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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냉엄한 현실주의 드러낸 美中정상회담

강대국의 냉엄한 현실주의 드러낸 美中정상회담

Posted November. 10, 2017 09:00   

Updated November. 10, 20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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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보면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강대국의 파워게임과 그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는 우리 힘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방중에 앞서 한국에 들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박2일의 짧은 기간 깊은 감명을 남겼다. 그제 국회 연설에서는 휴전선 이남의 ‘기적의 성취’와 그 이북의 ‘사람이 가선 안 되는 지옥’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전세계에 김정은 독재를 고발했다. 이런 기세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설득해 북핵 문제의 진전을 이끌어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기대였다. 그러나 두 정상 발표문에서 드러나는 결과는 실망스럽다.

 양국 정상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비핵화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소통과 협력을 유지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강조점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살인적인 정권’으로 지칭하며 “무모한 정권이 위험한 길을 포기할 때까지 모든 책임 있는 나라는 함께 (북한의) 무장과 재정 지원, 무역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전면 이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대북 제제와 압박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사실상 중국이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시 주석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제 오후에 이어 어제도 거의 종일 시 주석과 시간을 보낸 만큼 발표 내용만 갖고 전체 그림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더 강한 스탠스’로 북한에 대응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 강한 스탠스’가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인지, 어떤 조치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정상회담 전 백악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대북 원유수출 일시 중단, 중국내 은행의 북한계좌 폐쇄, 중국 내 북한 노동자 대북 송환 등 세 가지 조치를 시진핑에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더 강한 스탠스’가 수사(修辭)로만 끝나선 안 될 것이다.

 한국에서와는 확연히 달라진 트럼프의 태도는 정상회담과 직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미중 기업대표들과의 만남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양국 기업대표는 트럼프가 보는 앞에서 2535억달러(283조원)어치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이 약속한 천문학전에 돈과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뼛속까지 비즈니스맨’ 트럼프의 태도가 누그러졌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미중의 후속조치를 봐야겠지만, 고강도 압박으로 김정은의 핵 포기를 유도하는 방식의 해결이 속도감 있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이 약속한 안보리 제제는 철저하게 이행된다고 북한 원유 수입과 무역액의 3분의 1정도만 줄일 수 있을 뿐이다. 강대국의 힘과 돈, 국익 우선주의로 어우러진 미 중 일의 거대한 체스판에서 북핵 문제가 길을 잃지 않도록 우리의 결의를 모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강력한 북핵 해결의지를 갖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