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소녀상 전시 막은 日, 폴란드 용서 구하며 추모 공간 만드는 獨

소녀상 전시 막은 日, 폴란드 용서 구하며 추모 공간 만드는 獨

Posted August. 05, 2019 07:41   

Updated August. 05, 2019 07:41

中文

 한일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일본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의 압력을 받고 어제부터 전시가 중단됐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이번 예술제) 보조금 교부 결정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확인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외압을 행사한 지 이틀 만이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도 “(소녀상 전시가)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아베 신조 총리 이후 급격한 우경화로 기울어진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우익들의 준동을 보며 식민지배 피해국과 피해자들이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사토 마사히사 외무 부대신(차관)은 2일 한 방송에 출연해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도둑이 오히려 뻔뻔하게 군다’는 품위 없는 말까지 사용하는 것은 이상하다. 일본에 대한 무례”라고 주장했다. 상대국 정상에 대한 막말도 외교적 금도를 넘어선 것이지만 일본 내 혐한감정과 한국 내 반일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이런 퇴행적인 역사 인식과 행보를 보이는 일본과 달리 독일은 과거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을 거듭하고 있다.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폴란드에서 열린 바르샤바 봉기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폴란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사죄했다. 양국은 베를린에 폴란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을 세우는 데도 동의했다. 그러면서 마스 장관은 “유럽의 공통적인 정체성은 우리의 다양한 역사적 기억과 경험을 종합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역시 과거 침략의 역사를 지우려고만 해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를 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취임 이후 일본군의 위안부 관여를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기를 거부하며 한일관계의 진전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말았다. 가해의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하지 않은 채 동북아의 질서를 다시 쓰려고만 한다면 일본에 대한 인근 국가들의 경계심과 배신감만 키울 뿐, 그 시도는 좌절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