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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영웅

Posted November. 04, 2017 07:21   

Updated November. 04, 201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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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 버스데이, 미스터 프레지던트∼.” 1962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45세 생일 축하 파티에서 메릴린 먼로는 특유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뭇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먼로의 섹시한 발성은 사실 그가 학창 시절 말더듬 증세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생긴 버릇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말더듬을 고치기 위해 노래를 시작했다가 로큰롤의 황제가 됐다. 호주 출신 팝스타 카일리 미노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도 말더듬 때문이다. 말을 더듬었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자신감을 찾기 위해 성악에 입문했다가 방송 무대에까지 섰다. 브루스 윌리스와 에밀리 블런트는 연극을 통해 말더듬을 극복하고 스타가 됐다. 개성 강한 연기로 영화마다 ‘M으로 시작하는 욕’을 빼놓지 않기로 유명한 배우 새뮤얼 L 잭슨은 “욕설을 반복하며 말더듬을 고쳤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대략 100명 중 1명은 말더듬이라고 한다. 말을 배우는 두 살에서 일곱 살 사이에 처음 말더듬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왜 생기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긴장 등 심리적 요인이나 성대, 호흡기 등 신체적 문제를 원인으로 본다. 뇌 기능이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진단은 다르지만 치료법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한다. 자신감을 가져라, 그리고 주변에 말더듬 증상을 떳떳하게 알려라.

 ▷올해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조지 스프링어도 이 원칙에 충실했다. 그는 어린 시절 심한 말더듬으로 고생했다. 지금도 간혹 말을 더듬지만 인터뷰 요청에는 거리낌 없이 응한다. 7월 올스타 경기에서는 마이크를 차고 나와 경기 도중 생방송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는 “말더듬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마이크를 찬 이유를 설명했다. 언어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활동도 하고 있다. 휴스턴뿐 아니라 말더듬 환자들로부터도 영웅 대접을 받을 만하다.




주성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