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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철수 빅토리호 거제 추모행사

Posted April. 07, 2018 07:28   

Updated April. 07, 201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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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다시 (한국을) 찾으니 (흥남철수작전 당시가) 생각나고 보람도 느낍니다.”

 백발의 퇴역 군인이 감회에 젖었다. 건장한 체구에 우렁찬 음성이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를 잊게 했다. 6일 오전 10시 반 경남 거제시 계룡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흥남철수작전 기념비 앞에 선 벌리 스미스 씨(89·예비역 대위).

 그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1만4000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거제까지 성공적인 철수작전을 펼쳤던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항해사였다.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부인 바버라 해커(73)와 딸 루스 클라크(62), 한국전쟁 참전용사 가족인 티머시 라이언(70), 엘린 에이스(71) 등 12명과 함께 왔다. 스미스 씨 일행은 중국, 제주, 부산, 일본을 거치는 크루즈 여행 중 흥남철수작전 참가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거제에 들렀다. 국가보훈처에서는 김광우 제대군인국장 등이 참석했고 박명균 거제시장 권한대행은 스미스 씨 일행을 안내했다.

 행사에서는 미국 국가와 애국가 연주에 이어 스미스 씨와 김 국장 등이 차례로 기념비에 헌화했다. 스미스 씨는 김 국장에게 미국 국회의사당에 걸려 있던 성조기와 자신의 고향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기(市旗)를 전달했다. 김 국장은 스미스 씨에게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손목시계를 선물했다.

 특히 당시 빅토리호 항해 도중 태어나 미군들이 ‘김치 원(1)’부터 ‘김치 파이브(5)’로 불렀던 5명 가운데 김치 원 손양영 씨(68)와 김치 파이브 이경필 씨(68)가 행사장을 찾아왔다. 손 씨는 “제가 김치 원입니다. 뵙게 돼 반갑습니다”며 스미스 씨에게 안겼다. 스미스 씨는 “오, 당신이 가장 먼저 태어난 김치 원이군요. 건강해 보여 기쁩니다”라며 밝게 웃었다. 이 씨도 ‘웰컴’이라고 인사하며 스미스 씨 손을 꼭 잡았다. 스미스 씨는 “미국은 많은 피란민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고, 피란민들은 혼란 없이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도록 믿음과 신뢰를 보여줬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거제도 주민들이 추운 날씨 속에 음식과 옷이 부족했지만 북한 동포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였다”고 기억했다.

 그는 올 1월 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고, 문 대통령은 2월 답장을 했다. 문 대통령은 “스미스 씨같이 사명감으로 충만한 선원들이 없었다면 나의 부모님이 거제도에 오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빅토리호 승선원 가운데 생존자는 스미스 씨를 포함해 3명이다.


강정훈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