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요강 출품신청서 2010심사결과 당선작 전시회 라운드 테이블 토론회 Home




토론회 1부
토론회 2부

2010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 라운드 테이블 1부

<주제 1>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 5년의 성과와 평가
_2010.9.10 금 오후 2시 10분~3시 20분, 일민미술관 3전시실

발표자: 박영택(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 운영위원, 경기대 교수)
참여패널: 김현진(2010 심사위원, 독립 큐레이터),
     고원석(2009 당선자, 공간화랑 큐레이터), 황진영(2010 당선자, 독립 큐레이터)


-박영택 : 먼저 제가 간단하게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간 동아미술제 전시기획 공모가 5년의 시간을 지났다. 전시공모형태로서 전시기획을 담아냈다는 것이 이례적이고 실험적이랄까. 처음 출발한 이후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그간 5년 간의 동아미술제 공모의 양상을 정리해보고 동시대의 미술과 전시기획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선에서 발표를 하겠다. 발표 후에 패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하겠다.

알다시피 이전에는 작가중심의 미술운영이었다면 최근에는 작가의 작품보다는 전시기획의 담론이 더욱 핵심이 되고 있다. 우리 미술계에서도 전시기획, 큐레이터라는 용어는 아마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에 거론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당시는 큐레이터라는 명칭은 일반인들에게 낯설고 호기심을 가지게 했을 때였으나 현재는 많은 젊은 미술인들이 큐레이터 또는 전시기획자를 동경하고 꿈꾸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동아미술제는 앞으로 우리 미술계를 이끌어 나갈 중요한 전시기획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발표는 간단하게 요약한 것을 읽어나가고, 그 후 패널들과 말씀 나누고자 한다.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 5년의 성과와 평가

전시, 전시기획자
전시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으로써 창조와 감상자의 의미 있는 소통을 목표로 하여 펼쳐진다. 이전의 전시들은 작품이나 작가의 창조성에 기대는 형식이 많았지만 최근은 영화나 상품제작에서 보이듯이 ‘만들어지는’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시라는 것은 확정적인 결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미술문화의 효용과 존재근거, 시각문화 일반 속에서의 미술의 위치와 위상에 대한 논증의 한 과정이 된 것이다. 오늘날 전시라는 것은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동시대의 미술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거기에 대해 어떤 식으로 개입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성격을 띠게 되므로 하나의 전시기획은 작가와 기획자의 공동연구의 성격을 띠게 된다. 기획자는 작가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전시회에서 작가란 존재 못지않게 기획자의 이름, 위상이 중요해졌다. 오늘날 무엇보다도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기획자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시의 개념과 방향을 정하고 작가와 협력하여 전시를 만들어나가는 식으로 펼쳐진다. 우선 전시환경이 다양하고 심층적인 미술언어를 요구하기에 그럴 것이다. 그에 부응하기 위해 작가의 작품에 개념을 부여하고 포장하고 의미를 주고 디스플레이를 하여 세련되게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기획자의 능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기획자는 작가,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기획자는 작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존재다. 전시를 생산하는 주도적인 역할로 부상한 기획자는 작가와의 사이에서 화학적인 결합을 일으키는 것 이다.

현대미술과 전시기획, 큐레이터
오늘날 현대미술, 세계미술의 흐름은 비평적 의미나 관점의 제시를 넘어 문화적 이슈들을 실험하고 다양한 담론을 생산해 내는 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모더니즘 시각에 의한 이데올로기적 전시가 퇴화하고 전시의 구성요소는 더욱 가변적이 되어가며 작가 개인의 역할 또한 다기능적이고 조직적인 실천을 수행하면서 전시의 구체적 목적과 긴밀히 연결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큐레이터의 역할과 영향력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현존하는 문화 및 미술 논쟁의 기조에서 새로운 비평을 어떻게 개발하는 가이다. 그리고 이는 큐레이터들의 전시를 통해 새로운 예술경향을 접하며 그들의 이론에 따른 전시성격과 참여작가들 그리고 예술형태들을 떠올리면서 근접한다. 즉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결정하고 그것이 미술사적 자리매김을 하는데 있어 미술관 큐레이터와 독립 큐레이터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성을 띠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전시기획자들이 과연 어떠한 전시방법들을 창안했으며 그 방법들이 작가들의 미술사적 자리매김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가를 충분히 분석할 필요가 그만큼 커졌다. 큐레이터들은 작품(전시)을 소비자(대중)에게 접목시키는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 그들은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현실에 눈을 뜨고, 새 과정을 개발하고, 다른 맥락에서 작가와의 관계를 형성해주기도 한다. 그들은 작가와 함께 새로운 비평의 장을 창조해나가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전시 자체를 ‘배움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미술관과 개별 전시회간의 상호협동과 경제적 가치의 교환, 서로 다른 모델들 간의 충돌과 피드백 효과를 통한 연결고리의 형성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따라서 앞으로의 큐레이팅은 미술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와 장르뿐 아니라 간 학문적이어야 하며 하나의 삶의 프로세스이며 지식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현대미술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인 미술사, 미술관, 미술미디어의 세 가지 축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시다. 그만큼 전시를 빼고 현대미술을 생각할 수 없다. 오늘날 미술관 큐레이터는 사실상 전시 큐레이터를 지칭할 정도로 전후 현대미술에서 전시는 중요해졌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이제 비로소 그것에 주목하는 단계이다. 그런가 하면 미술관과 미술사, 전시의 유형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달라진 추이를 함께 반영해나가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끌어안고 있다. 근대의 소산인 미술관 문화, 전시, 큐레이터에 대한 개념정리와 이의 토대를 구축하는 작업이 요구되는 동시에 미술과 미술관에 대한 개념규정이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전망 속에서 이를 재정의 할 필요성 역시 커졌다는 얘기다. 따라서 미술사적 의미를 고정시키는 전시는 신화구조 속에 작가와 작품을 박제화시킨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적이며 동시에 오늘날 유행하는 키치와 대중문화에 몰두하는, 다분히 선정적인 센세이셔널한 이미지 전시는 보는 눈을 상당히 천박하게 만들 수 있고 또한 비평적 의미와 문화적 이슈들을 제시하는 일련의 전시들은 흥미 있는 반면 특정한 개념과 이론을 지나치게 설명, 주장하는 독단으로 흐를 위험을 보여준다.
전시는 무엇보다도 작가들이 존재하는 장소이며 그들의 표현의 장이다. 미술현장의 피부, 표면이 아니라 그 내용 자체를 구성하고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시대마다 작가들의 작업방식과 형태가 다르다면 당연히 이에 적절한 전시방법을 모색하고 탐구하는 것이 전시기획자가 안고 있는 과제일 것이다. 동시에 전시의 진정한 힘이나 배후의 프로세스 또한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이런 지점이 지나치게 취약하다 보니 전시와 전시기획자만 논의되고 뜨는 상황을 초래하고 모두가 다 전시기획자로만 활동하고 싶어 하는 일종의 거품을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재 한국에서 독립 큐레이터들이 증가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미술관다운 미술관이 부재하고 동시에 전문 큐레이터들이 없으며, 있다 해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미술관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인식, 그러니까 볼 만한 전시, 동시대의 흐름을 적절하게 포착하는 그런 전시와 비평과 담론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아울러 그런 능력을 갖춘 전문 큐레이터제 도입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현재 우리의 미술관과 화랑 오너들의 전시기획자, 큐레이터에 대한 인식이 저급하고 무지한 데 대한 불만들이 독립기획자로 독립하게 한다. 따라서 기존의 미술관이나 화랑에 소속되었던 큐레이터나 비평적 시각과 기획능력을 갖춘 작가들 스스로를 독립기획자로 나서게 하는 것이다. 둘째, 기존 미술관들과 화랑이 기획전시 기능을 축소하거나 폐쇄하고 있고 그만큼 작가들의 작품발표의 장과 작가로서의 살아나갈 조건들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자구책이 스스로 전시기회를 만들고 이슈를 생산하게 한다.
셋째, 이벤트성 전시가 급증하고 작업과 작가보다는 전시가 보다 중요시해지면서 전시기획자에 대한 욕망들이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미술대학에 관련학과가 개설되고 외국에서 미술경영과 행정을 공부하고 온 인력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전시기획자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들을 수용할 시설과 기관이 부재함에 따라 독립기획자로 부유할 수밖에 형편이다.
넷째, 이미지와 미술문화에 대한 수요욕망이 크고 그만큼 전시문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들이 스스로 판을 만들게 하는 경우이다.
다섯째, 기존 큐레이터, 미술사나 미학자들, 평론가들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불만에 따른 것이다. 현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글들, 상아탑에 갇힌 미술사적 지식들, 작업을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하다는 시각(비평가들의 안목은 작가들 눈의 정확성을 넘지 못해 불안하며 미술사가들은 전시의 현재형을 과거 속에 연결시키는 습성에서 젖어있다)이 스스로 판을 만들게 한다. 전문성에 대한 강한 불신이 초래한 결과들이다. 작가 겸 전시기획자들의 급증은 바로 그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현대미술이 개념적으로 흐르다 보니 전시형태와 방식이 자연스레 기존의 오브제성에서 탈피해나가기에 작품보다는 이론과 담론, 전시형태가 필요해지면서 자연스레 전시기획과 글이 작품을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대 작가들은 작품이 조형적으로 완성된 오브제라는 지난 개념에서 탈피하여 현실 속의 다양한 분야들을 예술과 연결하고 작업을 하나의 상황으로 제시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의 특성인 프로젝트작업, 비정착적 개념, 공간의 다양성, 관객의 참여, 공동작업 등의 다양한 예술형태의 작업이 부각되면서 자연스레 전시기획이 중요해진 것이다. 즉, 과학, 도시계획, 경제, 사회, 정치 등의 현실 속에서 그들이 체험한 주관성을 예술로 끌어들여 그것을 시각화한다. 니콜라 브리요가 말한 ‘관계성의 미학’말이다. 현실과 예술을 연결시키면서 작가와 관객이 함께 만드는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시와 기획자의 입김이 세졌고 권력화되어 가기까지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그 지점에서 작품을 둘러싼 심각한‘에러’가 발생한다. 즉 작품보다는 이론과 전시이슈 등이 앞서면서 작품의 진정성 내지는 완결성과 질적 수준, 그리고 개별 작가의 의미가 가려진다는 아쉬움이다. 작품은 단지 전시기획자의 개념을 보조하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전시기획자의 의도에 맞춘 혹은 전시기획자가 작품의 생산에 지나치게 간섭하면서 함께 만들어낸다는 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측면을 노정하고 있다. 어쨌든 이런 상황 속에서 독립기획자들이 부상하고 있는데 이들의 다채로운 활동들이 활기 없고 맥 빠진 우리미술계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생산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런 중심에 동아미술제가 자리하고 있다.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제는 1978년 출범하였다. 동아미술제는 그 동안 한국현대미술발전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장구한 역사를 지닌 동아미술제는 그 동안 '작가'를 대상으로 '작품' 공모를 해왔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미술계는 여전히 작가와 작품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2000년을 전후로 국제미술계는 '전시기획'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런 흐름에 따라 동아미술제는 2006년도부터 작품 공모에서 ‘전시기획 공모’로 바뀌었다. 작가전시로부터 기획전시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대적 추이에 맞춰 작가의 '작품'공모로부터 전시기획공모로 그 체제를 바꿔 운영해오고 있다. 오늘날 전시기획은 점점 더 복합적이고 밀도를 요구하는 분야로 진화하고 있다. 시민들의 문화적 향유방식과 전시의 공공성에 대한 점차 높아지는 인식으로 인해 예술창작 못지않게 그것의 제시방법이 지니는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미술제가 탁월한 전시기획을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예술적 수용의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한 것은 적절하고도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좋은 전시기획은 훌륭한 작가들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보다 성숙한 관점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한국미술계는 작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작가의 활동이 각종 협회나 이해 집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작가로서 등단하고 인정받기 위해 공모 형식의 미술제에 의존하는 방식은 상당히 시대에 뒤처진 것이 되었다. 그것은 대학(주로, 일부 대학교수 작가들)과 현장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보수 권위주의의 젖줄이었고, 강인한 작가를 키워내지 못하는 취약한 미술 풍토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작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미술이 사회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새롭게 문맥을 만들고, 국가의 장벽을 넘어 소통하며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이다. 여기서 안목 있는 전문 기획자, 비평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동아미술제의 구조적 변화는 작가를 단순히 발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기획 공모제의 도입을 통해 작가를 찾고 기획자를 양성하면서 국내외 미술 현실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에 수반하는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시기획 공모는 아이디어만 받고 심의하는 것이니만큼, 그것은 실제 전시의 결과와 다를 뿐 아니라 전시가 이뤄지는 과정을 실제로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토론하는 풍토가 뒤따라야 한다.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의 방향 및 심사기준은 '시각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전시기획'이다. 우선 응모자격은 제한이 없으며, 개인이나 단체로 공모할 수 있다. 시각이미지와 관련된 모든 장르를 대상으로 하는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는 당선된 전시기획자에게 상금과 함께 전시에 필요한 경비 그리고 전시장소까지 제공하는 파격적인 공모전이다. 선정기준은 '전시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기획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기존의 전시형식이나 내용을 반복적으로 답습하기 보다는 새로운 구성방식과 쟁점을 제공할 수 있는 제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장르 해체와 주제 중심의 접근방법이 정착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전통적인 장르 해체 현상이 두드러져 보이며, 미술 내적인 문제 이를테면 형식적인 문제에 치중하기보다는 미술과 사회와의 관계를 다루는 식의 주제들이 많은데, 이는 건강한 미술환경을 정착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당선작 2006-2009

2006: 젊은 시각예술 집단 ‘진달래’의 15명 동인들이 만드는 전시 기획안(기획자:김경선)이 선정되었다. 《진달래 도큐먼트 02: Visual Poetry - 視集 금강산》이라는 안은 도큐먼트 시리즈 중의 하나로서, 동인들이 2005년 9월 금강산 관광을 다녀와서 구상이 이뤄진 것이다. 금강산이라고 하는 상징적 공간을 자본주의의 체제의 남한에 거주하는 30-40대의 시각예술가들이 직,간접적으로 보고 노래하는 과정을 담은 것으로 이른바 '마이너’ 장르에 속한 매체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분단 현실의 복잡한 문제에 접근해 들어가려는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자는 “20세기 이념 대립의 유물인 한반도 분단이 동시대인들에게 어떤 의미이고, 얼마나 참담한 역사의 아이러니인가를 각자의 목소리로 담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2007: 공모심사 중에 "당선 기획안은 1개를 원칙으로 하되, 2개까지 선정할 수 있음"이라는 규정에 따라 양종훈, 이대웅, 장준호의 <마음으로 보는 세상(Seeing with The Heart)>와 임승천의 등 2편을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흔히 우리는 오감 중 시각에 의존하는 경우가 80% 이상이라고 이해한다. 그런 까닭인지 시각문화는 오늘날 중요한 문화로 부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각문화는 사실상 '시각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Seeing with The Heart)>은 바로 기존 시각문화를 뒤집는 전시기획, 즉 흔히 '시각장애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작가로 참여하는 전시기획으로 '시각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피사체가 아닌 사진의 주체가 되어 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기획한 것이다.
임승천의 는 조각가와 사진작가 그리고 시나리오작가가 일종의 '영화'를 공간 예술로 재구성하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미술은 새로운 콘텐츠 창출을 위해 타 장르와 접목하고 있다. 따라서 조각과 사진 그리고 시나리오가 접목된 는 장르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시각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무한한 개발정책과 여러 가지 비루한 현실로부터 떠밀린 사람들이 신천지를 찾아 떠나며 겪게 되는 가상의 이야기를 조각가, 사진작가, 시나리오작가가 만나 동영상카메라, 프린트, 영사기 등을 배제하고 이미지, 내러티브, 오브제 등 영화를 이루는 구성물을 물리적으로 부정하며 영화적으로 범주화함으로써 내러티브, 사진이미지, 오브제를 통해 시간예술인 영화를 공간예술로 구성해보려는 시도였다.

2008: 비-선형적인 전시 내러티브의 실험을 제안한 김태은 기획의 <집-기억>이 당선되었다. 이 전시에는 5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예술가들이 임의로 선택한 한 ‘집’에서 모여 각자 그 집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만들어 이어나가는 방식의 전시로서, 전시기획과 개별 작가들의 참여가 서로 시너지를 창출해 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 전시였다. 미술관에 전시되는 집은 사람이 사는 용도의 집이 아닌 우리의 관념 속에 있는 또 다른 뇌로서의 집이다. 전시장 공간을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로 파악, 전시장은 기억작용을 하는 인간의 뇌로 본다. 전시장에 옮겨 놓은 집 내부 전시공간은 바로 주인공의 머리 속이 된다. 각 작가들의 작품을 동일한 주인공의 기억을 각자의 공간에서 재현한다.

2009: 황규진의 <보이는 손>과 고원석의 이 당선되었다.
황규진은 경제논리에서 유래한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을 정치적이고 사회학적인 문제로까지 확대 해석한 경우로서, 특히 권력이 작동하는 메커니즘과의 연동성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자본주의가 첨예화된 시대에 권력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 숨은 손이 아니라 보이는 손, 드러난 손, 공공연한 손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개념이 뚜렷한 만큼이나 기획의도가 신선하지는 않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으로 자본주의 이후를 논하는 논제가 설득력을 가지고 있고, 전시에 참여하는 다국적 출신 작가들이 그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 내용이 기획의도에 걸맞게 통일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원석의 은 몬스터나 기계 생명체 같은 새로운 종의 출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변화된 지구생태환경(혹은 상상 속의 행성)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주제의식이 상식적이라거나 시의적절하다는 견해와 함께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 페인팅과 사운드아트 등 다양한 경향을 아우르고 있어서 한국현대미술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되리라는 점이, 그리고 그 경향상 작품설치 과정에서 기획자의 능력이 발휘되어야 할 여지가 많으며 이는 그대로 기획자의 기획력에 초점을 맞춘 본 프로젝트의 성격에도 부합한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전시는 아직 보지 못했고 평가가 될 것이다. 그러나 2006, 2007, 2008, 2009, 올해까지 2010년, 5년 동안 애초에 조금씩 우려했었던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우리에게 이미 미술현장 자체는 급변하고 미술이라던가 작가, 전시개념 등이 급속히 진전되거나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속에서, 여전히 전시와 작가, 작품이라는 고정관념이랄까 틀들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적절하게 따라가거나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좀 아쉽고 늦은 감이 있지만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를 통해서 우리가 급변하는 시각 환경 속에서, 또 달라지는 미술개념 속에서 어떤 식으로 미술을 바라보고, 또 전시, 전시기획자의 의미, 새로운 전시형태가 왜 필요한지, 이전과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등의 논의가 더욱 풍부해져야 하는데, 그런 논의의 장 또는 그런 문제를 인식하는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만으로도 동아미술제의 지난 5년은 나름의 성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보완할 점은 좀 더 많은 기획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적지 않은 5년의 시간을 겪었고 이러한 방식으로 전시기획공모를 했다면 그렇게 도출된 결과들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잘 추려서 향후 발전적인 방향을 정립해보기 위해서 이번 라운드 테이블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본다.

기조 발표를 간단하게 했고 이제 참여한 패널 본인의 소감, 나름의 평가, 개선점 등을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패널 질의 응답 및 토론

-김현진 : 말씀하신 독립 큐레이터들의 여러 가지 활동사항과 증가원인, 미술관이라든가 기존제도에 편입하지 못하는 상황에 많은 공감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동아미술제가 젊은 기획자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제가 동아미술제 기획공모에 제안하고 싶은 부분은 일종의 상과 응모를 통해 상을 수상하는 포맷에서 좀더 도전적인 기획안이 들어올 수 있게 상의 역량을 더 키워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심사하는 과정에서 매년 난항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다같이 합의할 수 있는 명확하게 우수한 기획안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 많은 기획자가 참여 할 수 있는데 상의 포맷이 애매한 점이 있다. 예산의 규모라든가, 상금이라든가, 그러한 부분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획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상의 역량을 늘려보면 어떨까,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큐레이팅의 과정은 복합적인데 현재의 상금은 그런 것들을 자극하기에 모자라는 규모 같다. 왜냐하면 요즘은 응모를 할 수 있는, 심지어 아르코의 연례 기획공모까지 해서 많은 기회들이 있고 수준이 비슷한 상황이다. 상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면서 동아미술제의 그 동안의 역사를 확장시키려면 그런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에 심사를 통해 황진영씨가 선정이 되셨는데 자료를 보시면 심사평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 아직 전시를 보지 않아서 기대를 하고 있지만, 한가지 이 전시기획에서 흥미로운 점은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특히 젊은 세대들의 이항의 삶의 방식들이 등장하고 있고 있는데 그것을 잘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렸던 얼터 모던이라는 리꼴라브리오의 전시도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레지던시 환경, 글로벌 리서치 과정에서 생겨나는 이항의 문제들, 그런데 이것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완전히 움직여 가는 것이 아니라 리꼴라브리오가 본 문제는 메인랜드, 즉 자국으로부터 거리를 둔 채 주변부에 분도처럼 존재하면서 부유하거나 표류하는 존재들로 만들어진다는 점이었다. 이것이 메인랜드로부터 떨어져 있으면서 다시 다양한 외부세계 리서치를 통해 메인랜드와의 거리적 긴장감을 가지고 활동하면서 군도로서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다양한 젊은 세대들이 이해하는 공동체에 대한 개념이라든가, 구체적인 이익과 목적을 작동시키지 않으면서도 존재론적으로 만남이 가능한 공동체 철학적 개념이라는 것들이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고 이런 부분들이 국제적 환경을 새롭게 경험하게 되는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되는 새로운 세대와 환경을 경험하게 되는 어떤 담론과 합의를 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우려했던 점은 황진영씨의 기획이 여기서 조금 더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사실 미국과 유럽의 환경이 다르다고 본다. 미국은 이미 다문화성이 강력한 나라인데 반해 유럽은 각각의 국가가 있으면서도 그 국가 경계들이 상당히 통합적이면서도 열려있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국가적 정체성보다는 자신이 작업을 하는 베이스로 삼는 도시, 지역의 환경과 지역문화들이 서로 열려 소통 가능한 환경 안에서 작가들이 매우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그것이 아랍권과 동유럽까지 확장되고 있는데 황진영씨의 기획은 한국과 미국 사이의 두 국가 안에서의 이항적 문제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담론에서 떠오르는 지점과 모순을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내에서도 젊은, 우리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초국가적 환경을 경험하면서 그 안에서 다양한, 복합적인 시각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현재 그런 부분들을 가진 충분히 많은 작가들과 문화적 환경이 있어서 그런 부분의 리서치가 같이 이루어져 두 개의 한국과 미국이라는 오래된 디아스포라를 초월한 넘어선 내용이 있었으면 어떨까 아쉽고 그것이 한편으로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동시에 전시를 구상하는데 있어서 작가, 작품의 선정이 얼만큼 이 내용을 서포트 할 수 있는지가 현재의 궁금점으로 남아있다.
전시를 좀 더 보면 이러한 부분이 어떻게 보완이 되었고 해결이 되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박영택 : 두 가지 점을 말한 것 같다. 하나는 동아미술제 심사를 참여하면서 부탁말씀, 도전적 기획안을 수용할 수 있는 어떤 배경 마련 문제, 신진 기획자뿐 아니라 기성기획자들이 참여할만한, 현재의 지원과 규모보다는 다른 것이 요구되는 필요사항 등이 마련 되야 되지 않나, 공간은 훌륭한데 큰 전시를 기획하기에는 예산이라든지 그런 것이 따르다 보니까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두 번째는 황진영씨의 이번 전시기획에 대한 코멘트였다.
다음은 작년 당선자인 고원석 큐레이터의 경험과 현재 활동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고원석 : 먼저 텍스트 마지막에 내 전시에 대한 간단한 요약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설명한다. 변화된 생태의 장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고 나오는데 사실 전시에서 지구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긴 하지만, 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지구생태계에 대한 물리적 차원보다 추상적이고 인문학적 측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랄까, 세상이란 것이 이미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시각과 철학, 관점으로부터 구축되어 간다는 점, 세상은 모두가 공유하는 세상이 아니라 이미 내가 구축해 놓은 것이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개별작업이 생태계에 대한 관점이었고 조금 다른 키워드들이 있다.
김현진 선생님의 말처럼 동아미술제 규모가 조금 애매해서 강력한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부족한 점이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동아미술제가 비교적 일찍 전환을 했기 때문에 희소성 획득에는 성공을 했다. 다른 언론사의 공모보다는 현격한 차별성을 획득했다. 다만 파급력에 대한 문제에서 응모하는 사람의 수가 너무 적다. 국내 구축된 전시기획자의 인프라에 비해 너무 적고 파급력이 약하다는 것이 일민미술관이라는 좋은 장소와 주체의 질에 비해 아쉬운 점이다. 주최측에서 기획공모라는 성격적인 특성 외에도 좀더 적극적으로 좋은 기획안을 끌어내기 위한 마케팅 측면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이때까지의 결과들을 성과로 만들기 위해서 네트워크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큐레이터 오픈 콜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다고 보는데 오픈 콜의 성과라든지, 다른 오픈 콜, 아시아, 해외와의 네트워크에 대한 측면을 고려해 보는 것도 동아미술제의 위상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 본다.
또한 한가지 권유 드리고 싶은 것은 내가 공동수상을 했는데. 어떻게 보면 공동수상의 수혜를 받기도 하고 피해를 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기획을 할 때 1~2층 공간을 염두 해 두고 그 규모에 맞게 기획을 했다가 공동수상을 하게 되어 3층에서 전시를 하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 물리적으로는 2분의 1 공간을 줄인 것이지만, 기획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더 많은 여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3분의 1의 스케일로 줄여야 하는 엄청난 기획안의 훼손이 있게 된다. 비용도 줄고, 도록도 만들어야 하는 규정이 있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전시를 보여줄 때의 관점인데, 보여줄 때까지의 의도나 의욕을 조금 꺾는 부분이 있는 듯 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공동수상은 주최측의 책무를 100퍼센트 다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한다. 공동수상은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동아미술제의 마케팅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을까 한다.

-박영택 : 내 생각도 그렇다. 운영위원들은 심사위원들이 공동수상을 결정한 것에 불만이 많았다. 하나를 택해야 했다. 불가피하게 전시도 위축되고, 예산분할 등 파생되는 문제가 뻔 할 텐데. 그런 지적은 계속 있어왔다.
고원석 선생님 역시 김현진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동아미술제의 규모가 애매하다, 본격적으로 좋은 전시를 보여주기에는 모자란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런 부분이 개선돼야 좀 더 의욕적이고 활달한 전시기획이 들어오지 않을까. 또 공동수상에 대한 문제점. 많은 좋은 기획이 들어왔기에 두 개를 뽑았다는 측면이 있고, 또는 하나주기엔 어정쩡하기 때문에 둘 주자, 뭐 이런 식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은 수상하신 분들은 좋겠지만 원래 기획이 상당히 많이 변질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주최측이나 심사위원 측에서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없지 않아 있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가급적 지양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5년 째 전시기획공모가 이루어 지는 과정에서 기획자 배출 등에서 나름의 성과가 있었으나 그 이후의 네트워크의 필요성들, 지속적으로 당선된 전시기획자들을 동아미술제, 일민미술관이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기획자들을 수용한다 라든지 그러한 과정들을 장기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올해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에 당선된 황진영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겠다.

-황진영 : 일단 동아미술제의 의의나 위상 그리고 한계에 대해 앞선 분들과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전시에 대해 말하겠다. 일단은 김현진 선생님이 지적한 것, 심사평에도 나와 있었고, 당연히 제가 보내드린 기획안을 보면 던질 수 있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한가지 밝히고 싶은 것은 이항의 문제가, 제가 말씀 드린 이항의 문제는 공간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 지역의 이동만을 말씀 드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항에 대해 말씀 드리고 제가 어떻게 이 전시를 잡았는지 과정을 간단히 말씀 드리면 설명이 될 것 같다. 이항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방정식에서의 이항이다. 등식의 양변에 있는 것의 위치를 바꾸면 부호가 바뀐다. 이것을 우리의 삶에 적용하여 쉽게 말씀 드리면, 예를 두 개 들어 선글라스가 있는데 실내에서는 안경이지만, 실외에서는 선글라스가 되는 안경이 있는데, 그 안경을 쓰고 장소를 바꿀 때, 안경이 선들라스로 셋팅이 바뀌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런 식의 것들.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자면 수륙양용 로봇이 있다고 하자. 육지에서는 달리다가 물을 만나면 형태를 바꿔야 된다는 거다. 왜냐하면 환경이 바뀌니까. 환경이 바뀌면서 형태를 바꿔서 그것이 배가 되어야 하는. 그랬을 때 내가 과연 자동차인지, 배인지 이런 것들. 자기자신에 대한 위상이 바뀌고, 형태가 바뀌고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기 위한 삶의 방식이 바뀌고, 이런 것들을 나는 이항이라고 잡았다. 일단 전시를 진행해 나가는 과정을 말씀 드리면, 일단은 어떤 징후 같은 것들,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오는 징후 같은 것들을 본건데 나 같은 경우는 공간의 문제였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서울, 서울에서 미국으로 옮겨 다니면서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나 스스로의 셋팅이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어느 순간 아, 서울에 가면 이런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얘기하고 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그리고 또 뉴욕에 돌아오면 다시 적응하면서 그런 것들을 바꿔야 하고. 그래서 이제 공간이 바뀌는 것이 한편으로는 언어도 바뀌고, 받아들이는 문화도 바뀌고, 그래서 내가 그것에 대응하는 방식이 바뀌고, 그러다 보니 내가 바뀌는 그런 경험들이 있다. 모든 것들이 바뀌는 경험들을 하면서 궁금해 진 것이 이것이 나만의 경험인지, 아니면 이런 것이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서 묻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물론 내 또래가 많지만 굉장히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단지 장소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테면 세대간의- 어른세대 이야기 할 때는 이런 식으로 바꿨다가, 자기세대와 이야기 할 때는 이런 식으로 바꿨다가. 어떤 세대간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문화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이항의 경험들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진행한 것이 주변환경의 징후들이 이게 과연 동시대성 측면에서도 나타나는 징후인지, 이론적인 부분들을 찾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이런 부분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이론적으로도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듯 하여 그때부터 전시 쪽으로 구성을 해봤다. 전시기획에서 힘들었던 점은 작품을 볼 때는 분명히 기획과 맞아 떨어지는데 말로 설명하자니 똑 떨어지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나의 경우 전시 기획의 개념을 잡았을 때 작품이 어떠한 이론이나 개념에 도해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작품 컨셉의 부족한 부분을 작품이 치고 나오고, 어쩌면 컨셉과 개념이 미리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치고 나오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는 식의 관계들을 선호하는데 나의 한정된 사고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이런 면에서 이렇게 됩니다, 하고 설명하기가 힘든 면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일단 전시를 보시게 되면- 물론 나의 말로 전달하지 못한 것은 나의 잘못이고- 실제로 작품을 보시면, 아 이런 면에서 이것이 이항이랑 관련이 있겠구나 하고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박영택 : 여러분들이 전시장에 가서 확인하길 바란다. 패널 분들 다른 말씀은 없는지.

-고원석 : 자기가 생각하는 개념을, 전시형태로 머리 속에 넣어 놓고 있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의 난감함에 대해 말했는데, 사실 그것이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가진 딜레마다. 굉장히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것으로 풀어내야만 하는 이중성이 있는 듯 하다. 큐레이터라는 직업 자체도 제도 안에 있으면서 거리를 두어야 하는, 또 제도에 동화되어 버리는 순간 큐레이터로서의 감각을 상실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순이 있는 듯 하다.
여기 전시기획을 많이 하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앞으로 큐레이터가 되기 원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이런 이중적인 위치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박영택 : 청중들 하실 말씀 없으신지

-김노암 : 2부에 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2부에 계속했으면 좋겠다.

-박영택 : 그럼 1부는 마치기로 하고, 2부 흥미로운 토론을 이어갔으면 한다.

 
         Copyright 2001 donga.com Privacy policy. email: hel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