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무대장치-의상 없는 콘서트 오페라 아이디어 모아 꾸미는 재미 넘치죠”

“무대장치-의상 없는 콘서트 오페라 아이디어 모아 꾸미는 재미 넘치죠”

Posted May. 31, 2018 08:08   

Updated May. 31, 2018 08:08

中文

 “20년 전 6월 3일이 생생해요. ‘괜히 외국 가서 바보가 되는 것 아닌가’ 걱정했죠.”

  ‘아시아의 종달새’ 소프라노 임선혜(42)는 노래만큼 말도 잘했다. 유럽 진출 20주년을 맞은 소감을 막힘없이 풀어냈다. 그는 서울대 음대에 다니던 21세에 독일 칼스루에 국립 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자선 공연을 위해 잠시 귀국한 그와 23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이달 경남 산청 성심원(3일), 부산 소년의 집(4일), 충남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8일), 서울 명동대성당(11일)에서 ‘평화나눔음악회’를 열었다. 2009년부터는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 ‘희망나눔콘서트’도 매년 열고 있다. 그는 “클래식을 알고 나면 특별한 자긍심 같은 게 생긴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과 음악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사회에 어떻게 하면 보탬이 될까.’ 꽤 오랜 기간 그는 이 화두를 붙들고 살았다. 나의 노래가 다수에게 가닿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다른 길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아나운서와 청소년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고려했다. 고민은 어느 날 느닷없이 풀렸다.

 “10여 년 전쯤인가. ‘노래는 꼭 남을 위해 부르는 게 아니다. 스스로에게 기쁨과 위로가 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어요. 이후 노래에 집중하게 됐죠.”

 유학길에 오른 지 1년 반. 고음악 거장 필립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공연의 솔리스트 대타로 출연했다. 이후 수많은 거장의 ‘러브콜’을 받으며 고음악계 디바로 성장했다. 2005년부터 함께한 지휘자 르네 야콥스도 그중 하나. 야콥스는 “동양철학 때문인지 기독교인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서양 클래식계가 잃어버린 영성을 임선혜에게 느낀다”고 했다고 한다.

 7월엔 야콥스가 지휘·연출한 콘서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 역을 맡는다. 콘서트 오페라 3부작 다 폰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지난해 ‘여자는 다 그래’에서는 데스피나 역을 맡았다. 내년에는 ‘돈 지오반니’의 무대에 오른다. 그는 “무대장치와 의상 없이 공연하는 콘서트 오페라는 출연자들이 갖가지 아이디어를 보태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의 침대맡엔 ‘한 글자 사전’, ‘조용히 다가온 나의 죽음’ 등 책 7권이 놓여 있다. 그는 읽고 쓰고 노래하길 즐기되 현실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수시로 점검한다.

 “하루에 몇 번씩 비행기를 타고, 음악으로 시대여행을 하고, 무대 위와 아래의 삶을 오가고. 자칫 현실과 동떨어지기 쉬운 삶이라 늘 밸런스를 신경 써요. 혼란스럽지만 지루할 틈 없는 성악가의 삶을 사랑합니다.” 7월 6일 오후 7시 반, 7일 오후 5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4만∼15만 원. 1544-7744


이설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