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컴퓨터 결합 '휴머신'이 온다
입는 컴퓨터·인공눈·인공심장 등 개발 활기

컴퓨터를 옷처럼 입고 다닐 수는 없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자유롭게 컴퓨터를 이용하고 다른 사람과 교신하며, 전세계의 정보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텐데…

누구나 한번쯤 해볼 수 있는 상상이다. 80년대초, 캐나다의 한 10대 소년은 상상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직접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첫 작품은 하도 덩치가 커서 '입는다'기 보다는 '진 다'고 하는 편이 더 나았고, 조금만 오래 걸어도 발바닥에 물집이 잡힐 지경이었다.

컴퓨터를 '진' 그의 모습은 기괴했다. 먼 발치에서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슬금슬금 맞은 편 길로 피하기 일쑤였다. 그는 뒤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진학했고, 이곳의 미디어랩 소장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눈에 띄었다. 그는 대번에 이 젊은이의 남다른 재능과 아이디어를 알아 보았 고, 그가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ing)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후원해 주었다.

오늘날 그는 '입는 컴퓨터'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가로 대접받고 있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만. 토론토대 전기전산공학과 교수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직접 설계한 컴퓨터를 입고 다닌 다. 그것은 15년째 그가 고집하고 있는 일상적인 복장이기도 하다. 거리에서 그와 마주치는 사람들도 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는다.

"불편하지 않습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은 간혹 있다. 그의 대답.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변 사물에 대해 더 잘 집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활하는 데도 훨씬 편리합니다. 가령 슈퍼마켓에 갔을 때, 나는 아내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러면 아내는 내가 쓴 비디오카메 라를 통해 어떤 물건이 있는지 보고 적당한 것들을 골라 쇼핑을 하지요. 복잡한 계산도 머 리에 쓴 컴퓨터를 이용하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그는 스스로를 "가까운 미래에 일상화될 사이보그 세대의 원형(原型)"이라고 강조한다. 사 이보그는, 그에 따르면 사람과 컴퓨터가 따로 분리되지 않고 서로 긴밀히 소통하면서 정보 를 주고받는 새로운 인간형이다.

극소전자공학 이용 손상된 망막 복원

"입는 컴퓨터는, 그 자체로서는 무의미하다"라고 그는 말한다. 사람과 컴퓨터를 좀더 긴밀하 게 결합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가 좀더 작고 가벼우며 강력한 컴퓨터를 개발 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입는 컴퓨터는 그것을 입은 채로 스쿼시를 할 수 있을 만 큼 작아졌다. 센서와 네트워크 기능을 더욱 향상시켜 그것을 착용해도 성가신 느낌이 없도 록 만들 것이다." 지금도 그와 그의 수업을 듣는 20여명의 학생들은 얼굴에 컴퓨터를 쓴 채 생활하며, 심지어 시험조차 그것을 이용해 치른다.

컴퓨터 혹은 기계와 인간의 결합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스티브 만 교수의 경우처럼 의 복을 컴퓨터화해 '사이보그'를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님에게 빛을 찾아주기 위해 애 쓰는 연구진이 있다. 인공 귀, 인공 심장 등에 대한 개발도 활기를 띄고 있다.

휴머신(Humachine).

MIT에서 발간되는 과학기술 잡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컴퓨터 혹은 기계와 결합된 신인류에 대해 이런 명칭을 달았다. 이 잡지의 편집장 존 벤디트는 "그것을 뭐라 부르든 사람과 기 계의 결합은 이미 진행되고 있고, 또 불가피한 미래의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볼 수 있소. 작은 빛이군. 그게 다요."

해럴드 처치(71)의 말이 자못 감격스럽다. 그는 전혀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다. 그런 그 가 감지한 빛은 몇 분 전 존스 홉킨스대 부설 윌머 눈 연구소가 그의 눈에 이식한 전극봉의 미세한 전기쇼크에 의한 것이다. 이들 연구팀의 아이디어는 인체 자체가 전기에 의해 작동 되는 기계라는 사실로부터 나왔다. 시력 상실은 사물을 인식하는 감지 회로와 모터의 고장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

"연내 획기적 인공심장 개발" 기염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 일찍부터 미 국립보건연구소의 '인공 신경 프로그램'에 채택되어 큰 성과를 낳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첫 작품은 1970년대 속귀(內耳)의 달팽이관에 전극봉을 이식한 일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2만5000여명의 중증 귀머거리 환자들이 '소리'를 되찾았 다.

90년대의 화두는 '눈'이다. 미 국립보건연구소를 비롯해 존스 홉킨스대, 하버드대, 독일 본 대 등이 손상된 망막을 복원하려는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적어도 두 벤처기업이 그와 비슷한 일에 뛰어들어 자체 개발한 인공망막 디자인을 상용화 했다. 이들 프로젝트의 목표는 극소전자공학을 이용, 손상된 망막의 광(光) 수용체 기능을 대 체하는 것이다.

인공 망막 시스템의 작동 과정은 이렇다. 눈에 이식한 극소 비디오카메라가 물체를 감지, 전 파를 이식된 인공 망막으로 보낸다. 인공 망막은 시신경이 이 신호를 인식할 수 있도록 데 이터와 에너지로 바꾼다.

비록 여러 대학과 연구소, 기업들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아직 낙관하기 는 이르다. 신문을 읽거나 다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수준에 이르자면 아직도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가능하리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80년대에 붐을 이루다 90년대 들어 주춤했던 인공심장도 심장병 환자들에게 밝은 빛을 던 져주고 있다. 전자펌프에 의해 작동되는 900g짜리 인공 심장을 개발하기 위해 10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듭해 온 아비오메드사는 2000년이 되기 전에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 며 자신만만이다. 티타늄과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이 회사의 제품 '펄사코'(PulsarCor)가 1억 6000만회의 펌프 작용을 아무 이상없이 수행함으로써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펄사코의 또다른 장점은 신체 내부의 심장과

똑같은 공간을 차지, 환자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펌프 작용에 필요한 12~20w의 에너지는 배에 이식된 리튬-이온 전지를 이용하며, 전지는 별도의 배터리 팩을 통해 충전된다.

컴퓨터, 혹은 기계와 인간이 따로 구별되지 않는 세상. 과학소설(SF)에나 나올 법한 상황들 이 하나둘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상현 기자

웃고 우는 '일본 로봇'
표정변화 가능…직립보행로봇 개발은 성공

일본의 소니사는 얼마전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을 통해 일본과 미국에 한정 판매된 아이보는 그 귀여운 모습뿐 아니라 사물을 감지하고 소리를 내며, 다양한 재롱까지 부릴 수 있는 첨단 기능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이보는 로봇에 대한 일본의 색다른 접근법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테크놀로지 리뷰'지에 따르면 일본의 로봇은 대체로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왜 그럴까? 대답은 뜻밖에 단순하다. 로봇 개발자들이 그 영감을 만화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로봇은 대부분 사람이나 그 주변의 애완동물을 닮았다. 혼다사가 개발한 두 다리 로 봇 P-3가 그렇고, 역시 비슷한 모양의 와비안-RⅡ가 그렇다. 혼다사가 10년 동안 1억달러 를 투입해 비밀리에 개발해 온 P-2는 세상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배터리팩을 등에 지고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는 250kg짜리 로봇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 동안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여겨져 온 직립 보행을 아주 간단히 해치운 것이다. 혼다사는 최근 P-2보다 작은 P-3를 선보였다. 1.6m, 130kg인 P-3는 계단을 시속 2km의 속도로 올라갈 수 있다. '인간과 공존하고 협력하는' 로봇을 만든다는 혼다사의 꿈이 조금씩 영글고 있는 것이다.

로봇의 '표정'에 대한 연구도 일본에서 크게 진전되고 있다. 감정에 따라 눈썹과 입 모양을 바꾸는 WE-3R이 와세다대학에서 개발중이며, 옆에 있는 사람의 표정을 인지, 그에 적절히 반응하는 '표정 변화 로봇'도 도쿄 과학대학에서 개발되고 있다.

인공 귀·인공 코 "좋습니다"
화학연구소 개발…쥐 실험결과 거부반응 부작용 없어

인공장기의 꿈이 국내에서도 영글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와 각종 사고 등으로 손상된 연골, 뼈 등의 인체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조직공학을 이용한 인공장기 제조기술'이 국내 최초로 한국화학연구소(소장 김충섭) 화학소재연구부 이해방 박사팀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이 기술은 기계를 이용한 인공 장기에 비해 거부 반응이 적고, 외형상으로도 훨씬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 효용도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박사팀은 인공장기를 만들기 위해 먼저 인체 또는 동물의 연골과 뼈 세포를 분리한 뒤 체외에서 배양했다. 다음으로 이들 세포가 코 귀 뼈 등 만들고자 하는 모양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생분해성 고분자 틀을 제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귀와 코 모양의 생분해성 고분자 틀에 연골세포를 파종하고 체외에서 배양, 실제 사람의 코와 귀 모양을 한 인공장기를 만 들었다.

다음 문제는 이들을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이나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것. 실험용 쥐에 이식해본 결과 쥐의 체내에서 생분해성 고분자는 흡수되고 전형적인 연골조 직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박사팀은 "앞으로 인공 연골 및 뼈뿐 아니라 인공 피부, 인공 간, 인공 신장 등 인체의 다양한 장기를 개발하는 데 노력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박사의 연구가 진척될 경우 뇌사자나 장기기증자의 기증에 의존해야 했던 장기 대체 현실이 크게 개선됨은 물론, 새로운 '바이오보디'(Bio-body) 산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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