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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국민그림

Posted September. 19, 2019 07:20   

Updated September. 19, 20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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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소년이 부상당한 천사를 들것에 실어 옮기고 있다. 눈을 다쳤는지, 천사의 두 눈엔 붕대가 감겨 있고, 날개에선 피가 흐르고 있다. 앞의 소년은 마치 장례식 복장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이고, 뒤의 소년은 심각한 표정으로 화면 밖 관객을 응시하고 있다. 상황이 나쁜지, 소년들의 표정은 어둡고 주변 풍경은 을씨년스럽다. 도대체 천사는 왜 다쳤고 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핀란드 화가 후고 심베리가 그린 이 그림은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만 정답은 없다. 화가는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일절 하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누군가가 물으면, 사람마다 각자의 방식대로 그림을 해석하면 된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래도 몇 가지는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그림의 배경은 지금도 존재하는 헬싱키의 동물원 공원과 인근 강가다. 당시 노동자 계층이 즐겨 찾던 이 공원 안에는 양로원과 병원, 시각장애 소녀들을 위한 학교와 기숙사 등 많은 자선기관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지금 천사의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길일 터이다.

 멀리 보이는 산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고 휑한 들판에는 드문드문 봄꽃이 피어나고 있다. 천사는 아픈 와중에도 하얀 스노드롭 꽃 뭉치를 손에 움켜쥐고 있다. 이른 봄에 피는 이 작은 꽃은 치유와 부활, 희망을 상징한다. 이 그림을 그리기 전 화가 역시 수막염으로 수개월간 병원에서 지냈기 때문에 희망의 꽃을 쥔 천사는 병마와 싸웠던 화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일 수도 있다.

 천사는 원래 신과 인간의 중개자라 미술에서는 늘 완벽하고 영적인 존재로 그려져 왔다. 하지만 심베리의 천사는 상처 입고 피 흘리는 나약한 인간과 너무도 닮았다. 그래서 더 친근하다. 약자를 돕는 박애주의, 핀란드의 자연 풍경,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등을 담고 있어서일까. 2006년 이 그림은 행복지수 1위의 나라 핀란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그림’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