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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만에 배터리 100%... ‘초고속 충전’ 기술 나왔다

1분만에 배터리 100%... ‘초고속 충전’ 기술 나왔다

Posted August. 31, 2018 07:30   

Updated August. 31, 20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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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항상 배터리가 문제다. 대용량 배터리를 넣으면 좋겠지만 무게도 무거워지고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리는 문제가 생긴다. 최신형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한 번 충전하면 7, 8시간 정도는 화면을 켜 놓을 수 있고 전기자동차도 한 번 충전하면 200∼300km는 주행이 가능하다. 이 이상 성능을 높이면 좋겠지만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최근엔 ‘빠른 충전’ 기술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충전 속도를 개선하면 사용 시간이 늘지 않더라도 편의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퀵차지(Quick Charge·QC)라 부르는 기술이 각광 받는 이유다. 충전 전압과 전류량을 높여 빠르게 충전하다가 최대 충전량의 80% 정도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전류량을 조절해 천천히 충전한다. 신형 스마트폰은 1시간 정도로 70∼80%를 충전할 수 있다.

 현재 기술로 이 이상 충전 성능을 높이려면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먼저 기존의 배터리 기술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황을 섞어 넣어 효율을 높인 ‘리튬황’ 전지, 산소와 반응시켜 효율을 높이는 ‘리튬공기’ 전지 등이 주목받는다. 충전 용량은 최대 10배, 충전 속도는 2∼3배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 성능 개선 연구에서 한국인 과학자들의 성과가 눈부시다. 리튬황 전지의 최대 단점은 충전과 방전을 수십 회만 반복해도 성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것인데 김희탁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팀이 내부 소자를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올 5월 개발했다. 충전을 600번까지 할 수 있어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와 큰 차이가 없다. 조경재 미국 댈러스 텍사스대 교수 연구팀도 4월 몰리브덴을 섞어 충전 횟수를 늘리는 방법을 개발했다. 2020∼2030년경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보다 더 뛰어난 신개념 전기회로를 사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전기회로를 구성할 때 쓰는 콘덴서라는 부품이 기본이다. 이 부품은 전기를 모아 두었다가 방출하는 성질이 있어 카메라용 플래시 등에 자주 쓰인다. 이를 응용해 만든 ‘슈퍼커패시터’라는 장치는 일시적으로 정전이 됐을 때 전기를 공급하는 ‘무정전 전원장치’ 등에 쓰인다. 이런 슈퍼커패시터의 성능을 한층 끌어올려 일반 배터리처럼 사용하자는 것이다. 충전 속도와 저장 용량이 월등히 빠르고 많기 때문에 현 시점에선 궁극의 전기 저장장치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 분야 연구에선 강정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선도적이다. 강 교수 팀은 일반 리튬 배터리에 비해 100배 이상 충전 속도가 빠르고, 충전 용량도 수십 배로 높일 수 있는 신개념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론적으로 1분 이내에 스마트폰 한 대를 완전히 충전할 수 있으며 3만 번을 충전해도 성능이 유지된다. 연구진은 다공성 금속 산화물 나노입자 등을 이용해 이런 고효율 슈퍼커패시터를 만들었다. 전기자동차에 적용하면 몇 분 이내에 충전을 끝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고용량, 고출력 특성은 새로운 개념의 에너지 저장장치의 상용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