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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초유의 회의 취소... 규제개혁•혁신성장 ‘속도전’ 비상 걸었다

文, 초유의 회의 취소... 규제개혁•혁신성장 ‘속도전’ 비상 걸었다

Posted June. 28, 2018 07:36   

Updated June. 28, 201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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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오후 예정됐던 2차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회의를 불과 3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회의였다. 취소 이유는 1월 1차 회의 이후 5개월이나 지났는데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고 사전보고 내용도 알맹이 없이 재탕·삼탕 식으로 나열한 것이어서 문 대통령과 이 총리가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무조정실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보강이 필요하다고 총리가 대통령에게 회의 취소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주재회의가 내용 부실로 취소된 것은 현 정부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건의한 총리나 받아들인 대통령의 분노를 짐작케 한다.

 지난 1차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이 있어야 혁신성장이 가능하다”면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샌드박스 도입도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이번 2차 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과제가 드론산업,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산업, 인터넷은행설립 등 핀테크산업 등의 규제개혁이었다. 이미 1차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속도를 내 혁파해야할 주요 과제로 거론했던 것들이다. 업계에서 수도 없이 건의했고 언론에서도 늘 지적한 규제개혁 안건들이다.

 그런데도 김 부총리는 1차 회의 뒤 5개월이 다 된 이달 중순에야 재계에 규제개혁 과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오죽했으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내가 회장으로 있는 4년 반 동안 정부에 제출한 것만 38번인데 상당수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토로했을까.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혁신성장회의 이후 세 번이나 혁신성장에 대해 “성과가 없다” “속도가 느리다”고 공개적으로 질책한 바 있다. 어제도 이 총리 보고를 받고 “답답하다”고 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그렇게 답답할 정도면 현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나 벤처들은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갔겠는가.

 문 대통령은 전날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한 경제수석, 일자리 수석을 교체하는 등 청와대 경제팀에 대해 사실상 문책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2차 회의 취소는 ‘공무원 한명에 규제 하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규제를 꿀단지처럼 끌어안고 사는 관료사회와 그런 관료사회를 일신해 혁신성장을 주도하라는 임무를 맡긴 김동연 부총리에 대한 엄중 경고의 성격을 띤다.

 지금 한국 경제는 나라 안팎으로 엄중한 상황임에도 경제정책의 한 축인 소득주도성장은 소득과 소비를 끌어올려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와는 달리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럴수록 다른 한 축인 혁신성장이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 김 부총리를 주축으로 한 2기 경제팀은 바짝 분발해 다음에 열릴 회의에는 규제혁신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내놓아야한다. 그렇게 못한다면 그때는 회의 취소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