보면 센토의 진면목이 제대로 드러난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두 발로 보행을 한다는 점.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센토는 이 기술을 습득하지 못했다. 센토는 4개의 발과 2개의 팔을 가진 반인반마(半人半馬)다. 따라서 발만 보면 애니멀(animal) 로봇인 것이다. 센토의 걸음 속도는 분당 1m 정도.

물론 네 발로 걷는 일도 쉽지는 않다. 한발을 들었을 때 나머지 세발이 그리는 삼각형 안에 무게중심을 두면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이 원리. 그러나 150kg(배터리 착용시 180kg)의 몸무게로 움직일 경우 몸이 크게 쏠리는 가속현상과 관성을 극복하면서 걷는 기술은 첨단에 속한다. 만의 하나 넘어진다면 보호장치가 없는 센토의 몸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로봇왕국 일본이 선보인 두발보행 로봇에 비교하면 센토의 걸음걸이는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 혼다자동차가 자율형 인간로봇 P2(www.honda.co.jp/tech/other/robot.html)를 발표한 것은 1996년 12월. 180cm의 키에 210kg의 육중한 몸무게를 지닌 P2는 두발로 성큼성큼 걸을 뿐 아니라(최고속도 40m/분) 공도 차고 계단을 오르며 수레도 거뜬히 민다. 이듬해 9월 혼다는 P2를 소형화한 P3(키 160cm, 몸무게 130kg)를 다시 선보였다.

네 발 보행 "어기적" 팔 기술은 "세계적"

비록 두발보행은 하지 못했지만 센토의 팔은 가히 세계적인 기술이다. 어깨관절(상하, 좌우, 회전 등 3개의 자유도), 팔꿈치(상하의 1개의 자유도), 손목(3개의 자유도) 등 7개의 자유도를 지닌 사람의 팔과 똑같다. 센토의 손도 인간만큼이나 예민하다. 그 끝에는 촉각센서가 부착돼 있어 물건을 부드럽게 쥘 수 있다. 계란을 떨어뜨리거나(약하게 잡을 경우) 깨지 않고(세게 잡을 경우) 잡는 고난도의 기술은 정교한 손가락 동작에서 나온다.

이와 같은 손과 발의 절묘한 조화로 센토는 꽃다발을 받아 화병에 꼽고, 장애물을 피해 물건을 옮길 수도 있다. 또 사람과 호흡을 맞춰 톱질을 하기도 한다. 센토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기술은 딱딱한 로봇과 인간이 얼마나 친화적으로 될 것이냐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다. 쇠로 이뤄진 로봇이 자칫 살인무기로 돌변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센토의 기술 중 재미있는 것은 아령들기다. 보통의 로봇은 100kg의 물건을 들려면 100kg중의 힘을 써야 했다. 그런데 센토는 유연성을 이용해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힘으로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다. 역도선수가 배치기를 하며 허리의 유연성을 이용해 무거운 역기를 드는 것과 흡사한 기술이다. 이는 팔을 비롯한 상체의 유연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센토를 휴먼로봇이라고 하는데 시각(視覺)은 없어서는 안될 요소다. 보통의 로봇은 레이저센서를 이용해 거리를 판단한다. 그런데 센토의 경우 인간의 눈처럼 2개의 스테레오 카메라를 장착해 삼각법에 의해 거리를 판단한다. 또 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황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 그러나 센토의 청각(음성인식)기능은 매우 약하다. 인간의 명령을 말로 듣고 움직일 수는 있지만 좀더 의미있는 동작은 하지 못한다.

센토의 가장 큰 결점은 지능이 거의 없다는 점. 시각센서를 통해 들어온 물체를 보고 이게 장애물이니까 피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미리 계단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계단을 오를 수 없다. 또 책상 위에 놓인 물체가 물컵인지 콜라캔인지 구별할 능력도 없다.

결국 센토는 네발로 걷는다는 것, 손과 발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시각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파노라마 카메라를 달았다는 것 외에 특별한 특징을 찾아볼 수 없다.

막상 이렇게 센토의 기술력을 뜯어놓고 보니 개발자나 이를 보는 사람이나 모두 씁쓸하다. 한국 로봇기술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하는 자괴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5년 동안 80억원의 비용을 들인 센토와, 10년 동안 1000억원을 들여 만든 일본의 혼다로봇을 결과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휴먼로봇 개발 처음이자 마지막>

1994년 휴먼로봇연구센터가 개설된 것은 인간을 닮은 로봇을 개발함으로써 흩어져 있는 로봇기술을 한데 모으고, 필요한 원천기술을 개발하자는데 있었다. 휴먼로봇연구센터 박종오 박사는 "센토는 걷는 동작을 구현하는 하체기술, 물건을 옮길 수 있는 팔과 손을 움직이는 상체기술, 그리고 상황을 판단하는 시각센서 등을 한곳에 모아 종합적으로 컨트롤하는 기술을 연마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희영박사는 "높이가 1.5m밖에 안되는 작은 로봇 안에 공장 하나를 움직이는 기술을 모아놓은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러나 휴먼로봇의 개발은 산업로봇이나 서비스로봇과 달리 개발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또 원천기술을 개발한다고 했지만 부산물(spin off)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해 개발자는 앞으로 개발할 서비스로봇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얘기만 늘어놓는다.

결국 센토는 후속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한 채 미완의 휴먼로봇을 남게 됐다.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방문객을 웃기는 전시용 휴먼로봇 정도로. 김문상 박사는 "KIST 기관고유사업으로 두발보행 휴먼로봇을 연구하고 있지만 개발계획과 예산 등 구체적으로 설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휴먼로봇 개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앞으로 휴먼로봇연구센터는 서비스로봇 개발에 주력할 모양이다. 예를 들어 청소로봇, 지뢰제거로봇, 물류이동로봇과 같은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처음이자 마지막 휴먼로봇이 될 센토를 직접 보려면 8월 14-20일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하는 99 대한민국 과학축전에 참가하면 된다. 장소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홍대길/ 동아일보 과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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