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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실버 콘텐츠’ 젊은층도 엄지 척

잘 나가는 ‘실버 콘텐츠’ 젊은층도 엄지 척

Posted March. 28, 2019 07:45   

Updated March. 28, 201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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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PD님, 작가님들도 머리숱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아!”

 유튜버로 변신한 중견 배우 이덕화(67)가 자신이 광고모델을 하는 가발 업체에 들어섰다. 제작팀에 가발을 선택하는 노하우를 전수하며 ‘셀프 디스’를 하는 이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 지 일주일 만에 조회수가 1만 건을 넘었다. 이덕화가 올해 1월부터 개설한 유튜브 ‘덕화TV’의 한 장면이다. 최근 이덕화의 ‘가발 언박싱(공개)’ 에피소드 예고로 ‘덕화TV’는 구독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덕화, 가수 주현미(58) 등 중장년층이 만드는 ‘실버 콘텐츠’가 젊은층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견 방송인들은 오랜 기간 쌓아온 연륜에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신선한 이미지를 더해 기존 팬 층인 50, 60대뿐 아니라 유튜브의 주요 시청층인 10∼30대도 동영상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주현미는 지난해 말 유튜브에 ‘주현미TV’를 개설해 팬들이 요청하는 다양한 트로트를 들려주고 있다. ‘신사동 그 사람’ 같은 본인의 히트곡 외에도 ‘황성옛터’ ‘목포의 눈물’ 등 1920, 30년대 노래도 선보인다. 트로트를 홍보할 무대가 줄어서 방송을 시작했지만 보는 이들은 트로트의 주 소비층인 50∼70대를 넘어 젊은층까지 다양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할머니랑 손잡고 시장 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신사동 그 사람)거나 ‘친정아버지가 일기장에 가사를 적어 놓고 부르시던 노래’(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댓글은 나이에 관계없이 노래를 통해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배우 김수미(70)가 반찬을 소개하는 tvN 예능 ‘수미네 반찬’은 지난해 6월 방송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화제성을 유지하고 있다. ‘쎈 언니’ 이미지를 가진 김수미가 집 반찬을 넉넉하고 인심 좋게 소개한다. 어머니가 만든 집밥에 대한 향수가 있는 1인 가구가 늘면서 호응을 얻고 있는 데다 주요 레시피가 동명의 책으로도 발간돼 베스트셀러 대열에 진입했다.

 실버 콘텐츠의 대표 주자로는 구독자 수 79만 명을 보유하며 파워 유튜버로 자리 잡은 박막례 할머니(72)가 꼽힌다. 구수한 입담과 진솔한 매력에 연륜이 만든 여유가 더해지면서 손자 세대까지 아우르는 넓은 팬층이 형성됐다. 최근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를 재해석해 화제가 된 ‘할담비’ 지병수 씨(77)의 동영상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트렌드는 복고에 새로운 감성을 더해 재해석한 ‘뉴트로(뉴레트로)’로 풀이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덕화나 김수미, 주현미의 과거 전성기를 기억하는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이나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준다”며 “여러 세대가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것이 실버 콘텐츠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