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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알리기 위해...자전거로 美 횡단한 두청년

위안부 피해 알리기 위해...자전거로 美 횡단한 두청년

Posted September. 06, 2018 08:09   

Updated September. 06, 201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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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 달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100번도 더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페달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6월 23일 한국에서 온 20대 청년 두 명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이들은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과 싸우며 동쪽 끝 뉴욕을 향해 달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미국에 알리기 위해 애리조나, 뉴멕시코, 오클라호마, 캔자스, 미주리,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주를 거쳐 워싱턴, 뉴욕으로 향하는 지그재그 코스의 6600km 대장정이었다. 자전거 동호회 웹사이트에서 이들의 사연을 접한 30대 미국 고교 교사도 시카고부터 합류해 함께 달렸다. 

 한국 대학생 백현재(25·백석대), 이호준 씨(22·인천대)와 미국인 교사 안토니우 나바로 씨(34)는 지난달 31일 뉴욕에서 자전거 대장정을 마쳤다. 4일(현지 시간)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뉴욕 맨해튼 한인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그들의 구릿빛 얼굴이 험난했던 여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백 씨는 “온전히 인간의 힘을 이용해 달리는 자전거가 그나마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에 가깝게 다가가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며 “취업을 하면 더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1년을 준비해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루 대여섯 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사막지대와 동부 산악지대를 달렸다. 폭염에 주저앉아 고속도로 순찰대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고, 교통사고를 당해 생명의 위험을 느낀 적도 있었지만 페달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이 여행 중 만난 미국인의 90%는 위안부 문제를 몰랐다. 이 씨는 “미국인들에게 설명해주면 ‘위안부 문제는 한일관계를 넘어 전 세계 여성의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국 청년 두 명과 동행한 나바로 씨(시카고고교 스페인어 교사)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강간과 같은 전쟁 범죄가 벌어지고 인신매매가 발생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경험이 남은 삶과 교육자 경력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씨와 이 씨는 일본 정부가 여성들에게 성노예 역할을 강요한 것을 ‘인정하고(Admit)’, 인권 유린 범죄에 대해 사과하며(Apologize), 위안부 피해자들과 ‘동행할(Accompany)’ 것을 촉구하는 ‘트리플에이(3A)’ 프로젝트 4기 멤버다. 2015년 시작된 트리플에이 프로젝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 대학생 모임이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