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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안팎 퍼지는 차이나 배싱…복잡한 글로벌 외교 방정식

美안팎 퍼지는 차이나 배싱…복잡한 글로벌 외교 방정식

Posted December. 16, 2019 07:43   

Updated December. 16, 201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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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의 한 중견 로펌에서 근무하는 P 변호사에겐 요즘 중국인 의뢰인이 부쩍 늘었다. 미국 내 중국 과학자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활동을 제한당하고 있다는 것. 법적 대응을 해주는 그는 “중국 과학자들한테 미국 정보요원들이 거의 일대일로 붙어서 밀착 감시하는 분위기”라며 “미중 관계가 나빠지니 일은 많아져서 좋다”고 했다.

  ‘설마 민간 분야 학자들까지 그렇게 치밀하게 관리할까…’ 궁금했지만 정색하는 P 변호사의 표정을 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화웨이 사례에서 보듯 중국의 기술패권을 견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은 이미 전방위로 확장하는 기류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가 워싱턴 외교안보 분야의 분명한 흐름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을 사실상 ‘적대국가’로 겨냥한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최근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의 인권 상황을 문제 삼는 내용이 많아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독일 베를린장벽 3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연설에서조차 “중국 공산당이 국민을 억압하고 있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옛 동독에 이어 중국까지 공산주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식이었지만 ‘1989년의 교훈: 자유와 우리의 미래’라는 제목의 연설 취지와는 연관성이 낮아 보였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이달 초 정상회의 성명에서 중국을 겨냥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의 아프리카 공략과 사이버 활동, 군사력 증강 등이 유럽에도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는 논리지만 지구 맞은편의 중국을 타깃으로 삼고 나서는 것은 다소 뜬금없다. 나토의 큰손 회원국인 미국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미국의 공격적인 대중 전략이 수출되는 느낌이랄까.

 중국 연구에 대한 강도를 높이는 싱크탱크도 많아졌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분야별로 중국을 연구하는 팀만 4개로 만들었다. 이달 들어서만 ‘중국의 부상과 글로벌 질서’ ‘중국의 인권 문제와 미국의 대응’ ‘중국의 정치적, 종교적 인권 문제’ 등 중국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잇따라 진행됐다. 막상 현장에 가보면 중국인은 거의 없고 현지 학계 및 언론 인사와 홍콩, 대만, 한국 같은 외신기자들로 북적인다. 중국인은 견제 분위기가 워낙 강해서인지 얼굴을 내밀기도 어려운 눈치다.

 미국이 12일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타결하면서 미중 사이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지는 듯하다. 그러나 지식재산권 등 훨씬 까다로운 내용을 다룰 2단계 협상이 남아 있다. 잠시 동결일 뿐 미중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기류를 찾기 어렵다.

 중국이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건 이미 오래전이다. 이런 충돌 속에서 베이징의 반발은 더 거세지고 이로 인한 동북아 정세는 더 출렁이고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길’을 예고한 북한 문제까지 포함되면 미중 사이에서 풀어야 할 외교 함수도 더 복잡해진다. 이젠 중국 자체는 물론이고 미국의 대중 정책과 전략에 대한 더 많은 분석과 연구까지 필요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