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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에서 불붙은 中-서방 외교전쟁

Posted August. 31, 2018 07:31   

Updated August. 31, 201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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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2011년부터 지금까지 파푸아뉴기니 피지 사모아 바누아투 미크로네시아 등 남태평양 11개 섬나라에 제공한 차관과 원조액은 13억 달러(약 1조4400억 원)에 이른다. 남태평양 국가들의 이웃인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중국은 올해 남태평양의 소국 바누아투에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데 이어 올해 말에는 피지에 자국산 해로측량선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처음으로 남태평양 국가에 군사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남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자 이에 놀란 미국과 호주 프랑스 영국 등의 서방국들이 남태평양 국가에 공관과 외교 인력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는 남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경제 원조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팔라우와 미크로네시아 피지에 파견하는 외교 인력을 늘릴 방침이다. 호주 정부는 투발루 공관에 처음으로 공사를 임명할 계획이다. 영국은 2019년 말 이전에 바누아투 통가 사모아에 공관을 설립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내년 초 남태평양 국가 지도자들과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중국 외에도 다른 선택이 있다는 것을 남태평양 국가들이 깨닫게 해야 한다”며 “(중국에 진 채무의) 후과(後果)가 있을 것임을 알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태평양 국가들의 채무 상환에 따른 어려움은 현실이 됐다. 아칼리시 포히바 통가 총리는 이달 “가난한 남태평양 국가들이 중국에 진 빚을 갚는 데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남태평양 국가들의 채무를 탕감해 줄 것을 중국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통가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수준인 1억 달러(약 1108억 원)의 빚을 중국에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BC 중문판은 “채무 탕감 요청 계획에 중국이 불만을 표시하면서 남태평양 국가 지도자들이 움츠러들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만과 단교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거부했던 팔라우는 중국인 관광객의 팔라우행 단체관광을 금지한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관광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남태평양 국가들은 소국이지만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에서 다른 나라들처럼 투표권을 갖고 있고 해양 자원도 풍부해 중국과 서방국들 모두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