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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카 감독의 따스한 손길이 스민 정통 애니

고사카 감독의 따스한 손길이 스민 정통 애니

Posted March. 04, 2019 07:27   

Updated March. 04, 20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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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다. 이제는 실사인지 그래픽인지 헷갈릴 정도로 현란한 그래픽이 스크린을 장식한다. 그런데 잊고 지냈던 따스한 손맛이 듬뿍 느껴지는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고사카 기타로 감독이 연출한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영화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12세 초등학생 ‘옷코’의 이야기를 그린다. 혼자가 된 옷코는 할머니가 운영하는 여관인 ‘봄의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도시에 살다 시골에 간 옷코는 애벌레와 도마뱀을 보고 기겁한다. 어릴 적 왠지 유령이 나올 것 같았던 할머니 집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옷코는 할머니 집에서 여러 유령을 마주하게 된다.

 옷코는 학교생활과 여관 일을 돕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다. ‘신이 내려준 온천물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할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옷코가 할머니 집에서 만나는 유령들은 그의 조력자가 된다. 영화는 어린 관객들에게 전통에 대한 사랑을 일깨운다.

 영화를 연출한 고사카 감독은 ‘귀를 기울이면’, ‘원령 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지브리스튜디오 대표 애니메이션의 작화를 탄생시켰다. 감독의 첫 연출작인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은 제56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도 그림이다. 옷코가 슬플 때 굵은 눈물을 펑펑 떨구는 모습이나 뜨끈한 온천물에서 김이 나오는 모습 등 생생한 표현이 CG 부럽지 않다. 

 지난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부문 우수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으로부터 “훌륭하다. 몇 번을 울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고사카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배려’를 통한 ‘성장’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온천은 전통이 사라지는 지금 선조의 지혜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옷코는 이곳에서 혼자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치유받는다”고 했다.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