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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라 트라비아타’ 주인공 발탁된 소프라노 강혜명

伊‘라 트라비아타’ 주인공 발탁된 소프라노 강혜명

Posted October. 31, 2017 07:18   

Updated October. 31, 20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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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이탈리아에서 유학 중이던 소프라노 강혜명(39)은 우연히 한국과 일본, 프랑스가 공동 제작하는 오페라 ‘카르멘’(지휘 정명훈) 오디션 정보를 얻었다. 이 오디션은 일본, 한국 유명 성악가들이 참가해 ‘별들의 전쟁’이라 불렸다. “아무 경력도 없는 저는 무작정 주최 측에 전화했어요. 며칠간 전화로 부탁해 겨우 오디션을 볼 기회를 얻었죠.”

 한 달 뒤 그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비록 단역에 불과했지만 정명훈 지휘자가 제가 정말 절실해 보였다며 뽑아줬죠.” 이후 그는 2004년 정명훈이 지휘하는 일본 NHK신년음악회에 다시 뽑혀 진가를 입증받았다.

 11월 17∼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작인 오페라 ‘돈 지오반니’에 출연하는 그를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 공연은 세계적 오페라 연출가인 한스요하임 프라이와 지휘자 양진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바리톤 김종표 우경식, 소프라노 박하나, 테너 이현재가 나선다.

 강혜명은 9월 두바이오페라하우스 개관 1주년 기념 공연에 유일한 한국인 성악가로서 돈 지오반니 주역인 돈나 안나로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지난해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공연 무대에도 섰다. 함께 무대에 선 도밍고 콩쿠르 입상자 출신인 테너 김건우 문세훈, 소프라노 박혜상과 달리 유일하게 콩쿠르 출신이 아니었다. “제 이탈리아 매니저가 ‘스리 테너’ 공연을 기획하고 20년 넘게 도밍고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최종 후보 명단에 들어간 뒤 도밍고가 저를 선택해 무대에 섰어요.” 이후 이탈리아에서 도밍고와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다.

 정명훈, 도밍고뿐만 아니라 그는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소프라노 조수미와 르네 플레밍, 지휘자 미셸 플라송 등 유명 음악인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2004년부터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2010년 귀국했다. “이탈리아, 독일보다 인종차별이 없을 것 같은 프랑스도 보이지 않는 벽은 있었어요. 성악가로서 동양인의 한계를 절감했죠.”

 고향 제주를 본거지로 음악회 출연과 중국 대학 출강으로 오페라 성악가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 2015년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로’에 출연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다시 오페라에 대한 매력을 느꼈어요. 성악가로서 오페라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인정받고 싶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탈리아로 갔죠.”

 현재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전 유럽 극장에 생방송되는 이탈리아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인 ‘나비부인’ 주역을 맡았다. 내년에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극장 중 하나인 나폴리의 산카를로 오페라극장과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에서 올리는 ‘라 트라비아타’ 주인공인 비올레타를 맡을 예정이다. 비올레타는 전형적인 서양 성악가의 역할로 동양인이 극히 맡기 힘든 배역 중 하나다. 그만큼 노래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5년간 활동하며 오페라에 목이 많이 말랐어요. 이제 모든 기회들이 절실하게 다가와요. 성악가들이 40대가 전성기라고 하는데 저도 이제 40대가 진짜 전성기가 될 것 같아요.” 3만∼19만 원. 02-572-6773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