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개혁’에 한 목소리

    【 캠퍼스 이슈】'97대학 총학생회 선거


    《전국 대학 총학생회가 막을 내렸다. 한총련 주도세력인 NL이 「연세대 사태」영향으로 주춤했고, 민중민주(PD)계가 급부상했으며, 비운동권 계열은 제자리를 지켰다. 97년 학생운동의 방식은 올해보다 유연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겨울 대학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각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

    대학가의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는 지난해 8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통일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연세대 사태」가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냉정히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최근 학생운동권에 대한 정부의 잇따른 강경조치 등 당국의 대학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또 올 연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학생운동권의 입장을 미리 들어본다는 측면에서도 정치권과 언론, 재야세력의 시선을 모으 기에 충분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연세대 사태」 이후 학생운동권의 폭력성과 이적성 등이 표출되면서 학생운동권의 몰락을 점치기도 했다.

    현재 한총련 가입 4년제 대학은 1백43개.

    이 가운데 신학기인 3월에 선거를 실시하거나 학내 사정으로 선거가 연기된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전국 1백28개 대학에서 선거를 끝냈 다. 결과는 NL(National Liberation, 민족해방) 그룹이 전체의 과반수가 넘는 78개 대학(60.9%)에서 당선돼 여전히 학생운동의 주류세 력으로 남았으며, PD(People’s Democracy, 민중민주) 계열이 17개 대학(13.3%), 「21세기 진보학생연합」(이하 21세기 학생회)이 10개 대학(7.8%), 그리고 비운동권이 23개 대학(18%)에서 각각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번 선거에서 NL그룹은 「자주적 학생회」와 「사람사랑 학생회」, PD계열은 「좌파연합」과 「학생연대」 등 각각 2개 정파로 나뉘어 선거전에 임했다. 이에 따른 대학별 당선자는 NL그룹 주류인 「자주적 학생회」가 한양대 동국대 건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 단국대 홍익대 등 서울시내 주요대학과 전남대 충남대 동아대 영남대 등 전국적으로 62개 대학을 석권하며 수적으로 여전히 우위를 점했다.

    NL 온건파인 「사람사랑 학생회」는 경희대 서울교대를 비롯, 경기와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14개 대학에서 총학생회장에 선출됐다. 또 PD계열은 다양한 노선을 하나로 묶어 학교별로 공동후보를 출마시켰던 「좌파연합」이 고려대 한국외대 성신여대 전북대 인하대 등 14개 대학을 석권했으며, 「PD계열 공동후보단」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던 「학생연대」가 부산대 등 3개 대학에서 각각 학생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약진이 두드러진 「21세기 학생회」는 서울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경북대 등에서 당선자를 배출했으며 비운동권은 연세대를 비롯, 충북대 호남대 경상대 경남대 등에서 새 총학생회장에 등극했다.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일부 언론과 당국에서 예상했던 학생운동권의 전반적인 몰락은 오지 않았다. NL과 PD, 21세기 등 학생운동권 정 파들은 전국적으로 1백5개 대학(82%)에서 총학생회장에 당선돼 여전히 학생운동권의 총학생회장 당선비율이 높았다.

    투표율 예년보다 약간 하락

    일반 학생들이 학생운동의 과격성에 염증을 느껴 투표율이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PC통신 이용자 등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제기됐던 조직적인 투표불참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투표율은 평균 55% 가량으로 지난해보 다 약간 낮아졌다. 서울지역과 지방 주요대학의 전반적인 투표율은 50∼55%로 예년과 비슷했으나 지방의 중위권 대학은 예년보다 약간 낮은 55∼60%대에 머물렀다.

    또 지방의 신설대학과 산업대학 등에서는 투표율이 40% 안팎에 불과해 전체적인 투표율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선거를 전국적으로 조사 분석한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전대기련) 중앙집행위원 李俊夏씨(24)는 『대학선거의 전반적인 투표율 하락은 신세대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90년대 들어 계속되고 있는 추세』라며 『올해의 경우 추운 날씨 탓도 한몫했을 것』이 라고 분석했다.

    반면 투표율이 오히려 상승한 대학도 많았다. 서울대는 지난해 투표율이 50%에 미달돼 재투표를 실시하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54.5%의 투표율을 보였다. 고려대에서도 55.5%의 투표율로 최근 4년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8월 사태」의 진원지인 연세대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유세 때마다 5백∼6백여명의 학생들이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장에 나와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선거가 신학기로 연기된 대학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사례는 해마다 몇몇 대학에서는 항상 발생했던 일이 다. 다만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의 경우 후보로 나서는 학생이 없어 선거가 연기된 사례는 예년보다 많았다.

    이는 「연세대 사태」로 운동권 학생들이 대거 구속된 데 기인한다. 선거를 앞두고 터진 자주대오사건, 민족해방군사건 등 대학가 운동권 조직 사건으로 출마 내정자가 연행된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의 한 관계자는 『언론보도만큼 선거 분위기가 냉각되진 않았다』면서 『학생운동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연세대 사태 이후 학생운동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 속에 많은 논쟁이 벌어졌고, 그만큼 선거에 관심이 높았다.

    주로 도서관 앞에 대자보가 붙는데, 출마자들의 선전물 외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 등의 명의로 일반 학우들이 대자보를 통 해 많은 의견을 개진했다』고 전했다.

    『NL그룹 한총련 주도는 계속될 것』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타난 특징은 대략 4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한총련 주류세력인 NL그룹이 지난해만큼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채 예년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반대로 「좌파연합」 「학생연대」 등 PD계열과 「21세기 학생회」가 NL그룹의 공백만큼 당선자가 늘었다.

    90년대 초까지 NL과 PD로 대별되던 학생운동 노선이 크게 5개의 정파로 분리돼 선거에 나선 점도 특이한 현상이었다. 「자주적 학생회」 「사람사랑 학생회」 「좌파연합」 「학생연대」 「21세기 학생회」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 올 하반기 공안당국의 대대적인 학생운동권 수사에 따라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던 비운동권 바람이 「미풍」에 그쳤다는 점도 올해 대학가 총학생회 선거에 나타난 특징이다.

    먼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한총련 주류세력인 NL그룹이 지난해처럼 각 대학 선거를 「평정」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 90여개 대학을 석권하며 「천하통일」을 이루었던 NL그룹은 이번 선거에는 78개 대학에서 당선되는 데 그쳤다. 신학기인 3월에 선거를 실시하는 15개 대학이 남아 있긴 하지만 80여개 대학에서 당선됐던 지난 95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메이저 캠」과 부산대 전북대 경북대 강원대 충북대 경상대 등 대부분의 지방 국립대학에서 낙선해 내용상으로는 더욱 열세를 면치 못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가지다. 한총련의 통일 편향적인 운동방식에 대한 「심판」이라는 견해부터, 공안당국의 전면적인 이데올로기 공세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대학가 선거를 줄곧 취재했던 「한국대학신문」 취재부 崔秉燮기자(28)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 8월 연세대 사태 이후 하반기 내내 공안당국의 탄압이 한총련 주류세력에 집중되면서 NL그룹의 조직력과 활동력이 약화됐다. 이 기간에 대학에 1백여차례 공권력이 투입됐고, 6백여명에 달하는 구속자가 나왔다. 또 당국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일부 언론의 일방적인 脫운동권식 보도, 특히 때마침 터진 무장간첩 사건은 대중정서상 NL그룹에는 적잖은 감표요인이었다. 반면 연세대 사태는 수사당국의 무리한 대응으로 오히려 운동권이 동정을 받아 NL그룹의 득표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총련의 경직된 운동방식에 경종

    한총련 대변언론실장 田榮錫씨(26)는 『지난 94년 공안당국의 주사파 탄압 때도 NL그룹의 당선이 저조했으나 95년 선거에서는 노태우씨 비자금 문제, 5·18 특별법 제정, 민주노총 결성 등 사회적인 현안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이를 만회했다.

    상황은 94년과 비슷하다』며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했다. PD계열과 21세기, 비운동권 등 非NL계열에서는 당연히 『한총련의 경직된 운동방식에 대한 경종』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NL그룹이 주도했던 한총련의 구도는 변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협의체였던 과거 전대협은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에게만 의결권을 주었다. 그러나 연합체로 바뀐 한총련은 단과대 학생회장에게까지 대의원 자격을 주었다.

    총학생회장 수보다 훨씬 많은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에서는 NL그룹이 월등한 조직력을 앞세워 예년처럼 대거 당선됐다. 사실 비운동권은 물론 학생운동권의 非NL계열은 단과대 학생회장까지 석권할 역량은 부족하다.

    현재 한총련의 대의원 수는 총 1천8백여명. 이 가운데 NL그룹의 대의원 수는 1천여명 안팎으로 관측된다. 관례적으로 한총련 대의원대회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 비운동권과 특수대학 학생회장을 제외하면 NL그룹의 대의원 수는 전체의 7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NL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한총련 활동의 위축이나 퇴조는 없을 것이며 예년과 다름없는 활동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 다.

    한총련의 고민은 정작 다른 데 있다. 주요 대학에서 대거 낙선하는 바람에 한총련 의장을 비롯, 조국통일위원장, 학원자주화위원장, 대변인, 서총련 의장 등 이른바 「5대 보직」을 맡길 만한 마땅한 대학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총련 의장은 학생운동의 특성상 「인물」보다는 지역 사정과 학교의 역량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데 현재로선 서총련(서울)과 남총련(광주·전남)에서 떠맡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남총련은 지난해 의장을 역임하면서 역량의 「소모」가 많았고, 서총련은 서울대와 연·고대의 낙선으로 한총련 의장에 적합한 후보가 없다는 것이 고민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전대협과 한총련 의장을 3번이나 맡았던 한양대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한총련 의장 물망에 오르고 있는 한양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鄭永薰씨(23·법학과 4년)와 나눈 이번 선거에 관한 일문일답.

    「중앙집중의 상명하달식 체계 바꿀 터」

    ―선거를 치른 소감은.

    『전반적인 관심도가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투표율은 54%로 예년에 비해 낮지 않았다. 연세대 사태와 학내 복지문제 등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9년 동안 「자주적 학생회」가 당선되다가 95년 선거에서 패했는데 학우들 사이에 다시 한번 자주적 학생회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 같다. 공안당국의 학생운동 탄압에 분노를 표시하는 학우들도 많았다. 학우들은 통일운동과 학생운동에 지지와 애정을 보냈다』

    ―선거결과 주요대학에서 NL계열이 많이 패했다. 연세대 사태의 여파인가.

    『연세대 사태가 학우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쳤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연세대 사태가 크게 쟁점화됐던 대학에서 자주적 학생회가 당선된 곳도 있다. 한총련의 이적성 시비와 공안당국의 대대적인 학생운동권 탄압으로 자주적 학생회가 많은 상처를 입었다. 94년 「주사파 탄압」 때도 이번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으나 95년 5·18 특별법 제정 투쟁을 거치면서 신뢰를 회복해 95년에는 대거 당선될 수 있었다』

    ―연세대 사태로 한총련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또 PD진영에서도 한총련의 운영방식이 폐쇄적이고 경직돼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올해 한총련이 해결해야 할 우선적인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는 한총련을 사랑하기 때문에 학생운동을 변화시키고 한총련을 혁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총련의 이적성과 폭력성은 보수언 론과 공안당국이 조장한 것이다. 실제로 더 큰 문제는 한총련 운영의 문제다. 조직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학우들의 의견수렴과 의사소 통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고 중앙집중의 상명하달식 체계로 흘렀다. 소수 정파의 의견을 담아낼 공간이 부족하고 그들의 비판만큼 한총 련이 경직돼 있다면 당연히 해결할 과제다. 조직혁신과 간부혁신이 중요하다. 그러나 자주·민주·통일이라는 대원칙이 흔들릴 수는 없다. 한총련은 우리 사회의 변혁운동을 주도하는 학생대중조직이다. 다시 한 번 학우들을 생활·학문·투쟁의 중심에 세우겠다』

    ―97년 연말 실시되는 대선에 대한 학생운동 진영의 입장은.

    『민주화의 과제, 역사청산 문제 등 대선 과정에서 거론할 이야기들이 많다. 그리고 조국통일과 민중의 어려운 삶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만한 후보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유도해야 한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모 으면 모을수록 승리 가능성은 높아진다. 운동권의 작은 견해차이는 변혁운동의 발전을 위해 해소해야 한다』

    ―한총련 의장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총학생회 출마때도 그랬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는 돼 있다. 만약 의장으로 선출된다면 다시 한번 학생운동이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다. 특히 어느때보다 힘든 시기이므로 운동권의 사소한 견해차이를 넘어 「통큰 단결」 을 이룩하는 데 앞장 서겠다』

    주요대학 非NL계열 당선 많아

    PD계열과 21세기학생회 등 이른바 한총련 비주류 세력의 당선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이번 선거의 특징 가운데 하나.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자가 12개 대학에 그쳤던 PD계열은 올해 17개 대학에서 당선됐다. 3월에 선거를 치르는 15개 대학이 남아 있어 PD계열은 21개 대학을 석권했던 지난 95년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95년 선거에서 서울대 부산대 영남대 효성여대 등을 휩쓸며 무려 12개 대학에서 당선, 선거돌풍을 몰고 왔던 21세기학생회는 올해 10개 대학에서 당선, 지난해의 부진(4개 대학)을 만회했다.

    특히 21세기학생회는 현존하는 학생운동 정파 5개팀이 모두 출마해 치열한 각축을 벌였던 서울대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돼 인상적인 결과를 얻었다. 21세기학생회도 3월 선거에 총력을 집중, 95년 「신화」의 재현을 꿈꾸고 있다.

    PD계열과 21세기 학생회는 노선과 주요전략에서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한총련 개혁」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한총련의 운동방식이 친북적 통일운동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며 연대블록 형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특히 총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노선이 다양한 PD계열을 한데 모아 선거에 임했던 「좌파연합」은 97년 2∼3월로 예정된 한총련 의장 후보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전국 70여개 대학에서 PD계열 후보들이 모여 만든 「대학과 학생운동 재구성을 위한 전국 공동후보단」은 선거과정에서 한총련 의장 선거에 자파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공약했었다. 여기에 「21세기 학생회」와 「학생연대」 일부 비운동권 등 비한총련 세력이 지지를 보내 기존 한총련 주류세력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한총련 의장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들이 연합한다 해도 30여개 대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도 「당선」보다는 경선 과정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데 주력하고 있다.

    비한총련 그룹의 공조체제가 97년 한해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우선 PD계열부터 강령과 투쟁노선이 서로 다른 여러 분 파로 나뉘어 있어 행동통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장정 학생연합」 「공동체 학생연대」 「전국학생연대」 「전국 학생정치연합」 「전국학생투쟁본부」 「젊은벗 그룹」 「국제사회주의자(IS) 그룹」 등이 학생운동권에 현존하는 PD계열의 정파들이다. 「한총련 비판」을 모토로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결성됐던 「공동후보단」에도 「공동체 학생연대」가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 ) 결성」을 주장하며 참여하지 않았다.

    한총련 중앙상임위원 자격이 주어지는 각 지역 총학생회연합(지역총련) 의장의 경우 서울 북부총련 의장은 7개 대학 가운데 6개 대학을 휩쓴 PD계열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서울 북부총련은 전통적으로 PD세력이 강세를 보인 곳으로 몇 차례 의장을 맡은 적이 있다.

    그러나 PD계열이 내심 욕심을 내는 곳은 강원지역(강총련)이다. 강원대와 강릉대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PD계열이 강총련 의장에 선출된 다면 비NL계열로는 지역총련 사상 처음 있는 일이 된다. 하지만 객관적인 상황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21세기의 경우 경북대 등 3개 대학을 장악한 경북지역에서 의장 후보출마를 고려했다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포기했다.

    PD계열 「공동후보단」 단장으로 한총련 의장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한 고려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池炫燦씨(24·서어서문학과 4년)를 만났다.

    ―NL그룹의 아성인 고려대에서 6백67표라는 적지 않은 표차로 당선됐다. 승리의 원동력은. 『흩어진 좌파세력(PD계열)이 뭉친 데 있었다. 96년 상반기부터 좌파는 공동투쟁을 전개했다. 우리들의 주요 구호는 학생회 혁신과 한총련 강화였다. 특히 한총련 개혁에 무게를 두었다. 차별적인 공약으로는 대학의 급진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학이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대사회적인 문제제기 집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교육재정 확보, 교육환경 개선, 교육내용 강화 등 대학 전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이번 선거결과 주요대학에서 PD계열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어떻게 보는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방의 군소대학들은 조직력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어 NL계열이 유리하지만 국립대 등 큰 대학에서는 조직보다는 논쟁으로 선거전이 진행된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NL의 더 큰 패배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한총련 개혁이었다. 이런 점에서 학우들은 한총련에 보다 큰 개혁을 바란 것이다』

    다양해진 학생운동노선

    ―그렇다면 한총련은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

    『우선 한총련은 하나의 운동과 사상만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운동, 다른 기류에 대해서는 배타적이다. 「통일」이라는 관성화된 운동으로 10년 동안 일관했으나 분명히 한계가 보인다. 과거에는 「민주」라는 통합담론으로 모든 학생운동권이 하나의 수직적인 체계 로 모일 수 있었다. 그러나 환경, 여성, 정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와 권리를 주장하는 현 시기의 운동은 하나의 통합담론만으로 움직일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배타시한다면 이는 「저항」으로 만들어지기보다는 하나의 관심거리에 머물고 만다. 한총련은 이러한 문제를 민중연대의 관점에서 통합담론으로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같은 문제를 부차적으로 치부한다면 더 이상 학생운동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한총련의 형식적인 구조개혁보다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실질적인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 이 필요하다』

    ―한총련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는데.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을 통해 한총련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한총련은 백만학도의 학생운동 대중조직이다. 정권과 보수언론 등 학생운동을 음해하는 세력에게 오해의 소지를 주지 말아야 하겠다. NL그룹도 한총련 개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올 상반기에는 노동법 개악투쟁, 민주주의 압살 투쟁, 교육재정 확보투쟁 등 한총련 주류세력과 공동투쟁 사안이 많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反한 총련 분위기는 전혀 없을 것이다』

    ―한총련 의장후보로 출마할 경우 학생운동의 단결 분위기를 해친다는 지적이 있을 텐데.

    『두 가지 의의가 있다. 과거 민주―반민주의 구도에서는 한총련 의장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쟁을 통해 한총련의 비판과 반성을 모색해야 한다. 또 하나는 학생운동 내부의 논의를 외부로 표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는 비합법적 투쟁방식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들의 논의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검증받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의 또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운동권 후보의 난립이다. 93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같은 현상이 올해는 더욱 두드러졌다. 기존 NL―PD로 양분됐던 학생운동권이 크게 5개 정파로 분리돼 출마한 것이다. 특히 서울대,경기대, 한양대(안산), 아주대 등에서는 같은 NL그룹인 「자주적 학생회」와 「사람사랑 학생회」가 동시에 출사표를 던져 이채를 띠었다. 지난 94년 선거부터 등장했던 「사람사랑 학생회」가 주류 NL인 「자주적 학생회」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대학가의 학생운동 노선은 크게 NL그룹(NLPDR의 약칭,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과 PD계열(AIAMCPDR의 약칭, 반제반독점 민중민 주주의혁명), 그리고 21세기 진보학생연합 등 3개 정파로 구성돼 있다. 우선 NL그룹의 사상적 배경은 주체사상이다. 한국사회의 성격 을 「분단」에 근거한 「민족모순」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주·민주·통일을 기본 강령으로 삼고 있다. NL그룹 내 「자주적 학생회」는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과 연방제 통일,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주장한다. 이들이 이른바 「주 사파」로 불리고 있으며 한총련 주도세력이기도 하다.

    「사람사랑 학생회」는 NL그룹 내에서 「자주적 학생회」와 통일운동의 방법론에 이견을 보이며 94년 선거 때 독자노선을 선언했다. 남북한과 미국간의 3자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등 「자주적 학생회」보다 통일운동의 실천에서 온건한 주장을 하고 있으며 민중지향적인 성향이 짙다. 이 때문에 항간에는 「NL식 사민주의」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해 고려대와 전북대에서 당선하여 주목을 끌었으나 올해는 경희대 등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PD계열은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한 학생운동 조직이다. 한국사회의 기본성격을 노사간의 계급모순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노동운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88년 5월 서울대에서 「서울지역 민주화투쟁학생연합」 결성식을 갖고 처음 등장한 이래 NL그룹과 함께 80년대 말부터 학생운동의 양대 조류를 형성하고 있는 학생운동 제2의 세력이다.

    「교육소비가 주권운동」

    일반적으로 「좌파」로 불리는 PD계열은 총학생회 선거 때마다 한 대학에서 2∼3개 정파가 난립, 「행동통일」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한총련 해체와 「전총협」 결성을 주장하는 「학생연대」가 공동후보단을 결성했던 「좌파연합」의 한총련 개혁노선 에 반기를 들고 독자노선을 택했다. 그러나 PD계열 각 정파들의 노선차이는 크지 않으며 이론적 골간도 엇비슷하다.

    지난 94년 대학가 선거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21세기 진보학생연합은 「인권과 생태적 가치」를 이념으로 유럽식 사민주의의 한국화를 주창하고 있다. 기존 NL과 PD 노선을 비판하며 학생운동의 제3세력을 표방하고 있으며 통일운동이나 노동운동 못지않게 환경 이나 지역, 성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운동의 실천방식으로 「비폭력 직접행동」을 내세우며 합리적 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21세기 진보학생연합의 대표주자로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1천6백63표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된 李碩炯씨(26·고고미술사학과 4년)가 바라보는 학생운동의 위상은 어떤 것일까.

    ―많은 관심 속에 40%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소감은.

    『그만큼 부담이 크다. 큰 이야기보다는 현장참여 직접행동과 교육소비자주권운동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것이 주효한 것 같다』

    ―독특한 공약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타후보들과 많은 논쟁에 휘말린 것으로 안다.

    『21세기 진보학생연합의 운동방식이 자발성에 의존하는 개인주의적 운동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현장참여 직접행동에서 말하는 「비폭력」은 합법적인 투쟁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신체에 해를 끼치는 폭력은 쓰지 않겠다는 것으로 인간생명사상을 중시하는 적극적인 비폭력을 의미한다. 문제제기 방식은 화염병을 들기 보다는 이순신장군 동상에 가스마스크를 씌워 공해문제를 제기하는 식으로 모순이 발생하는 현장에서 상징적인 시위를 벌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교육소비자 주권운동의 경우 자본주의 이념에서 나온 발상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소비자 주권운동은 원래 반자본주의 운동에서 생겨난 것이다. 셔틀버스나 구내식당 등 학내 편익시설을 소비자인 학생 위주로 바꾸어 우리의 권리를 찾자는 것이었다』

    ―연세대 사태와 한총련에 대한 견해는.

    『전대협, 한총련 10년의 역사와 학생운동의 정통성은 인정하고 계승해야 한다. 하지만 연세대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노선과 실천방식 에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총련은 워낙 조직이 방대하다보니 내부적으로 관료적이고 비민주적인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의견수렴과 의사결정 구조에서 소수의견이 많이 무시되고 있다. 내부에 절차적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운동방식에서도 통일운동도 중요 하지만 무리한 방식, 즉 군중동원의 거리시위 방식보다는 일상적인 통일운동으로 학생운동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총련 의장 후보로 나설 생각은 없는가. 한총련 활동에 임하는 자세와 각오를 밝혀달라.

    『현실적으로 21세기 학생회가 직접 의장 후보로 나설 수 있는 힘은 부족하다. 그러나 좌파 등 비NL계열과 연대할 생각이며 좌파후보를 비판적으로 지지하겠다. 중요한 것은 의장 선출 과정이 학생운동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을 우려해 한총련 비판을 삼가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통일운동은 합리적인 방식을 건의하겠다』

    ―97년 대선을 앞둔 21세기의 전략은.

    『누가 어떤 당에서 후보로 출마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97년 대선 이후에는 3김 정치가 끝날 것이며 이후에는 한국정치에 희망이 보일 것이다. 우리는 4·11총선 때처럼 당이나 인물과 관계없이 과거청산과 사회적 소수자 차별폐지 등 「후보자 약속운동」을 펴겠다. 대선에서도 우리의 주장을 해결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겠다. 전국연합과 민주노총, 한총련 주류와 논의를 통해 가급적이면 단일안을 마련하겠다』

    연세대 당선자, 한총련 탈퇴 선언

    이번 선거를 앞두고 대부분의 언론은 비운동권이 득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 직전인 지난해 11월4일에는 연세대에서 홍익대 총학 생회장 洪大吉씨(27·경영학과 4년) 등 「학생회 개혁을 요구하는 신촌지역 학우들의 모임」이 기자회견을 갖고 『비민주적이고 폐쇄 적으로 운영돼온 한총련 주도의 총학생회를 개혁한다』면서 총학생회장 공개모집에 나서 비운동권 「바람」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비운동권은 전국 23개 대학에서 당선돼 지난해 19개 대학보다는 약간 늘었으나 예년의 25∼30개 대학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또 연세대와 충북대, 단국대(천안), 경상대 등 4∼5개 대학을 제외하면 각 지역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은 대학들이 많았다.

    또 비운동권으로 분류된 대학 가운데는 어느 정도 운동권 성향을 띠고 있는 대학도 있다. 비운동권은 지난 90년 전국적으로 30여개 대학에서 총학생회장에 당선되며 전국조직을 결성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으나 취재기자에게 촌지를 돌리고 운동권 학생들을 상습 적으로 폭행하는 등의 행동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방의 일부 대학에서는 비운동권 후보측의 폭행으로 선거판이 얼룩진 곳도 있었다. 강원도 K대학에서는 비운동권 후보측이 총학생회장에 입후보하려는 운동권의 출마를 실력으로 저지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는 학생운동을 건강하게 비판하는 순수 비운동권 후보의 도덕성에도 구정물을 끼얹었다. 몇몇 대학에서는 비운동권이 몰락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계명대에서는 NL그룹 후보가 비운동권 후보를 무려 1천8백여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수원대에서는 비운동권 후보가 PD계열 후보에게 이 대학 선거사상 가장 큰 표차로 지고 물러났다.

    그러나 「한총련 사태」의 현장인 연세대 선거에서 비운동권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은 이번 선거 최대의 이변에 속한다.

    연세대 당선으로 비운동권은 나름대로 대학가에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올해 학생운동권에 얼마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당선 자체만으로도 기존 학생운동권에 일정한 타격을 가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韓東洙씨(26·법학과 4년)와 나눈 일문일답.

    ―총학생회장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총학생회장을 공개모집하던 「신촌지역 학우 모임」에서 제의가 들어왔으나 거절했다. 학교상황도 어려운데다 총학생회장 활동이 워낙 험난한 길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모임의 취지가 너무 좋아 출마를 결심했다. 사실 졸업도 한 해 미루며 출마한다는 것이 보통 결단은 아니었다』

    ―총학생회장에 출마하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했었나.

    『평범한 복학생이었다. 다만 지난해 봄 노수석 학우 사망사건 때 한총련과 별도로 구성됐던 법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잠깐 일한 경험 이 있다. 복학생이라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았다』

    ―기존 운동권 후보들에 비해 조직력에서 크게 뒤졌을 텐데, 당선 요인은.

    『소란한 마이크 유세와 「선동대」 동원을 피하고 주로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많은 학우들을 직접 만났다. 참신한 이미지와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가 통한 것 같다. 승인은 「한총련 사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결과로 본다. 우리의 당선을 두고 「한총련을 심판했다」는 식으로 전하는 언론보도는 심한 표현이다. 다만 이제 대학가에서 시각을 달리하며 다른 부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신촌의 퇴폐문화 개선하겠다」

    ―한총련의 운동방식에 대한 견해는.

    『학생운동은 필요하다. 그러나 한총련은 뜻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 같다. 경찰이 폭력을 사용한다고 우리도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폭력을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또다른 폭력행위다. 한총련 조직이 체계적이고 일사불란한 것은 좋지만 마치 상명하달식의 군대조직처럼 움직이는 모습에는 아쉬움을 느낀다. 통일논의는 조금 더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관심의 다변화가 있어야 한다』

    ―올해 한총련에서 활동할 생각은 있는가.

    『나에게 표를 던져준 학우들은 대부분 한총련 가입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한총련을 탈퇴하고 싶다. 개강하면 학우 들의 의견을 물어 탈퇴 여부를 결정하겠다. 한총련 활동으로 뺏길 시간에 학교문제를 하나라도 더 해결하겠다』

    ―만약 한총련을 탈퇴한다면 기존 학생운동권으로부터 큰 비난이 예상되는데.

    『운동권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비판이 있더라도 소신껏 일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가 한총련을 탈퇴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지방대학에도 비운동권 후보가 많이 당선됐다. 연대할 생각은.

    『같은 취지를 가진 학생들이 지방의 몇몇 대학에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연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게 된다면 또하나의 정파를 만드는 꼴이 된다.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정파를 초월해 연대할 수 있다』

    ―언론에서 「비운동권」으로 부르는데 어떤가.

    『비운동권이라면 학생운동을 반대한다는 말인데 학생운동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대외문제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옳지 않다. 운동권이다, 비운동권이다 하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념과 사상을 가지고 과격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비운동권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불만이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우리를 비운동권이라고 부르지 말고 평범한 학생이라고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올해 총학생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할 과제는.

    『우선 연세대 사태로 징계를 당한 학우들의 징계해제를 위해 노력하겠다. 또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 등록금 인상률을 1∼2% 깎는 것보다는 등록금의 씀씀이를 파악해 학우들에게 수혜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사치와 향락으로 물든 신촌문화를 바꾸는 일을 추진하겠다. 일반 학우들이 퇴폐적인 신촌문화에 묻혀 관성적으로 살아간다면 졸업하고 나서도 기성세대처럼 쉽게 보수화돼버릴 것이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우리는 특정 정치집단이나 정당에 대해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일을 지양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총학생회가 먼저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을 것이며 현안은 공론화하겠다. 설문조사와 강의실 방문 등을 통해 무관심한 학생들에게 현안설명을 자주 할 생각이다. 특히 여론 수렴을 위해 총학생회 산하에 민원국을 만들어 전용전화를 둘 생각이다』

    한총련 투쟁방식 유연해질 듯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가장 큰 공통점은 운동권이건 비운동권이건, NL이건 PD건 간에 학생들은 공히 학생운동의 변화와 한총련 혁신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지적하는 「학생회 혁신」의 내용이다.

    『한총련이 각 대학 총학생회에 「변하라」고 지령을 내릴 수는 없다. 학과 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총학생회 순으로 학우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이러한 모범적인 활동이 모이면 자연히 한총련도 민주적인 체제로 변한다』

    홍익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鄭爀男씨(23·경영학과 4년)의 지적이다.

    학생운동이 어떠한 변화를 모색하든 그 주체는 다름아닌 「학우대중」이다. 정치투쟁 일변도의 학생회를 비난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 또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생회가 주변에 산재한 학내문제에 더 치중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렇다고 학생회가 대중투쟁의 선도성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90년대 이후 만연되고 있는 대학의 脫정치화, 신세대 대학생들의 개인주의 경향은 대학의 민주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 80년대처럼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자신들의 대표기구인 학생회가 어떤 일을 해주었 으면 하는 바람이 점차 시들고 있는 것이다.

    전북대 신기현교수(정치학)가 지난 90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전북대생 의식조사」는 학생회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견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사에서는 「총학생회를 학생들의 순수한 자치기구로 보고 있다」는 비율이 41.6%에 그쳐 93년의 58.5%, 94년의 54.7%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어쨌든 올해 학생운동은 한총련 주도세력의 기본 노선과 원칙은 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투쟁방식은 어느 정도 유연해지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동국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具奬朱씨(26세·야간경영학과 4년)는 『학생운동이 위축됐다고 당장 변화를 갖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투쟁 전술은 학생들의 역량과 정세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며 융통성있게 대처할 것을 강조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각 정파의 당선자 수는 95년과는 다소 변화된 양상을 보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95년 학생회 선거 결과와 아주 흡사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해에는 5·18 특별법 제정과 노태우씨 비자금사건 등 초대형 정치 현안이 있었고, 학생들은 국면전환용으로 이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라는 굵직한 정치이슈가 있는 해다. 돌발적인 정세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학생들이 이에 얼마만큼 현명하게 대처할 것인지, 한국사회 변혁운동의 가장 큰 대중동원력을 갖고 있는 학생운동 진영은 지금 고민하고 있다.

    金 東 勳<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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