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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다이치 일스포츠청 장관

Posted January. 12, 2018 08:07   

Updated January. 12, 201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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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딴 올림픽 금메달의 절반은 한국 몫입니다.”

 스즈키 다이치 일본 스포츠청 장관(51)은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1986 서울 아시아경기와 1988 서울 올림픽 수영에서 정상에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을 위해 11일 입국한 스즈키 장관은 이날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88 올림픽 수영장과 선수촌이 보이는 이곳을 30년 만에 다시 왔다.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올림픽 수영 배영 남자 1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결선에서 출발 후 15초 넘게 30m 이상을 잠영(잠수하는 영법)한 끝에 맨 먼저 터치패드를 찍어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 대회 수영 금메달을 따면서 동아일보는 ‘서울의 신화, 경이의 영웅’으로 소개했다. 이를 계기로 국제수영연맹은 15m 이상 잠영할 수 없도록 규정을 바꾸기까지 했다.

 기자가 당시 얘기를 꺼내자 스즈키 장관은 비화를 공개했다. “88 올림픽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장이던 대한수영연맹의 협조로 대회 개막 한 달 전부터 서울 올림픽 수영장에서 훈련할 수 있었다. 주위에서는 무리한 일이라고 했지만 그게 금메달에 큰 효과를 줬다.”

 일본 선수였지만 홈 이점을 누렸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스즈키 장관은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은 일본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둘 것이다”고 덕담을 했다. 그가 언급한 일본의 금메달 예상 종목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고다이라 나오와 팀 추월), 남자 피겨스케이팅(하뉴 유즈루), 여자 스키점프(다카나시 사라)였다.

 2015년 발족한 스포츠청의 초대 장관에 오른 그는 일본 체육 정책을 총괄하며 2020년 도쿄 올림픽 준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평창, 도쿄에 이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까지 메가 스포츠이벤트가 연이어 열린다. 3개국이 서로 협력하고 노하우를 공유해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수영 스타와 지도자로 활약한 그는 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역대 최연소 일본수영협회 회장을 맡는 등 행정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일본 선수단장이었다. “운동선수라는 한계를 깨고 롤 모델이 되고 싶다. 스포츠 가치를 높이고 확산하는 데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

 이날 김성조 한국체대 총장과 이야기를 나눈 스즈키 장관은 “한국이 딴 국제대회 메달 가운데 3분의 1이 한국체대에서 나왔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방문한 것이다. 스파이로 온 건 아니다. 일본 대학스포츠와의 교류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웃었다.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 때 다시 방한할 계획인 스즈키 장관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개회식 참석 여부에 대해선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때가 국회가 열리는 기간이다”고 말했다.

 스즈키 장관은 12일 인천에서 2006 토리노 올림픽 피겨 싱글 금메달리스트 아라카와 시즈카 등 일본 스포츠 스타들과 성화를 봉송한다.

 이번 방한에 그는 자신의 서울 올림픽 금메달을 들고 왔다. 그에게도 3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올림픽이 남달라 보였다. “수영 선수 출신이 이번엔 달리게 됐지만 추워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30년 세월을 넘나드는 그의 표정이 밝기만 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