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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법관 탄핵론까지... 신뢰 위기 자초한 사법부의 업보

초유의 법관 탄핵론까지... 신뢰 위기 자초한 사법부의 업보

Posted November. 15, 2018 07:38   

Updated November. 15, 201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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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 6명이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탄핵 소추를 국회에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재판독립 침해 행위가 위헌적 행위였음을 스스로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직 법관들이 동료 법관들의 탄핵을 촉구한 것은 사법사상 처음 있는 일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19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초유의 법관 탄핵론이 논의되면 격론이 벌어질 것이다. 

 당장 고위 법관들을 중심으로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는 안동지원 판사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같이 국회 가결과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하는 법관 탄핵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다. 문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5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의 ‘형사상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뒤집고 사실상 검찰 수사를 의뢰한 뒤 잠복했던 법원 내부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어제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차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양승태 대법원 때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전·현직 판사 80여명이 검찰 수사를 받은데 이어 앞으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등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연루 법관들에 대한 잇따른 영장기각으로 사법 불신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임 전 차장 등의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로 비화됐다. 대법원이 위헌 소지를 이유로 반대하며 서울지법에 재판부를 증설하는 대안까지 마련했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하나같이 사법부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초유의 일들이다.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고위법관들이 사법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은 무겁다. 법원이 ‘국정운영을 뒷받침한다’는 발상은 행정과 사법을 분리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며 재판 신뢰도 무너뜨렸다. 그동안 외부 감시를 받지 않고 온실 속에 있던 사법부가 검찰 수사에 이어 법관들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까지 받게 될지 모를 현 상황은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자초한 업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