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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명 여배우들, 칸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시위한

82명 여배우들, 칸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시위한

Posted May. 14, 2018 07:30   

Updated May. 14, 20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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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82명입니다. 그리고 1946년 칸영화제가 시작된 이후 71년 동안 오로지 82명의 여성 감독만이 이 계단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칸영화제 레드카펫 위에 올라선 82명의 여성 배우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케이트 블란쳇이 말했다. "남자 감독 1688명이 이 계단을 오를 동안 말이죠"

 영국 BBC 등 언론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여성 배우와 감독, 영화제 심사위원과 제작자 등 82명이 12일(현지 시간) 영화계의 성 평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케이트 블란쳇과 제인폰더,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유명 배우들과 ‘원더우먼’의 감독인 페티 젠킨스 등 영화감독, 웹사이트 '여성과 할리우드' 운영자 멜리사 실버스테인이 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과 89세의 프랑스 감독 아그네서 바르다가 함께 대표로 성명을 읽었다.

 블란쳇은 이어서 "고귀한 황금종려상(Palme d'Or)은 71명의 남성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름을 다 거론하기조차 어렵다. 여성 감독은 고작 2명뿐이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카메라의 앞과 뒤에서 남성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경쟁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레드카펫이 깔린 계단 위를 걸어 올라가 시위를 벌였다. 블란쳇이 성명서를 읽는 동안 서로 손을 잡고 경청하다 낭독이 끝나자 잡은 손을 머리 위로 들어 흔들어 보이며 연대를 과시했다.

 이 여성 영화인들은 71년 동안 여성 감독은 고작 82명밖에 칸에 초청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그만큼의 숫자가 한꺼번에 레드카펫을 밟았다. 계단을 오르다 멈춰 서서 성명을 읽은 이유는 여성 영화인이 칸의 계단을 오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시위는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후보 작품을 낸 감독 21명 중 하나인 에바 후손의 작품 ‘태양의 소녀들(Girls of the Sun)’ 시사회를 앞두고 열렸다. 에바 후손은 황금종려상 여성 감독 후보 3명 중 한 명이다. ‘태양의 소녀들’에서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서 생활하는 여성 난민 부대가 이슬람 성전주의자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상영 전 후손은 잠시 레드카펫을 벗어나 자신의 4살짜리 아들을 끌어안았다. 이 장면을 지켜본 실버스테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칸에 여성 감독이 그녀의 아들을 데려왔다.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올렸다. 시사회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10분 간 영화인들의 기립박수를 받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일부 시위 참가자는 여성 배우에게 더 과하게 요구되는 ‘드레스 코드’에 항의하기 위해 검은색 드레스나 정장을 입었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