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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한 文대통령, 규제혁신회의 당일 취소

격노한 文대통령, 규제혁신회의 당일 취소

Posted June. 28, 2018 07:34   

Updated June. 28, 201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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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내용 부실을 이유로 27일 오후에 당정청 핵심 관계자들과 하려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3시간여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문 대통령도 부진한 규제개혁 성과에 격분하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후 예정됐던 회의를 당일 갑자기 취소한 것은 처음이다. 전날 대통령정책실에 대한 문책성 인사에 이어 기획재정부 등 공직사회 전체에 ‘혁신성장 로드맵을 제대로 마련하라’는 최고 수준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가 ‘준비하느라 고생했으나 이 정도 내용은 민간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미흡하다’며 문 대통령에게 회의 연기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후 3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 20여 명의 장관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등 참모진,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와 신산업 분야 기업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그간 규제혁신 성과를 점검하는 회의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의 보고를 받은 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회의를 갖고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보고해 달라”고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의 회의 취소는 청와대 개편으로 본격화된 문재인 정부 2기를 맞아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기 위한 것이다. 빠른 민생체감 성과를 강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직접 부진한 혁신성장과 규제혁신을 수차례 지적했는데도 공직사회가 움직이지 않자 당일 회의 취소라는 ‘충격 처방’을 택했다는 것. 문 대통령은 국무조정실이 종합해 보고한 규제혁신 성과 자료를 보고받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대통령정책실 수석비서관을 대폭 교체한 데 이어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경제부처들에 고강도 질책이 이어지면서 공직사회는 작지 않은 충격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 일정도 함께 취소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