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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수익 빼먹기는 안 통해” 현대차, 엘리엇에 단호 대응

“단기수익 빼먹기는 안 통해” 현대차, 엘리엇에 단호 대응

Posted May. 14, 2018 07:30   

Updated May. 14, 20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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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결국 현대차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표 대결로 치닫게 됐다.

 최근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전포고 하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정면 대결 뜻을 밝혔다. 현대모비스 지분 10.1%를 가진 국민연금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9일 ‘결전의 주주총회’가 다가올수록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엘리엇은 11일 공식 성명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며 다른 주주에게도 반대를 권한다”고 밝혔다. 행동주의 펀드는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고 빠져나간다.

 이번에 엘리엇이 타깃으로 삼은 기업은 현대차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총 약 10억 달러(약 1조700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환영한다”며 처음 등장한 엘리엇은 이후 추가 요구사항을 밝히며 결국 ‘반대 투표’라는 뜻을 밝히며 숨은 발톱을 드러냈다.

 대외 발언을 아껴왔던 정 부회장도 이번에는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직접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차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맞대응했다. 현대차도 초기에 맞대응을 자제하고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온건한 태도를 취하던 전략을 바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그래 봐야 엘리엇 지분은 고작 1.4%’라며 지배구조 개편은 결국 현대차 뜻대로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양측이 격돌하기 시작한 지난달 4일부터 현재까지 주가는 일단 안정적이다. 현대차는 주당 약 15만500원에서 지난달 24일 16만5500원으로 올랐다가 지난주 15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현대모비스는 같은 기간 약 25만8000원에서 23만1500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기아차는 약 3만2000원에서 3만4000원 사이를 오가는 중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결국 엘리엇의 최종 목표는 보유한 주가를 최대한 띄워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직까지는 엘리엇 뜻대로 주가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엘리엇과 정 부회장이 정면으로 격돌한 뒤 14일부터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대차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자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삼성물산’ 프레임으로 새로운 공격을 시도했다. 엘리엇은 최근 개설한 한국어 홈페이지에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합병비율 산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대차가 2015년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000억 원에 사들인 계약은 대표적인 경영실패 사례”라며 공격하고 있다.

 주총 전까지 현대차가 엘리엇의 배당확대 등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엘리엇의 요구는 법 위반”이라고 지원사격 한 만큼 원안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지분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 기아차 등 현대차의 우호지분은 모두 합쳐 31.1%다. 결국 1.4%를 가진 엘리엇이 얼마나 많은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과거 삼성물산 제일모직 사태의 교훈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국민연금이 최대한 국익과 주주이익에 부합하도록 원칙적인 입장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은택 nabi@donga.com · 변종국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