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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치머’ 첫 내한... 6시간반 라이브로 변신한 ‘라라랜드’ ‘인터스텔라’

‘한스 치머’ 첫 내한... 6시간반 라이브로 변신한 ‘라라랜드’ ‘인터스텔라’

Posted October. 09, 2017 11:26   

Updated October. 09, 20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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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음악은 대개 영화의 원경(遠景)에 숨어 분주히 자기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관객의 초점 앞으로 도드라지는 일이 잦지 않다. 생생한 영상과 스토리에 묻혀서다.

 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페스티벌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영화음악이 변신로봇처럼 스스로 주인공이 돼 집채만 한 크기로 달려 나왔다.

 이날 축제는 휴식시간을 포함해 6시간 30분의 대장정이었지만 지루할 틈 없이 역동적으로 진행됐다. 첫 무대는 영화 ‘라라랜드’ 콘서트.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가 직접 ‘라라랜드’ 녹음에 참여한 재즈 밴드를 데려와 지휘봉을 잡았다. 2시간짜리 ‘라라랜드’ 영화를 틀어놓고 영상과 대사 위에 실시간으로 연주를 덧댔다.

 피아니스트 랜디 커버의 오른편 모니터 화면엔 마디수와 박자수가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특수 메트로놈이 보였다. 영상과 촌각의 어긋남도 없이 톱니처럼 맞물리는 연주를 하기 위한 장치다. 성공이었다. 악단 연주는 매우 정교했다. 특히 극중 라이언 고슬링의 피아노 독주 장면이 압권. 템포나 박자의 틀을 넘어 손 가는 대로 하는 연주 신에서도 무대 위 손가락은 영상과 정확히 일치하며 마법 같은 순간을 연출했다.

 두 주인공의 언쟁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극중 배경음악으로 틀어둔 재즈 연주곡 LP의 소리가 무대 위에선 악단의 우렁찬 연주로 증폭돼 마치 큰 주장을 가진 제3의 인물처럼 움직였다.

 둘째 무대인 영화음악 거장 한스 치머의 공연은 영화 장면 하나 없이도 육중한 무게감을 선사했다. 클래식 오케스트라 공연처럼 다가와 헤비메탈 콘서트만큼 강렬하게 장내를 뒤흔들었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주제 선율로 차분히 출발한 콘서트는 ‘글래디에이터’ ‘라이온 킹’ ‘캐리비안의 해적’을 지나 ‘크림슨 타이드’ ‘맨 오브 스틸’의 선율을 짚으며 굽이쳤다. 거스리 고번(기타)의 섬세한 슬라이드 기타 연주, 티나 구오(첼로)를 비롯한 현악 솔로 연주자들의 장쾌한 무대 매너가 선사하는 다이내믹은 록 콘서트 이상이었다. ‘배트맨’ 3부작, ‘인터스텔라’ ‘인셉션’으로 이어진 후반부는 긴박한 전개와 구성미로 대미를 장식했다.

 훌륭한 콘서트에서 옥에 티는 무대 중계 영상 운용이었다. 특히 ‘라라랜드’에서 인물 단독 숏은 지휘자, 건반 주자, 베이스 주자에게만 집중됐다. 곡에 따라 하프, 비브라폰, 플루트 등 다른 악기가 큰 역할을 함에도 이를 짚어내는 대신 애매한 단체 숏을 남발해 섬세한 화면 구성과 편집으로 현장감을 극대화하는 데 실패했다. 한스 치머의 무대에서마저 이따금 주요 선율을 연주 중인 악기 주자를 놓친 점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