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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일 만의 北-美담판, 비핵화 기약없는 ‘核동결쇼’에 그쳐선 안된다

260일 만의 北-美담판, 비핵화 기약없는 ‘核동결쇼’에 그쳐선 안된다

Posted February. 27, 2019 07:36   

Updated February. 27, 201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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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늘 저녁 만찬을 시작으로 1박2일의 하노이 정상회담 일정에 들어간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8개월 반 만의 재회다. 김정은은 3박4일 66시간의 열차 여정 끝에 어제 오전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해 승용차로 갈아타고 하노이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밤늦게 전용기 편으로 도착했다.

 엿새 동안 이어진 북-미 간 실무협상 분위기로 볼 때 양측은 일단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작점인 초기조치에 대해서는 대략의 합의를 이룬 것 같다. 영변 핵시설 봉인·폐기에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6·25 종전선언 등 상응조치를 하는 일종의 ‘스몰 딜’에 도달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 핵시설은 물론 핵연료·핵무기까지 완전히 제거하는 ‘빅 딜’이 합의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한다. 결국 두 정상 간 담판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하노이 담판의 성패는 무엇보다 합의문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이행조치를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비록 두 정상의 첫 만남이었음을 감안해도 모호하기 짝이 없는 원론적 합의가 전부였다. 합의문에 명시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두고도 북-미는 8개월 넘게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각기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북한의 핵시설과 핵연료, 핵탄두, 미사일까지 완전 폐기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를 내세워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 공약 폐기까지 노리고 있다.

 두 정상은 이런 모호성부터 걷어내야 한다. 양측이 지향하는 목표 지점이 다른데도 적당한 문안 다듬기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모든 게 허튼짓이었음이 판명 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나아가 당장의 가시적 성과에만 급급해 추가 핵개발 중단만을 의미하는 부분적 비핵화 약속에 대북제재 완화처럼 한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큰 보상조치를 담는다면 두고두고 후회를 남길 것이다. 합의는 북한의 비핵화 정도에 맞춘 가역(可逆)적, 등가(等價)적 상응조치여야 한다.

 싱가포르에 이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기본 전제는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김정은의 의지를 거듭 명확하게 확인하고 합의문에 못 박아야 한다. 그런 명료성 없이 아무리 회담 성공을 외쳐도 한낱 ‘이벤트 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정상이 아무리 좋은 관계라지만 ‘신뢰하되 검증하라’고 했다. 벗하되 따져야 한다. 교제는 한번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