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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날’에 대비돼 있나

Posted October. 11, 2017 07:36   

Updated October. 11, 20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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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한반도 인근 해역에는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핵추진 항공모함 2개 전단이 다가오고 있다. 6일 샌디에이고 모항을 출발해 이달 말 쯤 도착할 니미츠급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와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로널드 레이건 호 항모 전단이다. 두 항모의 전력은 각각 중소국가의 해·공군력 전체에 맞먹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핵을 둘러싼 대북 정밀타격 준비용라는 해석까지 내놓는다.

 추석 연휴기간 국민들이 궁금하게 여긴 화제는 단연 ‘전쟁이 나느냐’는 것이었다. 67년 전 6.25는 소련 지원을 받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한반도 두 번째 전쟁이 난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수소탄 탄두까지 장착하려는 북의 망동(妄動)과 이를 응징하려는 미국의 막강 화력 사이에 불꽃이 튀면서 벌어질 수 있다. 전쟁은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그 어떤 불의의 사태에도 대비는 해야 한다. 불시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우리 민관군(民官軍)은 과연 대응할 태세가 되어 있는가.

 전쟁이 나면 대통령은 즉각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다. 대통령이 임명한 계엄사령관은 전국의 행정·사법 업무까지 관장하게 된다. 독재정부 시절 정치적인 이유로 계엄을 실시한 예가 있지만 전시 비상계엄은 차원이 다르다. 면밀한 시나리오와 단계별 로드맵을 사전에 점검해둘 필요가 있다. 치안을 비롯한 전권은 계엄당국 소관이더라도 일상 치안은 경찰 책임이다. 전시에는 약탈과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릴 소지가 높다. 계엄군과 손발을 맞춰 범죄예방 및 질서유지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역대 정부는 전시 상황 등에 대비한 국가위기관리 조직을 폐지와 복원, 축소와 확대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컨트롤타워 기능이 미흡하다. 전국 1만8871개 민방공대피소 중 전시용 비상식량과 의료장비를 완비한 곳은 거의 전무하다. 6456곳은 핵은커녕 재래식 폭탄에도 견디지 못할 만큼 부실하기 짝이 없다. 하루속히 각 부처에 분산된 비상대비 민방위조직과 지자체 시스템을 정비해 대비태세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타성에 젖은 민방위 체계도 뜯어 고쳐야 한다. 20분 훈련을 못 참고 온갖 불평을 늘어놓는 시민들이 많다. 오죽하면 행정안전부 고위관계자가 “차량 통행을 중단하고 싶지만 빗발칠 원성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한탄할 정도다. 북이 장사정포나 핵을 쏘더라도 재빨리 경보를 울리고 신속하게 대피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생존배낭이 아니라 안전 불감증에서 깨어난 성숙한 시민의식이 사느냐 죽느냐의 관건이다.

 전쟁의 귀결은 북의 궤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 붕괴 시 관련부처에서 탈북 난민 대책을 빈틈없이 세웠는지 의문이다. 당장 난민을 미국 호주 등 여러 나라로 분산하려면 북한인권법 등 법체계 정비와 함께 국경폐쇄 등의 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이웃 중국과 일본은 작년 3차 핵실험 전후로 북 붕괴에 대비한 난민 비상 대책을 세워놓았고 한다.

 전쟁 발발로 한국 총생산(GDP) 절반, 전 세계 GDP 1%인 7000억 달러가 사라지고 한국 정보기술(IT) 산업기반이 무너지면 그 도미노로 세계경제가 공황에 직면할 우려까지 나온다. 전후 재건에는 미국 GDP 절반인 10조억 달러 전후가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전쟁이 나면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 복구에만 2년가량 걸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여타의 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면밀한 재건 청사진이나 시나리오를 마련해둘 필요가 절실하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국토수호와 평화, 안전을 지상(至上)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부터 결연한 의지를 천명하고 군과 공직자들에게 빈틈없는 대비를 주문해야 한다. 민관군이 하나로 뭉쳐 힘을 합치고 이겨낼 수 있다고 믿을 때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