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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 거룩한 밤’ 200년

Posted December. 23, 2017 07:36   

Updated December. 23, 201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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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를 앞둔 요즘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잘츠부르크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만들어진 지 200년이 되는 내년 행사 홍보로 벌써 바쁘다고 한다. 이 노래는 1818년 잘츠부르크에서 약 20km 떨어진 오베른도르프라는 작은 마을의 성(聖) 니콜라우스 성당에서 처음 불렸다. 성당 신부 요제프 모어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느꼈던 감정을 담아 노랫말을 쓰고 성당 오르간 반주를 맡은 초등학교 음악선생 프란츠 그루버가 곡을 지었다.

 ▷예수는 예루살렘 근처의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임을 선언한 이후 팔레스타인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유엔총회는 21일 예루살렘 지위에 어떤 결정도 거부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인 특이한 도시다. 종교의 성지가 종교 간 불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은 종교의 이상에 반하는 특이한 역설이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성(聖)의 개념을 없애버린 혁명이었다. 더 이상 성인(聖人)도 없고 성지(聖地)도 없다. 거꾸로 모두가 성인이고 모든 곳이 성지다. 만인이 제사장이고 신자들이 모이면 어디나 교회인 것이다. 이런 사상이 근대 계몽주의를 낳고 현대 민주주의를 낳았다. 특정한 장소를 성지로 구별하고 집착하는 것은 프로테스탄트적이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기독교적이지도 않다. 천국에서 루터에게 물어봐도 예루살렘을 무결정의 상태로 둔 유엔총회의 결의가 옳다고 할 것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작은 마을의 작은 성당에 어울릴 법한 소박한 곡이다. 그루버가 손으로 직접 그린 악보를 보니 기타 반주에 ‘소프라노와 알토 이중창’으로 부르도록 돼 있다. 초연 때는 모어 신부가 기타를 치면서 소프라노 파트를, 그루버 선생이 알토 파트를 불렀다고 한다. 눈 덮인 마을에서 한밤에 울려 퍼진 그 노래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그런 소박한 평화를 회복하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정신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