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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독일 전총리, 올 가을 ‘한국 사위’ 된다

슈뢰더 독일 전총리, 올 가을 ‘한국 사위’ 된다

Posted January. 26, 2018 08:10   

Updated January. 26, 20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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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의 평범한 부부처럼 살겠습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74)와 통역관으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한국인 김소연 씨(48)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결혼한 뒤 ‘여생의 절반’은 한국에서 보내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요청으로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슈뢰더 전 총리는 “문화와 예술, 미술에 관심이 많아 지방에 있는 유적을 둘러보며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알아가고 싶다”며 “아직 한국어는 못하지만 열심히 배워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미 가족 간 상견례를 마쳤고 가을 무렵 결혼식을 올린 뒤 서울에 새 보금자리를 꾸릴 예정이다. 김 씨는 “하노버와 베를린 등 독일 거처와 서울을 반반씩 오가는 형태로 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5년 열린 국제경영자회의에서 처음 만났다. 현재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인 김 씨는 슈뢰더 전 총리의 통역을 맡아 왔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해 슈뢰더 전 총리와 이혼 소송 중인 도리스 슈뢰더 쾨프 사민당 의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슈뢰더 전 총리와 김 씨는 이후 독일 언론을 통해 연인 관계임을 인정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햄릿’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학문, 논리 철학 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며 “한국에서 여생의 절반을 보내겠다는 결정도 객관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운명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운의 운명”이라고 덧붙이며 미소 짓기도 했다.

 독일 사회민주당(SPD) 출신으로 14대 총리를 지낸 슈뢰더는 독일 통일 이후 성장 둔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와 경제구조를 대폭 수술하는 ‘어젠다 2010’ 등 과감한 개혁을 추진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남북 관계에 대해 “한반도가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남북한 단일팀을 통해 대화를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는 것은 적절해 보인다”며 “단일팀이 참가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관람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독일 통일 역시 인내심 있는 대화와 접촉으로 가능했다”며 “남북한이 대화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뗀 만큼 미중일 등 주변 강국들이 보조를 맞춰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슈뢰더 전 총리는 자신의 정치 인생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독일에서 25년 이상 정치인으로 살았고 그 삶은 마무리된 것 같다”며 “한국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와 김 씨는 26일 주한 독일대사 부부,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 부부와 판문점을 방문할 예정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