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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73년만에 ‘평택시대’

Posted June. 30, 2018 07:30   

Updated June. 30, 20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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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 지어진 주한미군사령부의 신청사가 29일 문을 열었다. 지난해 7월 주한 미 지상군을 지휘하는 미8군 사령부에 이어 주한미군사령부까지 평택으로 옮기면서 주한미군의 ‘73년 용산 역사’가 막을 내리고, ‘평택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미군의 용산 주둔은 광복 직후(1945년 9월)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 진주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개청식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등 한미 지휘부가 대거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에서 “평택기지는 한국과 미국이 힘 모아 세계 최고 수준의 해외 미군기지로 건설한 곳”이라며 “평택 기지 이전으로 주한미군의 주둔여건이 더욱 안정적으로 보장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미북 정상회담 성공도 한미동맹이 강력한 억제와 대비태세를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주한미군사령부의 평택 시대 개막을 통해 한미동맹이 군사적, 포괄적 동맹을 뛰어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축전은 몸살감기로 29일까지 휴가를 낸 문 대통령을 대신해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독했다.

 주한미군사 신청사는 약 24만 m² 터에 본관(4층)과 별관(2층)으로 건립됐다. 1957년 용산에서 창설된 주한미군사가 61년 만에 평택에 새 둥지를 튼 것. 주한미군 측은 “연말까지 주한미군의 모든 시설과 인력의 평택 이전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평택기지 내부도 언론에 공개했다. 평택기지 면적은 1467만7000m²(약 444만 평)로 여의도 면적의 5배가 넘는다. 단일 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공사비로 약 108억 달러(약 12조 원)가 투입됐다. 지휘부 건물과 훈련·병영시설, 복지시설(학교, 병원, 은행 등) 등 510여 개의 건물이 들어섰다.

  ‘평택 시대’를 연 주한미군의 향후 임무와 역할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평택기지에는 대형 활주로가 있고, 기지 인근에 항만·철도를 갖춰 유사시 주한미군의 전방배치나 미 증원군 전개에 유리하다. 북 위협억제 임무를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말이다.

 하지만 남북, 미북 관계 개선, 평화체제 구축 등이 진전되면 주한미군의 위상과 기능도 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억지용 ‘붙박이군’에서 역내외 분쟁에 적극 개입하는 ‘전략 기동군’으로 변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영무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평택에 근무하는 (주한미군) 장병들의 새 임무는 한반도 평화는 물론 동북아 안정자로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북-미 간 비핵화와 남북 간 평화협정 추진과정에서 북한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할 개연성도 있다. 일각에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병력을 대폭 줄여 ‘평화유지군’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비용분담’을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를 계속 요구하는 것도 주시할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안보 격변기에 ‘한반도·역내 안정자’로 주한미군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군사전문기자 weappon@donga.com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