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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 복원의 실마리 찾아…3년간 고구려 산성 73개 답사

고대사 복원의 실마리 찾아…3년간 고구려 산성 73개 답사

Posted March. 07, 2018 07:58   

Updated March. 07, 201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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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의 옛 이름 중 하나는 성을 뜻하는 ‘구루(溝`)’였습니다. 그만큼 고구려 문화의 핵심은 산성에 고스란히 녹아 있죠. 이것이 광활한 제국을 일군 고구려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산성에 꽂힌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는 고구려 산성에 단단히 빠져 있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 요동(랴오둥·遼東) 지역의 73개 고구려 산성을 모조리 답사하고, 이를 사진과 글로 기록했다. 고구려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요동, 고구려 산성을 가다’(통나무)를 낸 하이코리아 중국부문 대표이자 대련 한국국제학교 재단이사로 활동 중인 원종선 씨(63·사진)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2001년 중국과의 무역을 위해 항저우로 이주한 원 씨. 이곳에서부터 베이징까지 연결된 중국 내륙 운하를 마주하면서 고구려 산성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운하를 지으면서 물류 이동과 경제가 꽃핀 당시 수나라는 동쪽의 거대한 제국 고구려를 침공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습니다. 그들이 정복하려 했지만 끝내 실패한 고구려의 힘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책은 고구려 역사를 총망라한다. 주몽이 첫 도읍으로 세웠던 흘승골성(졸본성)부터 수나라의 침공에 끝내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 요동성, 668년 고구려가 당나라에게 함락된 이후에도 결사항전을 다짐했던 안시성까지. 이름으로만 들었던 고구려 옛 성들의 실제 모습을 사진과 지도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원 씨는 “고구려 산성의 가장 큰 특징은 험준한 주위 산세를 이용해 방어력을 극대화한 것”이라며 “중국 중원의 국가들에 비해 인구나 규모가 열세였던 고구려가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눈여겨볼 점은 원 씨의 현장 답사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구련성, 복주고성 등 13개의 고구려 산성을 추가로 밝혀냈다는 것이다. 추천사를 쓴 도올 김용옥은 “이번 연구는 우리 고대사를 복원하는 실마리를 찾아가는 지석(誌石)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 씨는 “채석장으로 산성 자체가 통째로 날아가거나 밭으로 개간돼 흔적이 없어지는 등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가는 고구려 산성이 많다”며 “고구려 산성에 대한 관심과 보존 대책이 함께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