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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도발… 요격 못하는 미사일 쐈다

김정은의 도발… 요격 못하는 미사일 쐈다

Posted May. 06, 2019 08:56   

Updated May. 06, 201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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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4일 동해상으로 미국의 요격을 피할 수 있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1년 5개월여 만에 도발을 재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 ‘경로 변경’을 경고한 가운데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인 미사일 발사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투력 강화를 위한 투쟁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 나가야 한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 발사 미사일에 대해 ‘단거리 발사체’라는 평가를 유지하며 대화 재개에 기대를 건 ‘로키(Low-key)’ 행보를 이어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 위원장이 전날 동해상에서 진행된 화력타격훈련을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매체는 훈련에 동원된 무기에 대해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라고 밝히고 발사 장면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밝힌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요격을 회피하기 위해 고안된 러시아의 이스칸데르는 최대 사거리 500km에 이르며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이다.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쌍둥이처럼 닮은 북한 전술유도무기는 4일 240km 떨어진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일대 바위섬에 명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탄도미사일로 확인되면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직후 거리에 상관없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대북제재 결의안 1695호를 채택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날 내놓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관련 입장’을 통해 “현재까지 분석 결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mm, 300mm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탄도미사일 여부에 대해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군은 4일 오전 9시 반경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가 30여 분 뒤에는 “수 발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발표를 수정했다. 이틀 동안 미사일→단거리 발사체→전술유도무기로 세 번에 걸쳐 표현을 바꾼 셈이다. 청와대도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신 관계부처 장관급회의를 열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이 조속한 대화 재개 노력에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며 대화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그는 “김정은은 북한의 대단한 경제 잠재력을 완전히 알고 있다. 이를 방해하거나 끝낼(end)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발이 계속되면 대화 국면이 종료될 수 있다고 우회 경고했다.


문병기기자 weappon@donga.com ·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