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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위한 변명

Posted December. 29, 2017 07:59   

Updated December. 29, 20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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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중국 국빈 방문길 베이징대 연설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양꼬치와 칭다오(맥주)를 좋아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양국간 문화 교류를 강조함으로써 중국 청년의 마음을 얻으려는 의도임을 모를까만은 양꼬치는 한국에선 몰라도 정작 중국 길거리에선 찾아보기 힘들다는 건 몰랐을 것이다.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라는 이유로 당국이 엄격하게 단속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올해부터 베이징, 텐진, 허베이성과 주변지역 등 28개 도시의 300만 가구에 석탄난방을 금지했다. 금지한다는 게 무슨 의미냐면 각 가정과 시설의 석탄보일러를 철거했다는 얘기다. 석탄 대신 천연가스를 쓰라는 건데 가스공급이 원활치 않아 가난한 주민들은 난방도 못하고 혹한을 맞고 있다. 대기오염 개선이 목표라면 인권 따위는 화끈하게 무시하는 공산주의 나라다운 접근이다.

 중국은 이웃나라를 배려해서가 아니라 자기네가 살기 위해 가혹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랬다면 촛불 정도가 아니라 폭동이 났겠지만 어쨌든 효과는 있어서 독가스실을 연상케 한다는 평판을 들었던 중국 스모그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환경부는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넘어오기도 했지만 성탄절 즈음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건 “높은 습도와 긴 대기정체 시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화풀이를 하던 사람들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그레이 크리스마스’의 원인이 아니라는 소식에 머쓱해졌을 것이다.

 미세먼지는 원자력만큼이나 복잡한 영역이라 보통사람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미세먼지에 가장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닷새 만인 5월15일 초등학교를 찾아 이른바 ‘3호 업무지시’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에 대한 가동중단을 선언했다. 또 아이들이 미세먼지 걱정 없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학교에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관심이 있다는 것과 정책이 올바르다는 것은 다르다. 지난 6월 노후 화전 가동중지는 사이다 같은 뉴스였지만 가동중지 한 달 만에 있었던 정부 발표로도 미세먼지 감축효과가 미미했다. “미세먼지를 없애야지 왜 측정하느냐”는 비판에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 건은 없던 일이 됐다. 정부 아마추어리즘에 한 가지 사례를 보탠 꼴이 됐다.

 사실 ‘미세먼지 30% 감축’ 공약에 많은 전문가들이 쓴웃음을 지었다. 30% 감축은 대한민국 경제 활동을 멈추지 않는 한 달성이 곤란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임기 중 3%’만 감축해도 대통령 업적이 될 정도로 미세먼지 감축은 어려운 일이다. 노후 화전 몇 기 없애는 걸로는 부족하고 필요하다면 숯불구이 식당은 문 닫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숯불로 굽는 양꼬치가 미세먼지를 내뿜는 것처럼 고등어 구을 때도 미세먼지가 나오는 건 사실이다.

 대통령이 미세먼지를 대통령 어젠다로 챙기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최고 전문가를 찾는 일이다. 김은경 환경부장관이 미세먼지 전문가는 아니지 않는가. 일본이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1억 총활약상을 임명했듯 우리도 그런 자리가 필요하다. 유령을 잡으려면 고스트 버스터(유령 잡는 특공대)가 필요한 것처럼 미세먼지를 잡으려면 더스트 버스터가 있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유령과 미세먼지는 안 보이면서도 위협적이라는 의미에서 닮았다는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