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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육첩방

Posted March. 20, 2018 08:08   

Updated March. 20, 201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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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육첩방은 남의 나라”로 시작하는 윤동주 시인의 ‘쉽게 씌어진 시’는 시인이 25세 때 일본 릿쿄대학 유학 중 썼다. 일제 강점기 식민지 대학생의 고뇌와 극복 의지가 쉽지 않게 드러나는 시다. 육첩방(六疊房)은 다다미 여섯 장 깔린 작은 방이라는 뜻으로 요즘 기준으로 말하면 9.9㎡도 안 되는 방이다. 지금도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육첩 크기의 월세방에서 식민지 청년처럼 힘겹게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새 학기마다 대학가는 방 구하기 대란이다. 책상 하나 놓고 혼자 누울 수 있는 원룸은 서울 주요대학 주변에선 보증금 1000만 원에 50만 원 안팎의 월세로도 구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서울시 통계를 보면 서울소재 대학 재학생 가운데 지방출신이 열 명 중 세 명꼴이다. 하지만 대학이나 지자체 등이 세운 기숙사에서 합리적 가격에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지방 출신 대학생은 10.9%에 불과했다.

 ▷기숙사를 더 많이 지어 수용률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21%, 특히 수도권 대학은 16%가 고작이었다. 그렇지만 기숙사를 지으려 해도 인근 주민의 반발에 부딪히기 일쑤다. 고려대는 2013년부터 1100명 규모의 기숙사 신축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를 의식한 구청의 승인 거부로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임대 수입 감소나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집주인들 때문이다. 총신대와 한양대, 홍익대 등 서울 시내에서만 6곳에서 주민과의 갈등으로 기숙사 신축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저소득층 사이에서 회자되던 ‘월세난민’이라는 신조어가 어느새 대학가까지 퍼졌다. 부모가 여유가 있거나 서울에 집이 있는 학생과 아닌 학생의 삶의 질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당장 주거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리다 보면 학업에 충실할 수 없고, 이는 졸업과 사회진출에도 영향을 끼친다. 양극화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살수록 적자”라는 청춘(靑春)들의 한 숨 소리를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나.


길진균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