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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위비 압박카드였나...석연찮은 연합훈련 유예

美, 방위비 압박카드였나...석연찮은 연합훈련 유예

Posted October. 23, 2018 07:22   

Updated October. 23, 201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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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의 비질런트 에이스(한미연합 공중훈련) 유예 관련 ‘엇박자’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이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전후해 유예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봉합에 나섰지만 북 비핵화 협상 등 민감한 시기에 불거진 ‘불협화음’의 속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년 만에 공군 출신 국방수장에 오른 그로서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연합공중훈련 유예 제의를 덜컥 수용하기 힘들었다는 것. 군 소식통은 “정부의 비핵화 노력을 든든한 힘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누차 강조한 정 장관은 훈련 유예로 초래될 안보 공백의 우려와 비판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 유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한국군 단독훈련 등)을 마련한 뒤 공동 발표할 것을 미측에 전했는데 미 국방부의 일방적인 유예 발표로 판이 헝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이 훈련 유예를 한미 방위비분담금의 협상카드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미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을 분담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를 한국이 계속 거부한다면 향후 주요 연합훈련이 원만히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월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고 이것은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내 답방과 핵·미사일 시설 사찰·폐기에 보다 적극 나서도록 ‘유예 카드’를 사용하려 했는데 미 국방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대북 유화용 ‘당근’으로 성급히 꺼내들어 논란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당국자는 “정 장관은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5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서 매티스 장관을 만나기 전까지 미측의 훈련 유예 제안을 몰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측의 제안이 한미 군 당국 간 사전협의나 조율 없이 이뤄졌고, 이에 우리 측 의견을 전하는 과정에서 오해나 착오가 빚어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