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한국 빠진채…북-미-중-러 대화 모드

Posted October. 02, 2017 07:33   

Updated October. 02, 2017 08:16

中文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두세 개의 비밀 대화 채널을 가동해 왔다고 밝혔다. 중국을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자국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에) 대화를 하고 싶은가’라고 묻고 있다”며 “북한과 두세 개 정도의 채널을 열어두고 있어 블랙아웃 같은 암담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하느냐’는 질문엔 “직접 한다. 우리는 자체 채널들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북한의 대화 의지를) 살펴보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간 대화 채널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 미 국무부 6자회담 차석대표 간에 운영돼 오던 ‘뉴욕채널’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미국 측이 공석이어서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과 박성일 차석대사가 담당하고 있다. 스웨덴 등에서 열리는 전직 미 당국자와 북한 당국자 간 ‘1.5트랙’ 대화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가 북한과의 자체 막후 채널을 열어두고 직접 접촉하고 있음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북-미 간에 말폭탄을 주고받던 치킨게임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시 주석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시 주석은 틸러슨 장관에게 “양국이 중대한 국제, 지역 문제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양국 공통의 이익은 차이를 훨씬 넘어선다. 협력만이 유일한 정확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아태지역 담당 외교차관과 올레크 부르미스트로프 외교부 특임대사와 회동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은 지난달 30일 귀국길에 오르면서 “(회담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북한과 공동의 노력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사실상 빠진 상황에서 북-미, 북-러, 미중 접촉이 이어지면서 또다시 ‘코리아 패싱’ 현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간 전격적인 대화가 진행될 경우 한국 정부의 공간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중 회담 후 틸러슨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일 “미국과 대북 접촉 채널 유지 노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오고 있다”면서도 “북한은 진지한 대화에 관한 아무런 관심을 표명해 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 직후 성명을 내 “북한 당국자들은 그들이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있다거나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떠한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 · 박정훈 sunshade@donga.com