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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의 휴먼스쿨, 네팔에 미래를 심다

Posted April. 27, 2019 07:49   

Updated April. 27, 201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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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부터 3일간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시내 타멜파크호텔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재단법인 ‘엄홍길휴먼재단’이 2010년부터 네팔의 오지에 건립한 17개 휴먼스쿨의 교장과 운영위원장들이 첫 번째 워크숍을 가진 것.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매일 교실에 붙여 놓은 양식에다 교사의 수업이 어땠는지 만족도를 체크합니다. 처음에는 교사들이 반대를 했지만 지금은 학생, 교사 모두 만족하고 있어요.”

 12일 행사 둘째 날 첫 일정에 발표자로 나선 12차 휴먼스쿨(푸룸부 지역)의 교장이 놀랄 만한 학교 운영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하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나머지 학교도 각자의 성과를 경쟁적으로 알렸다. 9차 휴먼스쿨(마칼루) 교장은 “이 학교가 들어선 이후 주변 사립학교 한 곳이 문을 닫고 130명의 학생이 전학을 왔다”고 자랑스러워했다. 7차 휴먼스쿨(타토바니) 교장은 “PC 교실에서 휴먼스쿨 주변 10개 학교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학교의 커리큘럼을 보고 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고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14차 휴먼스쿨(둘리켈) 교장은 “성적 순위보다는 인성이 우선이라는 것에 관해 학생과 교사가 격의 없이 생각을 공유하는 커리큘럼을 아예 정식 수업으로 만들었다. 네팔 대표 리더를 양성하는 명문 학교로 만들겠다”고 열의를 보였다.

○ 네팔 오지 학생들에게 ‘내 꿈’ 찾아주다

 이날 오후 워크숍 소식을 듣고 행사장을 찾은 휴먼스쿨 졸업생 프레러나 처우더리 씨(20·여)는 네팔에서도 가장 낙후된 건지에 세워진 11차 휴먼스쿨에 다니면서 꿈이 생겼다. 현재는 네팔의 명문 국립대학인 만모한기념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오늘은 환자의 기도에 파이프를 꽂아 음식물을 투입하는 실습을 했다”며 “대학을 졸업하면 1, 2년 병원에서 근무한 다음 임상 경험을 살려 석사 과정을 밟고 싶다”고 웃었다.

 엄홍길휴먼재단 이의재 네팔지부장(전 대한산악연맹 사무처장)은 “평생 먹고사는 것만 걱정하던 ‘교육 사각지대’ 출신 학생이 나라의 인재가 되겠다며 학업에 집중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자체가 휴먼스쿨이 지향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휴먼스쿨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학교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설계하는 현지 자문위원회가 올해 꾸려진 것도 가시적인 성과다. 네팔의 교육, 문화관광, 항공 사업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5명의 자문위원이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네팔 교육계의 거물인 겅가랄 투라덜 전 네팔 교육부 장관은 자문위원으로 네팔 교육이 그동안 간과했던 학생 맞춤 교육, 전문 인재 양성 등과 관련해 휴먼스쿨이 이를 선도적으로 시도하는 작업을 사실상 총 지휘하고 있다.

 겅가랄 전 장관은 “잘 관리된(Managed) 기본 교육에 전문적인(Something Extra) 교육을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려내고 과감한 비판을 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휴먼스쿨이 이 숙제를 풀고 있는데, 앞으로 네팔 교육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함께 네팔 교육의 돌파구를 보다

 나라 형편상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하다 보니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지역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게 네팔 교육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이번 워크숍 행사에 네팔 교육 분야 정부 인사와 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강의를 자처하고 성공 사례를 경청한 것도 휴먼스쿨을 통해 뭔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첫날 오후 강의에 나선 두르버 라즈 레그미 네팔 교육부 부부차관(국제부장)은 휴먼스쿨 교장들에게 “학교만의 커리큘럼을 만든 교장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가 대다수 손을 들자 깜짝 놀랐다. 마을에 대나무가 많다는 학생 얘기에 곧바로 나무로 바구니와 식기를 만드는 법을 배우는 커리큘럼을 만들었다는 한 교장의 말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는 “네팔의 기존 학교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신선하다. 당장 필요하면서도 전문적인 배움의 기회를 늘 제공하겠다는 자세는 네팔 교육계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둘째 날 행사에 참석한 디 퍽 설마 교육부 부차관(교육인재부 부본부장)도 휴먼스쿨 교장들과 토론을 하다 그들의 철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네팔에서 절실한 교육 플랜이란?” 같은 질문으로 답변을 유도하던 그는 “학교, 교사, 학부모가 학생들의 꿈을 찾아주는 것”이라는 교장들의 설명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겅가랄 전 장관은 “학교가 학생을 중심에 놓고 잘 다져진 기본 교육과 전문 교육 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하면 결국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가 총 예산의 10%를 교육에 쓰고 있는데 앞으로 17%까지 늘려야 하고, 특히 네팔의 강점인 수력 발전과 농업, 관광 분야 인재 양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소신을 휴먼스쿨 워크숍을 통해 더 확실히 느끼게 됐다. 10년간 휴먼스쿨의 내실을 다지겠다고 약속한 엄홍길 대장이 나에게 목표를 줬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유재영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