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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경기 첫승 컬링 커플... 한국팀 앞길 반짝반짝 닦았다

첫경기 첫승 컬링 커플... 한국팀 앞길 반짝반짝 닦았다

Posted February. 09, 2018 08:10   

Updated February. 09, 20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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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를 직감한 듯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대표 이기정(23)은 스위핑을 멈추고 파트너 장혜지(21·이상 경북체육회)를 향해 “이야!”라고 소리쳤다. 한국팀의 빨간색 스톤은 그대로 미끄러져 하우스(표적)의 정중앙 버튼에 새겨진 오륜에 살짝 걸쳤다. 한국의 두 선수가 태어나기도 전인 1992년 국제무대에 데뷔한 핀란드의 백전노장 토미 란타메키(50)는 이기정에게 악수를 청하며 남은 경기를 포기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첫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컬링 믹스더블 대표팀이 8일 한국 선수단의 첫 승전보를 울렸다. 한국 장혜지-이기정 조는 이날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예선 핀란드 오나 카우스테(30)-토미 란타메키 조와의 경기에서 9-4로 승리했다. 전체 8엔드 중 7엔드 만에 상대의 승복을 받아냈다. 이번 대회 신설된 믹스더블 종목 첫 경기에서 거둔 승리라 더 뜻 깊다.

 승리의 기쁨은 맛봤지만 이날 승리를 거두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경기장 바닥 보수 문제 등으로 정비가 늦어지면서 믹스더블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강릉컬링센터에서 3주밖에 훈련하지 못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충분히 얻지 못한 셈이다.

 집행부 내홍으로 지난해 8월 대한컬링경기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된 이후에도 대표팀 지원 문제가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심리상담 지원, 소음 시뮬레이션 훈련 등 대표팀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이렇게 해서는 국내 동계체전 1등밖에는 못 한다”고 작심발언을 한 이기정은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급기야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대표팀은 훈련 장소로 지정된 이천훈련원 컬링장의 얼음 상태가 나빠 훈련을 임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악조건을 뚫고 이기정, 장혜지는 1엔드부터 3득점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득점에 불리한 선공이었음에도 대량 득점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6엔드에서 5-4까지 추격을 허용한 한국팀은 7엔드에서 경기당 한 번씩 주어지는 작전타임까지 써가며 승부수를 걸었다. 이후 한국의 스톤 2개를 동시에 쳐내려던 핀란드는 오히려 자신의 가드를 쳐내는 실수를 저지르며 무너졌다. 이날 한국 팀의 샷 성공률은 77%로 상대(61%)에 크게 앞섰다. 이기정의 성공률은 81%였다. 이기정은 “(작전타임 후) 가드를 깬 내 플레이로 상대가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대에게 혼란을 주려고 한 것이 통했다”고 밝혔다. 산뜻한 출발을 시작한 이기정, 장혜지의 목표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양궁 2관왕 장혜진, 인기가수 FT아일랜드 이홍기의 축하를 각각 받는 것이다.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올림픽이어서였을까. 이른 경기 시간(오전 9시 5분)에도 많은 관중이 몰렸다. 전체 3000석 중 2000석 이상이 찼다. 오전 6시 학교에서 단체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왔다는 문민준 군(15·삼척중)은 “TV로만 보던 올림픽을 직접 보니 신기하다. (믹스더블 대표) 형, 누나가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혜지는 “사람들이 컬링을 알고 재밌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한국 선수단 첫 승을 하게 돼 기쁘고 이런 기운이 선수단으로 퍼졌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