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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문제없다” 민사판결, 형사법정도 주목해야

“삼성물산 합병 문제없다” 민사판결, 형사법정도 주목해야

Posted October. 20, 2017 07:56   

Updated October. 20, 20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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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서 논란이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법원 1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는 어제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 소송에서 일성신약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합병비율이 구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합병비율이 다소 주주들에게 불리했다 해도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민사소송 판결로서,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관련 사건을 다루는 형사재판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박영수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청탁을 받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공정한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공정한 합병은 특검 측 기소 논리의 전제를 이루고 있는데 그 전제가 부인된 것이다.

 법원은 “삼성물산 합병이 포괄적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해도 특정인의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된 게 아닌 이상, 합병에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해서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사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의 포괄적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는지, 그의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합병이 진행됐는지 등 형사 재판부가 다루는 사안에 대해 직접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가정(假定)의 형식을 취해 그런 목적이 있다고 한들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합병이 부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압력 행사 혐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비난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포함된 승계 작업 전반에 대해 포괄적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해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합병은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 작업의 핵심이다. 불공정하지도 않은 합병을 왜 굳이 뇌물을 주면서까지 청탁했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항소심 형사 재판부의 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