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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서 깨어나는 투쟁

Posted May. 27, 2019 08:08   

Updated May. 27, 201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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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헤르만 헤세, ‘데미안’

 어릴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나는 늘 상대와 경쟁하며 살아왔다. 지지 않으려 노력했고, 지면 더 많은 노력을 했다. 프로 선수 생활부터 은퇴 후 코치 생활을 할 때까지 계속 그랬다. 하지만 선수를 지도하며 생기는 의구심은 ‘정말 노력이 부족해서 성공을 하지 못한 건가’ 하는 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데미안을 읽다 나도 모르게 ‘유레카’를 외쳤다. 그간의 의구심을 해결할 수 있는 문장을 읽게 된 것이다. 그것은 성장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것. 이후 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것’인데 나는 그간 나만의 세계에서 살아왔다. 그 세계에만 시선이 머무르다 보니 넓게 볼 수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2012년 LG 트윈스 투수 코치를 맡고 있었다. 우리 팀은 그동안 믿을 만한 마무리 투수가 없어 늘 불안한 경기를 해왔고,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팀의 선발 에이스였던 봉중근 투수를 마무리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잘 던지는 제1선발을 마무리로 바꾸는 건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구단의 반대가 심했고, 봉중근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나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가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김기태 감독은 내 생각을 믿어줬다. 봉중근은 마무리 투수로 전향했고, 우리 팀은 10년간의 암흑기를 끝내고 정규시즌 2위를 할 수 있었다.

 LG 트윈스 단장을 맡고 있는 지금도 알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처음 시작하는 일은 모두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오늘도 익숙함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만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