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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電참여단 성숙한 판단, ‘에너지 백년대계’ 전환점 돼야

原電참여단 성숙한 판단, ‘에너지 백년대계’ 전환점 돼야

Posted October. 21, 2017 08:58   

Updated October. 21, 20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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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 5, 6호기 공론회위원회가 어제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건설을 재개하는 정책 결정을 정부에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시민참여단 471명을 대상으로 한 공론조사 결과 건설 재개 의견이 59.5%로 중단 40.5%보다 19.0% 높게 나타난데 따른 것이다. 발표 직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공론화위의 정책 권고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건설 재개를 의결할 예정이다.

 당초 찬·반이 팽팽할 것으로 예상됐던 여론조사와 달리 건설 재개가 큰 차이로 앞선 것은 정부의 ‘급격한 탈(脫)원전 정책’이 가져올 충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시민참여단은 원전 기술의 안전성과 경제성, 건설이 중단될 경우의 손실 등을 꼼꼼히 따져 결론을 냈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이 “모든 연령 대에서 조사 회차를 거듭할수록 건설 재개 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한 대목에서 시민참여단의 성숙한 고민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토론과 표결을 통해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결론 내렸다는 점에서 공론화위의 활동은 평가받을 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이라는 대선 공약을 깨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도 국가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전문성과 대표성이 부족한 시민에게 맡기는 것이 과연 대의민주주의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부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공론화 기간 건설 중단으로 10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 것도 공론화를 남발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결정으로 건설 백지화에 따른 매몰비용 1조 6000억 원을 보존한 것이나, 한국 원자력 산업의 숨통을 튼 것은 다행이다. 원전 수출 길도 열렸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번 결정과 에너지 전환 정책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건설 중이던 신고리 5, 6호기와 달리 설계용역 또는 부지 매입 단계에서 중단된 신한울 원전 3, 4호기와 천지원전 1, 2호기 건설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 삼척 또는 영덕에 지을 예정이었던 원전 2기도 백지화됐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현실에서 원자력과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가 균형 있게 분포하는 에너지 다변화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도 급격한 방식이 아니라 경제성장률, 에너지 수급전망, 기후변화 대응, 원전 수출 경쟁력과 일자리, 신재생에너지 전망까지 감안해 체계적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원자력 비중을 줄이고 싶다면 경제와 일자리에 충격이 큰 신규 원전 백지화보다는 노후 원전 조기폐로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 적어도 국가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100년 앞을 내다보는 로드맵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 ‘졸속 에너지 전환 정책’에 제동을 건 국민의 판단을 정부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