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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습게보고 또 현대車먹잇감 삼은 ‘먹튀 엘리엇’

한국 우습게보고 또 현대車먹잇감 삼은 ‘먹튀 엘리엇’

Posted September. 08, 2018 07:51   

Updated September. 08, 201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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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의 모듈사업과 핵심부품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애프터서비스(AS)사업은 현대자동차와 합병할 것을 현대차그룹에 제안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를 사실상 공중분해하라는 요구다. 현대차 지분 3%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엘리엇이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다.

 엘리엇은 이미 4월 10억 달러(약 1100억 원)어치 이상의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관여하고 나선 것은 분할·합병 과정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멀쩡한 기업을 해체해서라도 시세차익을 키우겠다는 ‘먹튀’ 자본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지배구조를 개편할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3% 투자자’로서 도를 넘은 경영권 개입이다. 현대차는 “특정 투자자와 지배구조 개편을 논의를 금지한 자본시장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엘리엇의 요구를 거절했지만 이대로 상황이 마무리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5월에도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무산시킨 전력이 있다. 당시 임시주총에 앞서 엘리엇은 외국계 투자자들을 규합해 현대차의 반대편에 섰고, 엘리엇의 압박에 항복한 현대차는 주총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1조 원 어치 자사주를 소각했다. 이번에 엘리엇이 실정법까지 위반하라고 공공연히 요구한 것은 한국 정부까지 우습게 보는 오만이 아니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엘리엇의 사냥감에는 기업과 정부가 따로 없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다 실패하자 올 7월에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8000억 원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수단을 가리지도 않는다. 지난달 14일 현대차에 보낸 엘리엇의 요구서한 내용이 알려진 것은 블룸버그통신 보도 때문이다. 외부로 공개돼서는 안 될 비즈니스 서한을 언론에 흘려 기업을 압박하는 행태를 정상으로 볼 수는 없다.

 엘리엇을 비롯한 해외 투기자본의 횡포는 한국 자본시장의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반(反) 재벌’ 정서에 바탕을 둔 정부의 대기업 정책 탓이 크다. 재계는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을 주장했지만 번번이 외면당했다. 오히려 정부는 집중투표제 등 소액주주의 경영권 개입을 손쉽게 하는 쪽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도를 손봐야 한다. 우리 기업이 약탈적 투기자본의 희생양이 되는 모습을 매번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