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은행의 서울은행 인수, 그 이후

‘금융 고질라’출현 국내 은행은 바라만 볼 뿐

HSBC의 서울은행 인수가 국내 은행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는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씨티은행 11개 지점이 국내 은행에 끼쳤던 엄청난 영향을 감안하면 씨티은행보다 수십배나 많은 지점을 보유하게 될 HSBC를 금융 고질라에 비유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장광익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HSBC 은행의 한국 진출은 「고질라」 출현으로 비유된다. 한 시중은행장은 『HSBC가 본격 영업을 시작하면 고질라가 도시를 마구 헤집고 다니는 꼴과 같아질 것』이라고 비유했다.

막상 말은 그렇게 하면서 국내 은행들의 대응자세는 보잘 것이 없다. HSBC가 어떤 은행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조차 없는 실정이다. 아직도 HSBC은행을 홍콩상하이은행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작년 말 홍콩상하이은행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HSBC로 바뀌었는데도 말이다.

HSBC란 대체 어떤 곳인가. 1865년 중국과 유럽, 북미 간 무역업무를 위해 설립된 후 유수 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HSBC는 현재 홍콩에 442개 점포를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모두 580여개 지점을, 기타 11개 국가에서 3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82년 부산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서울 광화문·삼성동·압구정동에 지점을 개설, 소매·기업금융 업무를 하고 있다.

HSBC는 90년대 이후 호주 브루나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마카오 말레이시아 미얀마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에 지속적으로 사업망을 확대시켜왔다. 은행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미국과 유럽을 탈피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자체 전략에 따른 것이다. 서울은행 인수도 아시아 주요 시장 가운데 하나인 한국에 거점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HSBC의 모기업은 「HSBC 홀딩스 plc 그룹」으로, 투자은행 보험회사 등 24개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룹 전체로는 점포망이 전세계 79개국에 5500여개에 달하며, 자산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4831억 달러(97년 말은 4717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금융그룹이다.

국내 상업·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 자산규모가 고작 1000억 달러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고질라란 표현이 나올 만도 하다.

그룹 전체의 작년 말 세전 이익은 66억 달러. 아시아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97년 말 기준 81억 달러보다 줄었다. 전체 종업원 수는 3만3000여명, 이중 HSBC 직원수는 2만3000여명이다.


소매금융에 강점을 갖게 된 이유

HSBC는 영국 자본으로 세워졌다. 그러나 국제 금융계에서는 HSBC를 유럽계로 분류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아시아 은행이라 부른다. 그것은 HSBC가 1865년 3월 홍콩에서 간판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한 달 후인 4월에는 본토 상하이, 5월에는 영국에 지점을 차렸다.

홍콩에서 장사를 하려다 보니 홍콩법에 따라 간판을 홍콩상하이은행(The Hongkong and Shanghai Banking Corporation Limited)으로 내걸었지만 그냥 홍콩은행이라고도 불렀다.

당시 홍콩과 상하이에서 은행과 거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돈께나 있는 지주들뿐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홍콩 대만, 그리고 동남아시아 각국으로 몸을 피했다. 지금 동남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 이들 화교세력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HSBC은행도 이들 고객을 따라 움직였다는 것이다. 본부를 홍콩으로 정하고, 아시아 각국에 지점을 개설하면서 그곳으로 옮긴 고객들의 돈을 계속 관리했다. 공산화된 중국에서 자본주의 상업은행 HSBC가 버티기 쉽지 않았던 점도 고객을 따라 움직인 요인이었을 것이다.

영국의 식민지 홍콩에서 영국 자본인 HSBC가 가진 파워는 엄청났다. 우선 홍콩 화폐를 발행했다. 홍콩달러라고 불리는 화폐의 조폐창이 HSBC였다. 화폐를 발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통화정책도 수행하게 됐다. 상업은행이 중앙은행 역할을 한 셈이니 그 영향력이 오죽했겠는가.

HSBC는 조그마한 홍콩땅에 443개의 점포를 만들어 놓았다. 도로 모퉁이를 돌면 점포가 하나씩 있는 셈이다. 이것도 모자라 뒷골목마다 현금자동인출기를 설치했다.

홍콩 사람들은 눈 뜨고부터 잠잘 때까지 HSBC 마크를 구경한다고 보면 된다. 550만명의 홍콩 시민들 중 이 은행 통장을 갖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제조업이 거의 없는 홍콩에서 영업을 하려니 당연히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보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가 더 먹혀들기 마련이었다. HSBC가 개인을 상대하는 소매금융에 남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중국 정부의 HSBC은행 견제

HSBC는 쇼핑과 관광의 천국인 홍콩을 십분 활용했다. 관광객을 집중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런 환경은 HSBC은행으로 하여금 일찍부터 신용카드사업에 눈을 돌리게 했다. 그러니 엄청난 노하우도 쌓일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아직 신용카드사업은 인건비가 많이 드는 부문이다. HSBC가 자사의 전세계 카드사업 프로세스를 운용하는 메인 센터를 중국 광동성으로 옮겨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는 고용창출효과를 주는 대신 자신들은 싼 인건비를 이용해 비용을 낮췄다. 세계은행 중 HSBC의 카드 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적으로 비싸기로 소문난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HSBC에게 주택금융업에 뛰어들 수 있는 양질의 자양분을 제공했다. 이 부문의 자부심과 경쟁력은 실로 대단하다.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는 주택금융업에 관한 각종 룰은 홍콩 총독부가 만들었다. 그러나 빛나는 아이디어는 HSBC에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맡길 담보 규모보다 그 사람의 소득이 얼마냐, 즉 상환 능력에 비중을 둔 대출 제도나 담보로 잡은 부동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전액 회수할 수 있도록 한 각종 조치 등 HSBC는 홍콩에서 마음껏 주택금융대출 기법을 훈련했다. 여기에다 총독부는 주택금융의 경우 취급은행에 어느 정도 마진을 챙길 수 있도록 용인해줬다. 말 그대로 홍콩에서 주택금융하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그러나 HSBC를 소매금융만 하는 은행으로 보면 곤란하다. 98년 말 현재 대출된 총액 2470억 달러 중 개인에게는 370억 달러만 나가 있다. 기업대출이 630억 달러에 이른다. 주로 중소기업 쪽이다.

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중국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영국 색깔 지우기」를 시도했다. 금융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중국 정부는 가장 먼저 HSBC가 누리고 있던 독점적인 발권력을 뺏어버렸다. 지금은 HSBC가 70%, 스탠더드 차타드가 20%, 뱅크 오브 차이나(Bank of China)가 10%씩 화폐를 발행한다. 똑같은 100달러짜리 홍콩달러가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정부가 얼마만큼 HSBC를 견제했는가는 홍콩 시내에 들어선 두 개의 건물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85년에 지어진 HSBC 홍콩 본부 건물은 홍콩에서도 명물이다. 80층 정도 높이에 완전 조립식으로 지어졌다. 외형도 눈에 띌 정도로 조형미가 뛰어나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바로 그 옆에다 뱅크 오브 차이나 지점 건물을 지었다. 일개 지점이라지만 높이는 HSBC보다 조금 높다. 이 건물 꼭대기에 만들어진 조형물은 언뜻 봐도 살벌하게 생긴 칼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칼은 바로 옆 HSBC 본부 쪽을 향하고 있다. 지기 싫어하는 중국 대륙인의 「HSBC 기(氣) 빼기」라는 말까지 돌았을 정도다.


동양적인 은행문화

HSBC의 최대 고객은 화교다. 화교가 있는 곳이면 언제나 HSBC가 있다. 화교 자본이 성공을 거둔 말레이시아에 46개, 싱가포르에 30개, 대만에 10개, 인도네시아에 9개의 점포가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주택자금대출 실적에서 현지 은행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다.

화교 고객을 따라 아시아 곳곳에 지점을 내고 그 후손들과도 인연을 맺는다. 그 신뢰성은 또 다른 고객을 불러들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HSBC의 문화를 동양적이라고 분석한다. 씨티은행이 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서구문화 색채가 짙다면 HSBC는 의리와 신중함이 배어 있다고들 한다. 130여년을 홍콩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에서 장사를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HSBC가 아시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 씨티은행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이모씨는 『HSBC는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고 나면 약속을 어기거나 얕은 수를 쓰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지점을 내려고 마음먹으면 씨티은행은 1년 안에 문을 열고 문제가 발생하면 나중에 보완하는 데 비해, HSBC는 지점 하나를 내더라도 오랫동안 준비하고 모든 조건을 따진다는 얘기다.

씨티은행과 HSBC은행 두 곳에서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김모씨도 『외국계 은행들은 단기에 성과가 오르지 않으면 포기하든지 다른 방향을 찾는다. 그러나 HSBC는 수십년간 손해를 보더라도 한번 믿었으면 좀체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등 대부분의 외국계는 철저히 상업적인 마인드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만 HSBC는 릴레이션십(Relationship)으로 장사한다는 말이다. HSBC는 자본만 영국자본일 뿐 아시아은행과 다를 바가 없어 현지 적응력이 탁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나라가 졸지에 IMF 사태를 맞으면서 세계 모든 금융기관이 빚독촉을 해대던 98년 초. 영국의 대한(對韓)채권단은 만기 도래하는 한국의 단기채무를 연장해주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때 채권단 간사은행이 HSBC였다. 또 지난해 내쇼날 웨스트민스트, 로이드 등 영국계 은행이 모두 한국에서 철수했을 때 끝까지 남아 있었던 곳은 HSBC뿐이었다.

서울은행이 HSBC에 매각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은 다름아닌 국내 기업의 부실여신 처리문제였다. HSBC가 소위 돈 안되는 부문을 과감히 정리해버리겠다고 나설 경우 우리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협상을 맡았던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나 HSBC 관계자는 똑같이 이렇게 말했다.

『하루 이틀 장사하러 들어오는 사람들은 아니다. 수백년을 보고 한국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점포 축소나 인원 감축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뉘앙스의 답변을 했다. HSBC은행이 현지화에 가장 탁월한 능력을 갖춘 다국적기업이라는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본다면 이들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부실은행 인수 성공사례

HSBC가 덩치를 키워가는 전략 중 하나가 부실은행을 인수, 정상화시키는 방식이다. 가장 성공한 케이스는 92년 영국 미들랜드은행 인수다. 이 은행의 고객수는 개인 500만명, 법인 50만개였다. 영국에만 1700여개 점포를 갖고 있다. 이런 미들랜드은행이 HSBC에 흡수될 당시 세전 총자산대비 수익률(ROA)이 0.3%에 불과했다. 현재의 국내 은행과 비슷한 상태였다고 보면 된다.

HSBC는 이런 미들랜드를 인수해 98년 말 ROA를 1.63%까지 올려놓았다. 94년 이후 은행의 최대 수익원인 이자 마진율이 0.24% 하락했으나 비용축소를 통해 이를 상쇄시켰다. ING베어링사는 이를 『HSBC의 신용관리문화, 효율성 높은 관리 덕분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 HSBC가 인수한 은행이 두 군데나 있다. 브라질 바메린데스은행과 아르헨티나 방코 로버츠은행이다. 이 두 은행의 인수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면 HSBC가 국내에 와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추론해볼 수 있다.

먼저 브라질 바메린데스은행의 경우 부실대출이 많아 유동성 부족으로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던 은행이었다. HSBC는 95년 바메린데스 지분 6%를 인수했고, 97년 총 9억6000만달러를 들여 이 은행 지분 100%를 사들였다. 우연인지 몰라도 서울은행과 유사점이 많다.

이 은행을 사들일 당시 브라질내 대출 점유율은 1.6%, 예금점유율은 2.4%에 불과했다. HSBC는 은행을 인수한 후 가장 먼저 고객층을 세분했다. 중산층 이하 개인고객과 중소기업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또 자신들의 각종 금융 노하우와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도입, 은행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이때 HSBC가 내놓아 히트한 상품은 3일내 대출을 승인해주는 주택금융상품, 신용카드이체 잔고프로그램(Credit card transfer balance program), 광범위한 보험 상품 등이다. 또 신용카드 수수료도 전세계에서 가장 낮게 적용했다. 세계 최초로 HSBC가 시작했다는 폰뱅킹과 PC뱅킹 노하우도 도입됐다.

아르헨티나 방코 로버츠은행 인수 때는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기업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당시 대부분의 은행들이 외면하던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도 과감히 늘려나갔다. 전화로 상담하고 대출이 결정되는 30년짜리 주택자금대출상품도 나왔다. 점포도 62개를 손질하고 28개를 새로 신설했다. 한마디로 부실은행을 인수해 엄청난 자금과 기술을 집중 투자한 것이다.

선진금융기법에 막대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HSBC라 할지라도 언제나 「잘 나간다」는 법은 없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2월23일자에서 아시아 경제위기와 홍콩 경제의 침체로 HSBC가 급속히 부실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HSBC가 홍콩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 액수는 총 30억3000만 달러에 달하고 홍콩내 대출자산의 경우 3.8%가 부실채권이라는 것. 이 바람에 부실채권 준비 적립금이 97년 10억1000만 달러에서 98년에는 26억4000만 달러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또 올해도 HSBC의 부실채권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홍콩경제가 악화 일로에 있다. 홍콩 기업치고 HSBC와 거래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부도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중국에 대한 대출이 많은 것도 HSBC에는 부담이다.

물론 이에 대한 이견도 있다. 홍콩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부실채권이 정말 회수불능 상태로 간다손 치더라도 HSBC는 어떤 식으로든 이를 회수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도 많다. 홍콩과 중국에서 134년 동안 장사하면서 HSBC와 중국 정부·화교 간에 쌓아올린 밀월관계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그런 분석의 배경이다.


「한뼘만큼의 서비스 차이」

HSBC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면 정말 「고질라」가 될까. 먼저 국내에 진출해 있는 HSBC은행이 구사하고 있는 금융기법과 상품 몇 가지를 들여다보자.

먼저 주택금융부문. 국내 최대 주택금융기관이라고 하는 주택은행처럼 장기 대출해준다는 기본 골격은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가 있다. 우선 대출심사 기준이 다르다. 국내 은행들은 담보에 의존한다. 담보만 있으면 정해진 대출한도 안에서 일정액의 돈을 빌려준다.

그러나 HSBC는 담보를 보지 않고 상환능력을 본다. 아무리 비싼 부동산 담보가 있더라도 대출이 회수되지 않을 수 있다. 미래소득이 불투명할 경우 이 부동산 담보는 하루아침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HSBC는 대출자의 미래 상환능력과 그 지속성을 중시한다.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아 무료로 보험에 들어준다. 예금자에게만 보험에 들어주는 우리나라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만일의 경우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대출금은 보험에서 챙기고 담보물은 대출자에게 도로 돌려주는 성의까지 발휘한다. 그래서 HSBC은행 담보물건이 성업공사에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금리도 우리나라는 20년 동안 고정금리를 적용하지만 이들은 3개월 단위로 금리를 시장에 연동시킨다. 요즘같이 금리 인하기에는 고객들에게 절대 유리하다. 우리나라 은행들처럼 금리 인하기에는 약정 금리를 그대로 적용하고 금리가 올라가면 따라 올리는 행태는 없다.

HSBC는 자체 인공위성을 갖고 있다. 물론 씨티은행 등 다른 유수 금융기관도 보유하고 있다. 자체 인공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미래 금융거래에 상당한 무기를 갖춘 셈이다. 모든 거래가 실시간에 세계 각국에서 착오없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신용도 완벽하게 보호된다. 해커의 침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막상 고객 쪽에서 보면 국내은행과 그다지 차이 나는 게 없어보인다. 이에 대해 HSBC 관계자는 『국내의 각종 규제가 풀리면 HSBC의 첨단 금융기법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리고 확연히 차이 나는 게 있다고 한다. 이를 「한뼘만큼의 서비스 차이」라고 표현했다. 고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 고급 서비스라는 말이다.

HSBC의 첨단기법이 개별 은행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또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는 전문가도 있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박사는 『은행에 대한 정부 간섭이 줄어든다는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연 수백억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정부 말 한마디에 금리를 내리는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김박사는 이외에도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HSBC는 선진 금융기법을 동원해 증권 보험 등 각종 금융상품을 모두 취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아무튼 국내 은행에 끼칠 영향과 관련해 씨티은행 고위 관계자의 말은 시사점이 크다. 이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11개 지점으로 국내 은행에 엄청난 충격을 줬는데 서울은행의 수백개 네트워크에 HSBC의 노하우가 합쳐지면 그 충격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더구나 정부가 약속한 금융기관의 예금자 보호시한이 2000년으로 끝나게 된다. 고객들은 이기적이어서 안전성과 수익성을 쫓아 다닌다. 그렇다면 그 대상은 어디가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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