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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가능성, 100% 쏟아 붓는다

Posted June. 27, 2018 07:48   

Updated June. 27, 201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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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생각으로 독일과의 경기를 준비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독일과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둔 절박한 심경을 표현했다. 2패로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린 한국은 27일 오후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과 맞붙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한국 57위)은 1차전에서 멕시코에 덜미를 잡혔지만 2차전에서 스웨덴에 역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독일도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도 “오직 한국전 승리만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총력전을 예고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독일 선수 전체의 몸값은 1조1432억 원에 달한다. 한국 선수 전체 몸값은 1099억 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그래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 한국이 독일에 1점 차 승리를 거두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2점 차 이상으로 꺾거나, 한국이 독일에 2점 차 이상으로 승리하고 동시에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기면 한국과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한다.

○ 공격의 선봉 ‘황손 콤비’

 한국은 스피드를 갖추고 역습에 능한 ‘황손 콤비’ 황희찬과 손흥민 투톱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민첩한 중앙 수비수 제롬 보아텡이 스웨덴전에서 퇴장당해 한국전에 결장한다. 그 빈틈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1, 2차전에서 황희찬의 전력 질주 최고 속도는 시속 33.3km(한국팀 내 1위), 손흥민은 시속 31.97km(3위)였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2010∼2013년), 레버쿠젠(2013∼2015년·1군 기준)에서 뛰었던 손흥민은 독일 수비수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멕시코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득점에 성공해 골 감각도 회복한 상태다. 손흥민은 “다른 말은 필요 없다. 죽기 살기로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황희찬은 멕시코전에서 빠른 측면 돌파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슈팅 대신 패스를 하며 득점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황희찬은 “멕시코전 실수를 생각하면 아쉽고 화도 난다. 독일전에서는 반드시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 기성용 빠진 중원은 ‘영철 콤비’

 한국 미드필드의 문제는 주장인 미드필더 기성용이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독일전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이다. 독일은 토니 크로스, 메주트 외질 등 세계적 미드필더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크로스는 1, 2차전 평균 94%의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전차군단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멕시코전에서 기성용-주세종이 나섰던 미드필드진은 ‘영철 콤비’ 정우영과 구자철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8년간 독일에서 뛴 구자철은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경험해봤기 때문에 공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정우영은 상대의 돌파를 차단하는 수비 센스와 상대 수비 뒤 공간으로 롱패스를 연결하는 능력이 있다.

○ 어게인 ‘김&장’ 혹은 ‘스리백’

 독일은 최전방 공격수 티모 베르너와 측면 공격수 토마스 뮐러를 중심으로 한 공격이 매섭다. 2017∼2018시즌 소속팀에서 21골(9도움)을 넣은 베르너는 스피드와 침투 능력이 뛰어나다.

 신 감독은 중앙 수비수 장현수의 선발 기용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한국 중앙 수비수의 핵심 조합은 김영권-장현수였다. 그러나 장현수가 2차전에서 페널티킥 실점의 빌미를 주고 팬들로부터 집중적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또다시 그를 선발로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장현수는 실력보다는 컨디션이 문제일 것이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일 텐데 면담을 통해 컨디션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무리해서 출전시키면 더 무서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수를 대체할 후보선수로는 윤영선 오반석 정승현 등이 거론된다.

 장현수를 내세우지 않는다면 스리백을 구사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김영권 오반석 윤영선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은 수비 상황에서 좌우 윙백까지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 실제로는 총 5명의 수비수가 포진하는 ‘5백’ 전형을 구사한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