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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 슈퍼 히어로의 명불허전 거미줄 액션

천진난만 슈퍼 히어로의 명불허전 거미줄 액션

Posted July. 02, 2019 07:29   

Updated July. 02, 201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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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보다 천진난만한 슈퍼 히어로가 또 있을까. 2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년)에서 쟁쟁한 슈퍼히어로들에게 “모두들 안녕?”이라며 등장했던, 그 모습 그대로다.

 타노스와의 전투 이후 5년간 사라졌던 사람들이 돌아왔지만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일상으로 돌아온 파커는 친구들과 떠난 유럽 여행에서 새로운 빌런(악당) ‘엘리멘탈’을 맞닥뜨린다. 하지만 여전히 10대인 스파이더맨에게 지구를 지키는 일은 “거물급 슈퍼히어로가 해결할 문제”이고, 마음은 짝사랑하는 친구 MJ(젠데이아 콜먼)에게 향해 있다.

 이번 작품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에서 사망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다. 한데 우울하기보단 경쾌한 톤. 극 초반 그를 추모하는 사진과 함께 흘러나오는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는 폭소를 유발할 정도다.

 1일 내한 간담회에 참석한 홀랜드에게도 ‘로다주’의 빈자리는 컸다고 한다. 그는 “누구도 아이언맨을 대체할 순 없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로버트에게 이따금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사고뭉치 청소년이자 ‘완성형’ 히어로가 아니라는 점에서 홀랜드가 연기한 피터 파커는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결을 달리한다. 샘 레이미 감독(2002∼2007년)은 파커(토비 매과이어)의 우울함을 앞세웠고, 마크 웹 감독(2012∼2014년)은 파커(앤드루 가필드)의 깐죽거림을 특화시켰던 터. 영화는 아이언맨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고민하는 스파이더맨의 성장기를 하이틴 영화스럽게 담아낸다.

 “아이언맨은 억만장자, 토르는 신인데 스파이더맨은 완벽하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슈퍼히어로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평범한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라기엔 무게감이 떨어지긴 한다. 우주를 누비는 캡틴 마블(브리 라슨)이 레이저를 쏘는 스케일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그래도 시리즈를 총정리하는 4벌의 스파이더맨 의상과 베네치아, 프라하 등 아름다운 도시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은 눈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특히 거미줄을 쏴대며 수백 개의 드론과 벌이는 런던 전투는 단연코 스파이더맨만이 할 수 있다.

 줄곧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캐스팅 물망에만 올라오다 처음으로 슈퍼히어로 영화에 출연하는 제이크 질런홀의 존재감도 돋보인다. ‘미스테리오’ 역할을 맡은 그의 연기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입체적인 빌런으로 호평을 받은 벌처(마이클 키턴)와 견줄 만하다. “쫄쫄이 의상을 입고 연기하는 것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던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6년) 촬영에 이어 두 번째 내한했다.

 “한국에 오기 전 봉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e메일로 식당을 추천해줬어요. 그곳에서 어제 톰과 저녁을 먹었습니다(웃음).”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