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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 메카’ 문경이 들썩인다

Posted June. 08, 2019 07:32   

Updated June. 08, 201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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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상주시에 거주하는 우희연 씨(83)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차로 10분 거리인 문경국제정구장을 찾아 두 시간씩 정구를 친다. 그는 지난달 17일 열린 경북어르신생활체육대회 정구 부문에서 상주시 대표로 참가해 대회 8강에 올랐다. 대회 최고령 참가자로 최대 여덟 살까지 어린 참가자를 상대하면서도 날렵한 몸놀림을 자랑했다.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논어 강의 및 한자 교재 저술 등으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그는 건강의 비결로 정구를 꼽았다.

 1970년대 중반 이후 테니스에 밀려 입지가 줄어들었던 정구는 최근 중장년층의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등 다른 라켓 스포츠보다 덜 격렬하면서도 활동량이 많아 충분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한정구협회 생활 체육 동호인 선수 등록 현황에 따르면 80대 선수는 122명에 이르며, 90대도 9명이나 있다.

 상주시에 사는 우 씨가 매일 문경으로 이동해 정구를 즐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구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문경시는 실내 경기장 두 면을 포함해 도합 13면의 정구 전용 경기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 문경국제정구장은 매일 아침 정구를 치려는 수십 명의 동호인으로 붐빈다. 인구 7만여 명의 문경에는 정구 동호인이 400∼500명에 달한다. 우 씨는 “아침 시간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두 경기를 하고 나면 코트를 비워줘야 한다”며 웃었다.

 동호인들의 ‘아침 정구’가 끝나면 문경국제정구장은 문경시청 실업팀의 훈련장이 된다. 문경시는 지방자치단체로는 드물게 남녀 실업 정구 팀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문경시청은 1일 경남 창녕에서 열린 춘계 한국실업정구연맹전 여자부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초등학교 정구 팀이 3개, 중고등학교 남녀 정구 팀이 각각 1개씩 있는 문경은 유망주 발굴에서 육성, 실업팀 데뷔까지 연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인식 문경시청 감독은 “문경국제정구장은 실업팀 선수에게는 최고의 훈련장이자, 동호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취미 생활 공간이다. 이는 자연스레 선수들이 동호인들에게 무료로 정구를 지도하는 재능기부로도 이어진다. 정구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 어울리는 공간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문경국제정구장에서는 2008년 정구 아시아선수권대회, 2011년 정구 세계선수권대회 등이 개최됐다. 1980년대까지 탄광 도시였던 문경은 폐광 이후 스포츠 도시로서 활로를 찾고 있다. 문경시에 따르면 선수뿐 아니라 가족과 관계자, 관객 등 연간 3만 명 이상이 대회 출전과 전지훈련 등으로 문경을 찾는다. 그중 핵심은 정구다. 지난달 개최돼 올해로 97회를 맞은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는 2007년부터 13년째 문경시에서 열리고 있다. 임호균 문경시 마을체육과장은 “선수단 및 가족을 포함해 매년 1500여 명이 찾는 동아일보기 대회 기간에는 시내 숙박업소와 식당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활기가 돈다. 올해 대회 기간에는 약 3억8000만 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