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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왔어요”... ‘행복한 곰돌이’ 푸, 한국 나들이

“친구들과 왔어요”... ‘행복한 곰돌이’ 푸, 한국 나들이

Posted September. 03, 2019 07:27   

Updated September. 03, 20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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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출판 시장을 흔들었던 ‘행복한 곰돌이’ 푸의 원화가 한국을 찾았다. 22일 개막한 ‘안녕, 푸’전은 2017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기획으로 열린 뒤 미국과 일본을 거쳐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열린다. 삽화가 E H 셰퍼드가 그린 원화 드로잉과 작가 A A 밀른이 쓴 원고·편지, 셰퍼드와 밀른의 가족사진 및 초판본 등 230여 점이 공개된다. 원화를 비롯한 전시품은 전시가 끝나면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의 수장고에 10년 이상 보관될 예정이다. 전시회 동안 빛에 오래 노출된 만큼 훼손을 막기 위해서다.

 아동문학인 푸의 성격에 맞춰 어린이가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전시장 초입에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방으로 향하는 계단이 설치됐다. 계단의 옆면에는 ‘바닥도, 꼭대기도 아닌 중간이 내가 항상 앉는 곳’이라고 한 밀른의 시 ‘계단 한가운데’가 적혀 있다. 계단을 지나면 1930년 테디 토이 컴퍼니에서 만든 ‘위니 더 푸’ 캐릭터 인형을 비롯해 세월의 흔적이 묻은 아카이브가 관객을 맞이한다.

 전시는 영국의 건축사무소 RKF와 무대디자이너 톰 파이퍼의 디자인을 소마미술관에 맞게 변형했다. 디자인은 사이즈가 작은 원화 드로잉을 직접 감상하는 데 집중했다. 런던 전시에 비해 설치물의 규모가 작고, 조명의 활용도가 낮은 것은 아쉽다. 그러나 이요르의 집이나 미끄럼틀 등 아이들이 숨바꼭질할 수 있는 구조물을 놓았다.

 전시장은 총 5개 구역으로 나뉜다. 첫 전시장 ‘인기쟁이 곰’이 사람들이 가장 친숙한 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뒤이은 전시장 내용은 점점 심화된다. 두 번째 ‘우리가 소개되고’와 세 번째 ‘어떤 이야기일까?’가 ‘위니 더 푸’의 탄생 과정을 여러 설치물로 보여준다. 이어 ‘묘사의 기술’과 ‘푸 세상에 나오다’는 푸 원화 드로잉의 특징과 출판 과정을 설명한다.

  ‘묘사의 기술’ 코너에선 원화의 맛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눈이 쌓인 풍경은 수채물감의 일종인 ‘과슈’로, 휘몰아치는 눈보라는 칼을 이용해 표현했다. 또 잡지 전체 페이지를 하나의 디자인으로, 텍스트도 그림의 일부로 간주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밀른이 보낸 원고에는 어떤 분위기를 연출하면 좋을지 제안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사람처럼 다양하다. 소심하고 겁 많은 피글렛, 우울하고 비관적인 이요르, 자신감 넘치지만 어설픈 티커, 간섭하고 나서길 좋아하는 래빗은 결국 인간 세상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내년 1월 5일까지.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