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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동맹 주머니 털기’에 치밀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트럼프의 ‘동맹 주머니 털기’에 치밀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Posted November. 18, 2019 07:25   

Updated November. 18, 201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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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간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 세 번째 회의가 오늘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 미국은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자체를 개정해 분담금을 현재의 5배로 올리자고 요구하고 있어 한미 간에는 당장 새로운 분담금 항목을 둘러싼 신경전부터 치열할 전망이다.

 미국은 기존 SMA에 따른 주한미군 내 한국인 인건비와 시설 건설비, 군수 지원비 등 3대 항목 외에 주한미군 순환배치는 물론이고 연합훈련에 투입되는 병력과 장비, 주한미군 가족용 시설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SMA의 재검토와 업데이트’를 내걸고 괌이나 오키나와에 배치돼 한반도 유사시 투입되는 전략자산의 유지·보수 비용까지 청구하겠다는 판이니, 합리적 조정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비상식적 요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 지시 때문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50억 달러를 제시하자 당황한 당국자들이 47억 달러로 낮추도록 설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턱대고 부른 액수를 아래에선 온갖 근거를 끌어 모아 짜맞추는 격이니 실무진의 고충도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이달 들어 미 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방한해 분담금 인상을 촉구한 것도 백악관을 의식한 ‘로드쇼’일 수 있다.

 미국은 일본에도 현재의 4∼5배에 달하는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니 미국 내에서조차 과도한 ‘동맹 쥐어짜기’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의회에선 “동맹을 갈취하고 모욕하는 행위”라는 강한 비판이 나오고, 전문가들도 “반미(反美)주의를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1년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가시적 수치로 내세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진작 “미국은 호구가 아니다. 언제까지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는 없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다.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슈퍼파워가 경찰 역할을 그만두고 이젠 경비업체를 차리려 한다고 비판만 할 수는 없다. 많은 나라가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에 의존하는 비대칭적 동맹관계에 있고, 이를 거부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철수나 동맹 해체 같은 더 큰 카드로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의 불은 한국에 떨어졌다. 미국은 한국과의 협상을 일본, 나아가 유럽 등 다른 동맹국들에 대한 본보기로 삼으려 한다. 그런 만큼 정부는 치밀하고 지혜롭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미국의 요구에 마냥 난색만 표할 수는 없다. 그간 우리가 무상 공여한 토지 임대료와 전기·가스·상하수도 사용료, 각종 세금 면제 등 간접비용은 물론이고 미국산 무기구매 비용까지 반영해 진정 합리적인 분담 액수를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