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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빨간불이다

Posted January. 24, 2018 08:12   

Updated January. 24, 20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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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도와 인도가 나란히 있는 좁은 길. 사람이 차도로 한발 내려선다. 순간 주변을 오가던 차들은 스르르 멈춘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에서 흔한 장면이다. 그렇다고 그곳 운전자들이 뭐 대단히 준법정신이 투철한 건 아니다. 보행자가 없을 때는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리는 차들도 숱하다. 다만 ‘사람이 빨간불이다’라는 인식, 즉 보행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관념이 깊이 박혀 있을 뿐이다.

 ▷정부가 23일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보행자와 교통약자(어린이, 고령자)를 교통정책의 핵심 축에 두고,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2022년까지 현재의 절반인 2000명대로 줄인다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도심 차량 제한속도는 시속 60km에서 50km로 줄어든다. 주택가나 어린이보호구역 등 제한속도 시속 10∼20km인 도로도 생긴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차량은 지금까지 보행자가 건너고 있을 때만 일시 정지토록 했으나 앞으론 모든 횡단보도 앞과 우회전 직전에 반드시 멈춰 보행자 통행을 살피도록 했다.

 ▷1960년 1402명이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975년 포니 양산과 함께 마이카 시대가 시작되면서 급속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1978년 5000명에서 1991년 1만3429명으로 정점을 찍고는 완만한 하향곡선으로 이어졌다. 2014년에야 다시 5000명 밑으로 사장자가 줄어든 데는 동아일보가 2013년 1월부터 펼치고 있는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평가다. 동아일보는 현재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를 내걸고 6년째 경찰청과 함께 교통안전 캠페인 중이다. 그래도 2016년 4292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야심 찬 안전대책이 나와도 시간이 지나고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 실행 의지가 흐물흐물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번 교통·산업 안전대책은 예외여야 한다. 국회도 신속한 입법으로 지원해야한다.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통학버스 운전사 자격제, 음주운전 단속 기준 강화는 모두 국회에서 1년 넘게 상임위 통과도 못하고 있다.

이 기 홍 논설위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