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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공동입장·단일팀, 우리 내부부터 설득해야

南北공동입장·단일팀, 우리 내부부터 설득해야

Posted January. 18, 2018 10:02   

Updated January. 18, 20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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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충북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개회식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에 대해 “북한이 단순히 참가하는 것 이상으로 남북관계 발전에 훨씬 좋은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팀 구성이 유력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겐 “우리 아이스하키팀에 보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쏟게 하는, 그래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 시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선 북한 대표단의 규모와 방문 경로, 체류비 지원 등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구체적 사안들을 논의했다.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은 우리 내부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특히 정부가 공동입장 때 한반도기를 들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치권 논란이 뜨겁다. 야당은 개최국인데도 스스로 태극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반도기는 이미 1991년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공동입장 때 9차례나 사용된 바 있고, 선수단 입장 첫 장면에 대형 태극기가 들어가는 만큼 ‘태극기 포기’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부의 사전 설명 없이 이뤄지는 남북 회담이니 이런 반발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단일팀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팀 세라 머리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 분명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어떤 설명도 안 해줬다고 했다. 단일팀이 개막을 불과 3주 앞두고 급조되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느낄 상실감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문 대통령이 어제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오찬 헤드테이블에 앉히는 등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였지만 어린 선수들이 대통령 말 몇 마디에 흔쾌히 수긍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이 같은 논란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해온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쐐기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비용일 수 있다. 최소한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엔 도발을 멈출 것이고, 이런 기류가 계속 이어진다면 북-미 직접 대화 국면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정치적 이벤트에 우리 선수들, 나아가 스포츠 정신이 희생돼선 곤란하다. 우리 사회 내부를 가르고 우리 선수들을 상실감에 빠지게 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설득하고 다독여야 한다.

 나아가 북한 대표단 방문과 체류비 지원 과정에선 국제적 대북 제재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 16일 밴쿠버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 18개국과 한국·일본 외교장관회의에선 유엔 대북 결의를 넘어서는 추가적 외교행동을 고려한다는 성명이 채택됐다. 그 자리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이 협상을 선택하지 않으면 스스로 (군사) 옵션의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들떠 제재·압박의 국제공조에 균열을 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