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野 “괴물에 면죄부 준 판결 유감”… 與는 침묵

野 “괴물에 면죄부 준 판결 유감”… 與는 침묵

Posted August. 15, 2018 07:25   

Updated August. 15, 2018 07:25

中文

(5판용)“이게 왜 위력이 아닙니까!” “안희정은 사과하라”

 오전 11시 10분 1심에서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에 대해 무죄선고를 받고 서울 서부지방법원 1층 현관을 나서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를 향해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여성들이 소리쳤다. 안 전 지사는 취재진에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정문을 나섰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혐의가 무죄로 판결 난 직후 안 전 지사의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33) 측은 대책위를 통해 즉각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씨는 이날 1심 선고에는 참석했지만 이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장윤정 변호사가 이번 판결에 대한 김 씨의 입장문을 대신 읽었다.

 김 씨는 입장문을 통해 “무섭고 어둡고 추웠던 긴 밤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무서웠고 두려웠다.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에 지독히도 아프고 괴로웠다”며 재판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전달했다.

 김 씨는 입장문에서 재판과정에서 있었던 재판부의 부적절한 언행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씨는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에 대해서 얘기했다”며 이번 판결에 대해 “어쩌면 미리 예고되었던 결과”라고 덧붙였다. 또 “이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겠다”며 “굳건히 살고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하겠다. 끝까지 함께해달라, 간절히 부탁한다”고 항소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진 대책위 기자회견에서도 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사법부의 책임을 입법부로 미룬 것”이라며 현행 법제 하에서 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을 반박했다. 또 위력은 있지만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 내용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직장을 잃고 5개월 동안 왜곡된 사실 속에 살아간다”며 “가해자의 위력은 지속적”이라고 주장했다.

 정혜선 변호사도 “법원이 합리적 의심마저도 배재하는 등 고민 없이 법정주의와 무죄추정에 의존해 판단했다”며 “강제적 강간죄 요건을 완화해 해석하는 최근 동향에 역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어 검찰에 즉각 항소해줄 것을 요청하며 항소심 뿐만 대법원까지 대응을 계속해 나갈 뜻을 밝혔다. 

 이번 무죄 판결을 바라보는 여성계의 시각은 엇갈렸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변호사는 “지위나 권력이 작용하는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대한 해석이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며 “장애인 등과 달리 성인 여성에 대해서는 적용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지만 판례를 바꿔야 하는 부분” 이라며 판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과도기적 판결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유리한 증언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엄격하게 판단을 한 것 같다. 현행 법체계에서만 유무죄를 판단해야하는 재판부가 한계를 마주한 것” 이라고 말했다.

 반면 합리적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노영희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는 “김지은 씨 측이 안 전 지사의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이 부족했고, 주장이 모순 되거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볼만한 부분이 있다”며 법리에 충실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성폭력 폭로를 경험한 공연계, 문단계에서는 대체적으로 걱정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2월 문단계 성폭력 경험 사실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은 “저도 충격 받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다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사건에 오늘 판결이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라고 말했다. 김명인 문학평론가 또한 “사법부가 원론적으로 법률에 적시된 대로만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향적이거나 시대에 맞는 판단이라고 보긴 힘들다. 문단에서 계속해서 명예 훼손이나 백래시(반발),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연극계 미투 피해자 A 씨는 “너무 안타깝다. 권력형 성폭행을 용기 내 고발하는 분들이 더 주저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 된다”며 “권력형 미투가 권력 때문에 무마되고 주저앉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